
깊어가는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 제천의 음악 꿈나무들이 빚어낸 선율이 제천문화회관 대강당을 따스하게 채웠다.
2020년 창단해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제천유소년오케스트라(단장 조영경, 지휘 위영수)가 제5회 정기연주회 ‘음악으로 떠나는 동화여행’을 성황리에 마치며, 시민들에게 음악이 전하는 순수한 감동을 선물했다.
공연의 문은 콘서트 가이드 강지혜의 친절한 해설로 열렸다. 각 곡의 배경과 작곡가 이야기가 덧붙여지자 관객들은 마치 클래식 동화를 듣는 듯 집중했다. 이번 공연은 특히 ‘로얄발레하우스’(지도강사 최장미)와의 협연이 예고돼 시작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다.
■”온 마을이 키운 아이들”… 격려와 환호 속 열린 무대

조영경 단장은 “아름다운 가을 저녁, 우리 아이들의 멋진 연주회를 위해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아이들이 1년간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 열심히 연습한 곡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 자리에 함께해 응원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이 아이들은 제천의 자랑스러운 희망이 될 것”이라며 뜨거운 격려를 부탁했다.

위영수 지휘자의 지휘봉이 내려가고 첫 곡으로 울려 퍼진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박진감 넘치는 팀 파워로 객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팡파르로 시작해 폭풍 같은 현악의 리듬으로 이어지는 음악은 전쟁을 향해 달려가는 말들의 질주를 연상케 했다. 관객석 곳곳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이어진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오케스트라의 젊은 에너지를 한껏 보여준 무대였다. 경쾌한 1악장의 현악 합주가 가볍게 춤추듯 흐르자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연주회에는 김창규 제천시장, 박영기 시의회 의장, 김꽃임 도의원, 이경리 시의원, 윤용환 시민오케스트라 단장, 청소년오케스트라 최경희 단장과 위영수 지휘자 등 많은 내빈이 참석해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했다.

김창규 시장은 “우리 제천의 보물인 어린 음악가들에게 힘이 될까 하여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제천이 진정한 예술의 도시, 선진 도시가 되려면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술의전당과 곧 착공할 시립미술관 등을 기반으로 우리 유소년들이 청소년, 시립 연주자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격려했다.

박영기 시의회 의장 역시 “그 지역의 수준은 문화예술을 보면 알 수 있다”며 “5주년 정기연주회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내년에는 더 많은 시민을 모시고 예술의전당 같은 큰 무대에서 이 멋진 공연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성장하도록 의회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솔로 협연과 발레의 만남… 무대가 ‘동화’가 되다
이어진 무대는 미래의 음악가로 성장 중인 단원들의 협연으로 꾸며졌다.

뚜렷한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린 악장 강지우 단원이 연주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Op.35’는 난이도가 높은 곡으로, 빠른 활놀림과 감정 표현이 핵심이다. 강 단원은 섬세한 보잉(활의 움직임)과 깊은 음색으로 긴 악장을 긴장감 없이 소화해 관객들로부터 “너무 멋지다!”, “잘한다!”는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첼로 수석 최이루 단원이 선보인 롬베르크의 ‘첼로 소나타 마단조 Op.38 No.1’은 첼로 특유의 낮고 따뜻한 음색으로 홀 안을 가득 채웠다. 느린 악장의 서정적인 선율이 이어지자 객석은 숨을 죽인 듯 고요해졌고, 마지막 음이 사라지자 “와!”라는 외침이 터졌다.

이번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로얄발레하우스’와의 협업 무대였다.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왈츠’가 흐르자, 유치부 꼬마 발레리나들이 무대에 올라 앙증맞은 몸짓을 선보였다. “귀엽다!”는 탄성과 함께 객석은 순식간에 따뜻한 미소로 물들었다.
이어 ‘호두까기 인형 중 파드되’에서는 초등부 발레리나들이 우아한 춤사위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연주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장면에 “정말 동화 속 한 장면 같다”며 감탄했다. 마지막 발레 무대인 ‘백조의 호수’는 섬세한 표현력과 우아한 동작이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시청각적 감동의 절정을 선사했다.
■’운명’ 교향곡에서 ‘동요’ 앙코르까지… 감동의 피날레

위영수 지휘자는 “한 해 동안 음악으로 소통하며 준비한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쁘다. 아직 부족할지라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연주를 끝까지 즐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연주회 후반부는 경쾌한 ’16번째 모음곡'(Traditional Folk Song)에 이어,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의 장엄한 피날레가 대미를 장식했다.
모든 연주가 끝났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은 그칠 줄 몰랐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앙코르 요청에 오케스트라는 귀에 익숙한 ‘동요 메들리’를 선물했다. 관객들은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가을 자녁의 ‘음악 동화여행’을 만끽했다.

2020년 1월 제천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창단된 제천유소년오케스트라는, 이날 1년간의 땀과 열정이 빚어낸 감동적인 하모니를 선보이며 제천의 빛나는 미래를 증명해 보였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