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액자·병풍 틀 벗어난 ‘비단 설치’ 신선한 시도… 28일까지 제천시민회관서
부부 금슬·부귀영화·자손 번창 등 ‘화조도’ 고유의 상징성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선선한 가을, 만물의 조화와 길상(吉祥)의 염원을 담은 꽃과 새들이 비단 폭 위에서 되살아났다.
제천단양민예총 전통미술위원회(위원장 차혜숙)가 주관하는 특별한 민화 전시 ‘화조도, 자연과 하나되다’가 10월 24일 제천시민회관 1, 2전시실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오는 28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이번 전시는 16명의 지역 민화 작가들이 참여해, 전통 민화의 상징인 ‘화조도’를 액자나 병풍이라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비단에 직접 그린 설치미술 형태로 재해석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천문화재단 ‘2025 지역문화예술단체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으며, 개전식에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내빈과 관람객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전통 민화의 새로운 시도”… 개전식 및 축사

이날 개전식에서 차혜숙 전통미술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의 전통과 사상을 표현한 우리 그림(민화)은 ‘K-아트’의 한 분야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에는 작가들의 땀과 열정이 담긴 16점의 작품을 조금 더 새롭게 선보이고자 고민했다. 익숙한 형태를 탈피해 비단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고, 설치미술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차 위원장은 “전시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김창규 시장, 박영기 시의장, 제천문화재단 김상수 이사장, 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모든 분께 작가들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축사에 나선 김창규 제천시장은 “지금 제천은 문화가 활짝 피고 있으며,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관광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큰 분야에서 예술을 발전시키는 여러분들의 활동이 제천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며,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전시해 주신 작가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리며, 제천이 모든 분야에서 1등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영기 제천시의회 의장도 “지난 여름 축제 등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시민들에게 창작 예술을 접할 기회를 마련해 주신 차혜숙 위원장님과 작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한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과 퀄리티가 그 지역의 수준을 말해준다”며, “한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노고에 공감하며, 그 감사한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보내드린다. 내년에도 또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화조도, 부귀와 행복의 상징을 그리다
’화조도(花鳥圖)’는 글자 그대로 꽃과 새를 함께 그린 그림이다. 자연 묘사 이상의 조선시대 민중들의 소박한 바람을 담는 상징의 집합체였다.
차혜숙 위원장은 “화조도는 기본적으로 부부의 금슬, 무병장수, 부귀영화, 자손 번창의 뜻을 모두 담고 있다”며, “조선시대에 크게 유행해 혼수품으로 병풍을 만들어갈 만큼 사랑받았고, 그만큼 현재까지 많이 남아있는 그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화조도의 전통적 상징을 16명 작가의 개성으로 풀어냈다. 차 위원장의 해설에 따르면, 작품 속 소재들은 저마다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재희, 차혜숙, 유경옥 작가 등의 작품에서처럼 정답게 마주 보는 한 쌍의 새나 원앙은 부부의 화합을 뜻한다.
모란은 ‘꽃 중의 왕’으로 불리며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박기정, 박숙희, 임정자 작가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화려한 모란을 만나볼 수 있다.
박기정 작가의 작품 속 바위, 차혜숙 작가의 학은 장수를 의미한다. 지은순, 박숙희 작가가 그린 꿩이나 국화는 굳은 절개를 상징한다.
차혜숙 작가의 석류, 정연호·전형숙 작가의 연화도(연꽃 그림) 속 많은 연밥(씨앗), 권효임 작가의 풍성한 수국 등은 모두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마음이다.
탁선희, 유옥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봉황은 새 중의 왕으로, 대통령실 로고에도 쓰일 만큼 높은 권위와 태평성대를 상징한다.
정연호, 전형숙 작가의 연화도는 ‘연달아 과거에 급제하라’는 출세의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이원미 작가는 화조도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미감을 선사한다. 또한 김숙자 작가는 화병에 꽃과 봉황을 담은 ‘화병도’를, 이화영 작가는 참새 가족을 통해 다복한 가정을 표현하는 등 다채로운 해석이 돋보였다.
■비단 소재와 포토존… 관람객과 소통하는 전시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설치 방식’이다. 차혜숙 위원장은 “위원장을 맡으면서 좀 새롭게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며, “작가들에게 똑같이 비단을 나눠주면서도 ‘과연 설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처음 해보는 시도라 걱정했지만, 막상 설치하고 보니 깔끔하고 괜찮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장은 작품 설명이 담긴 패널과 함께, 관람객들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포토존’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차 위원장은 “전시가 너무 간단해 보일까 봐 포토존을 작게 마련했는데, 관람객들이 즐겁게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통 민화가 담고 있는 ‘행복’과 ‘조화’의 메시지를 비단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현대적인 설치 방식으로 풀어낸 이번 ‘화조도, 자연과 하나되다’ 展은 오는 10월 28일까지 제천시민회관에서 이어진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