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로 다른 7가지 색깔이 하나로… 예술로 잇는 소통의 장
ㅣ불우이웃 돕기부터 전시까지, 지역사회에 온기 전하는 예술인들
제천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 있는 청다올문화예술인연합회(회장 차혜숙)가 20일 개전식을 시작으로 24일까지 닷새간 제천시민회관 제1·2전시실에서 두 번째 작품전시회 ‘이음’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하나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아 기획됐다.
지난해 창립전 ‘소란(SORAN)’을 통해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던 청다올은 올해 ‘이음’을 주제로 다시 한번 시민들을 맞이한다.
차혜숙 회장은 “지난 전시가 닭이 알을 낳을 자리를 마련해 주는 ‘밑알’의 의미였다면, 이번 전시는 그 밑거름을 바탕으로 회원들과 시민, 그리고 예술 장르 간의 소통을 이어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민화, 불화, 공예, 사진, 캘리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7명이 참여해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음’이라는 주제를 해석해 작품에 녹여냈다.
■ 선과 흙, 종이로 빚어낸 연결의 미학

김덕례 작가는 끊어지지 않는 하나의 끈으로 나무와 나비, 동물과 인물의 형상을 빚어내며 작업 세계를 펼친다. 붓이나 펜 대신 끈을 선으로 삼아 하나의 끈이 끊어지지 않은 채 작품을 완성하며, 끈이 만들어낸 형상 위에 색을 입혀 모든 존재가 이어져 있다는 인연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한 올의 끈으로 완결되는 화면은 관람객에게 독특한 리듬과 긴 여운을 남긴다.
이와 함께 그는 캘리그라피 영역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이어간다. 붓 대신 글루건으로 글씨를 쌓아 올려 입체감을 부여하고, 라카 채색을 더해 가독성과 조형성을 동시에 살렸다. 10자씩 10줄, 총 100자로 구성된 짧은 문장은 속도와 압력을 조절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 속에서 완성되며, 간결하지만 응축된 메시지로 강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이러한 시도는 평면을 넘어선 문자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작가 특유의 집요한 실험 정신을 또렷이 보여준다.

도예가 조미행 작가는 흙을 통해 시간과 자연, 인간을 잇는다. 사계절의 흐름을 도판에 담은 ‘계력도’와 단양의 도담삼봉, 청풍 자드락길을 형상화한 산수 작품은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특히 손 지압용 ‘도깨비방망이’와 향기 나는 화병 등은 예술이 일상 속 건강과 치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작가의 혼이 담긴 ‘계력도’는 글자를 단순히 붓으로 쓴 것이 아니라, 흙을 빚어 하나하나 새기고 구워내는 고단한 과정을 거쳤다. 입체적으로 돋아난 글자들은 빛의 방향에 따라 미세한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깊이감을 더하며, 계절이 바뀌는 찰나를 영구적인 도자로 기록하려 한 작가의 집념을 보여준다.


이재희 작가는 한지와 민화를 결합해 전통의 숨결에 현대적 미감을 입힌다. 20여 년간 전통미술의 길을 걸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2서랍’, ‘어머니등’, ‘바람꽃 2봉’을 선보였다. 특히 ‘어머니등’은 초가집과 꽃등을 결합해 고향의 향수와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빛으로 형상화했으며, 자연의 돌과 종이를 이어 생명력을 표현한 ‘바람꽃 2봉’은 동양적인 선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재생종이공예 지도사이기도 한 그는 칼로 정교하게 물결무늬 나뭇결을 파내고 글루건과 돌 등 이질적인 소재를 한지와 잇는 독창적인 기법을 통해 친환경적 예술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 전통의 재해석과 새로운 시도의 조화


차혜숙 작가는 민화를 출발점으로 삼되, 마크라메(매듭 공예)를 접목하며 작업의 외연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까치와 호랑이(작호도)’는 최근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한국적 해학과 상징성이 결합된 대표 도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황룡과 청룡(쌍룡)’, ‘문자도’ 등 전통 문양들은 섬세한 붓놀림을 통해 복과 평안의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한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서양의 실 매듭 예술인 마크라메를 활용한 크리스마스 트리, 원피스 형태, 하트 모양 등의 작품이 함께 선보여지며 시선을 끈다. 실과 매듭만으로 완성된 조형물들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질감을 지니고, 전통 민화 작품과 어우러져 전시장에 색다른 리듬을 더한다. 일상의 상징과 장식적 요소를 예술로 끌어올린 이 마크라메 작업은 관람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동서양 미감과 공예 감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보여준다.

박숙희 작가는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어변성룡도’ 10점 연작을 내걸었다.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의 역동적인 모습에는 건강, 출세, 부귀영화 등 시민들의 새해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는 “2026년 병오년까지 이어질 희망의 메시지를 미리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연작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안구 통증을 견뎌내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한 폭의 민화가 탄생하기까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 동안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하기에, 작품마다 작가의 땀과 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희자 작가는 국가무형유산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선생의 전수자로, 정통 불화의 맥을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불교 회화 양식인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를 통해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치밀하게 구현하며 불화의 깊은 세계를 펼쳐 보인다.
여기에 ‘영산회상도’ 양옆으로 ‘청제재금강역사’를 배치해 불교의 수호신을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동세로 표현하며, 불교 미술 특유의 장엄함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렸다. 힘 있는 선과 화면 구성의 조화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 시선과 공간을 잇는 찰나의 기록

전영표 사진작가는 ‘이음’ 시리즈를 통해 관계, 문화, 공간이라는 세 가지 관점을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건축물 속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유대감을 포착한 ‘관계의 이음’, 바다를 가로지르는 현수교로 소통의 의지를 표현한 ‘문화의 이음’, 그리고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담은 ‘공간의 이음’은 관람객에게 세상 모든 연결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 예술을 넘어 나눔으로, 지역사회와 동행
청다올문화예술인연합회는 전시뿐만 아니라 나눔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이음’도 실천하고 있다. 전시를 앞둔 지난 1월 6일, 회원들은 십시일반 뜻을 모아 제천시 저소득 가구를 위해 연탄 500장을 기탁했다.


차혜숙 회장은 “지난해 ‘푸른 용의 해에 모든 복을 가져온다’는 뜻을 담아 결성된 청다올은 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단체가 되고자 한다”며 “곧 있을 두 번째 연탄 기부가 작은 정성이지만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청다올문화예술인연합회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더 다양한 분야의 지역 작가들을 영입해 외연을 확장하고, 시민들에게 풍성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지역 대표 문화예술 단체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