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5일 맑은 토요일, 제천문화의거리가 세대를 잇는 거대한 문화 마당으로 변모했다.
사단법인 충북민예총 제천단양지부(지부장 박기정)가 주최·주관한 ‘제22회 민속예술제’가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 성황리에 개최됐다.
‘제천 시민이 모이면 문화가 피어난다’는 슬로건 아래, 이날 정오부터 4시간 동안 펼쳐진 축제는 ‘거리에서 만나는 예술’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가득 찼다.
■ “기억하고 이어가겠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 현재와 만나다


이번 축제의 중심에는 ‘기억’이라는 키워드가 깊이 자리했다. 특히 ‘손의 기억, 평화의 약속’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체험 부스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행사장 중앙에는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 도장과 함께 그의 유언이 적힌 거대한 천이 펼쳐졌다. “내가 죽은 후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면 고국으로 반장해다오.”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 남긴 안 의사의 비장한 말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시민들은 먹물을 묻힌 자신의 손바닥을 안 의사의 손도장 옆에 나란히 찍으며 평화의 약속을 다짐했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전국 최고 제천’을, 박영기 시의회 의장은 마침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동쪽끝 대한민국 독도!’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시민들 역시 ‘가족 건강’, ‘부자되기’, ‘대한민국 화이팅!’, ‘모두 행복하세요’ 등 저마다의 소원을 천 위에 새겼다. 이 체험과 연계된 ‘액막이 키링 만들기’는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조기 매진되기도 했다.
기억을 되새기는 노력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역사 속으로’ 포토존에서는 “대한 시민의 무탈을 기원하며”라는 문구 아래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사들과 사진을 찍으며 오늘 우리가 누리는 삶의 가치를 되새겼다.
‘소원책갈피 만들기’ 체험에서는 “당신들의 용기 기억하고 이어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시민들의 손으로 완성되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 22년의 맥, 시민 속으로 피어난 예술


정보람 등 지역 예술인들의 버스킹 공연이 가을 거리의 정취를 더하는 가운데, 전통 문양 핸드페인팅, 도자기 풍경 만들기, 화브롯찌, 총명향 만들기 등 시민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고 느끼는 다채로운 체험 부스가 활기를 띄었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제천민속예술제는 2000년대 초 지역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모임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기억의 가치 Ⅱ 시대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제천의 역사와 개인의 기억을 엮어냈다면, 올해는 ‘기억을 다시 일깨우는 축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박기정 충북민예총 제천단양지부장은 “올해로 22년째를 맞이한 민속예술제는 제천 시민들의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문화의 언어가 되고자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시대의 기억’을 작품으로 아카이빙했다면, 올해는 그 기억을 거리로 꺼내어 시민들이 직접 만지고, 느끼고, 현재의 이야기로 다시 쓰는 ‘살아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 옆에 우리 아이들의 작은 손도장을 찍는 행위 자체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장 강력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30여 년간 민예총이 ‘제천다움’을 지켜왔듯, 앞으로도 민속예술제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매년 새로운 기억을 써 내려가는 제천의 문화 동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 ‘제천다움’을 빚는 30년… 예술, 공동체를 잇다

(사)충북민예총 제천단양지부는 지난 30여 년간 청풍호 예술제, 의병문화제 연계 전시, 시민예술 아카데미 등을 통해 ‘지역 예술이 지역 정체성을 세운다’는 기치를 실현해왔다.
이번 민속예술제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시민이 주체가 되고 예술이 매개가 되어 공동체를 연결하는 이번 축제는, 예술이 어떻게 도시의 기억을 새롭게 쓰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제천 시민이 모이면 문화가 피어난다’는 슬로건처럼, 예술은 결국 ‘함께 만드는 기억’이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제천문화의거리는 22년간 이어온 예술인들의 땀과 시민들의 참여가 어우러져 제천만의 문화적 색채를 다시 한번 피워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