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제천문화원 윤종섭 원장, ‘원랑선사탑비’ 환지본처 위한 시민 서명 참여 호소
일제강점기 강제로 고향을 떠난 제천의 국보급 문화유산 ‘원랑선사탑비’. 광복 80년을 맞는 올해, 그 아픈 유랑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제천이 다시 움직인다.

제천문화원(원장 윤종섭)은 제14회 ‘말하는 전시회’를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 반출된 제천의 대표 문화유산 원랑선사탑비의 귀향 여정을 본격화한다. 이번 전시회는『천년의 귀향 – 원랑선사탑비 제자리로의 여정』을 주제로 8일부터 16일까지 9일간 제천시민회관에서 열린다. 개전식은 8일 오후 3시에 개최됐다.
윤종섭 원장은 이번 전시회를 “제자리 찾기 운동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광복 80년의 의미를 담아, 제천의 문화유산이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정의의 여정을 알리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 “말하는 전시회는 문화유산 환수의 기초 작업”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말하는 전시회’는 매년 시대성과 지역성을 반영한 주제를 통해 지역문화의 가치를 환기해왔다. 윤 원장은 “이번 전시는 밀반출부터 현재까지의 방랑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해 원랑선사탑비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고, 환지본처 운동을 본격화하기 위한 시민 공감대 형성의 기초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신라시대 제천 선종문화의 중심이었던 월광사지의 역사적 배경과, 사지 내 원랑선사탑비가 존재해 유적의 명칭과 절대연대가 명확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이후 윤 원장은 국립중앙박물관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던 보물 ‘원랑선사탑비’의 반환을 최초 제안했고, 제천시는 2021년 월광사지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며 문화재청에 진품 이전을 요구했다. 그러나 “월광사지 정비 미비로 보존·관리 여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차선책으로 복제탑비를 의림지역사박물관 앞에 설치했다.

원랑선사탑비는 통일신라 890년(진성여왕 4년), 제천 월악산 자락 월광사에 세워진 대규모 석비로, 신라 불교의 사상과 예술을 집약한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1921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서울 경복궁으로 강제 반출됐고,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며 ‘국보급 보물’로 자리했다. 오랫동안 그 고향 제천의 존재는 가려져 있었다.
윤 원장은 “원랑선사탑비는 강탈의 역사 속 아픔과 유랑의 시련이 고스란히 베여있다. 광복 80년이 된 지금,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고향에서 남은 시간을 온전히 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충주 이전 계획은 부당… 반드시 제천으로 와야 한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 전시되던 원랑선사탑비가 해체돼 수장고로 옮겨졌고, 2026년 개관 예정인 국립충주박물관으로 이전될 계획이 확정된 것이다.
이에 제천에서는 2023년 9월 13일 지역 시민단체 등과 함께 ‘원랑선사탑비 제자리찾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고향 제천이 아닌 충주 이전 계획을 저지하며 귀향 성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윤 원장 역시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정부는 중원문화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제천과 충주는 첨예한 문화적 경계선에 있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반출된 문화재가 또다시 고향이 아닌 타지로 이송되는 건 문화 정의에 어긋난다”며 “지금처럼 해체된 상태를 유지하며, 제천 월광사지 복원 계획과 연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원장은 일제에 의해 제천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외부로 반출되는 당시의 사진을 언급하며 “아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고 토로했다.
❚ “‘복제품’은 시작일 뿐… 실물 귀향이 진짜 귀향”
제천시는 2023년 10월, 의림지역사박물관 앞에 원형과 동일한 복제탑비를 설치했다. 반출 102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상징적 복귀였다. 이를 위해 제천시는 2021년부터 국가유산청 등과 협의해 시비 2억5천만 원을 들여 복제탑비를 제작했다.
그러나 윤 원장은 “복제품은 상징일 뿐, 진짜 귀향은 실물의 반환이다. 전시는 그 종착을 향한 과정”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원랑선사탑비는 이미 세계가 주목한 문화유산”이라며, 그 대표 사례로 2020년 세계적인 그룹 BTS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촬영한 ‘2020 세계 졸업식 영상’을 언급했다. 당시 탑비는 영상 배경에 등장해 전 세계 청년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소개되며 국제적 인지도까지 높였다.
이번 전시에는 1921년 강제 이송 당시의 사진, 2022년 불교방송 다큐멘터리 영상, 복제탑비 사진 등이 전시돼, 탑비의 여정과 상징성을 생생히 전한다.

제천문화원은 이번 전시회를 기점으로 범시민 반환운동을 본격화하며, 약 5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추진해 내년 초 정부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정부도 2028년 목표로 한 월광사지 종합정비계획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원주의 사례처럼, 10년 이상 걸리더라도 꾸준한 시민 참여가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역 불교계와 시민단체, 제천시가 하나 되어 여론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문화유산 제자리 찾기는 시민의 몫이자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환지본처는 회귀 이상의 정의 실현”
이번 전시의 핵심 철학은 ‘환지본처’다. 윤 원장은 “문화유산은 본래 자리에 있을 때 정체성과 역사성이 살아난다. 중앙의 판단으로 수장고나 타지에 보관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에 2005년에 갖다 놓으면서, 마치 어떤 건물 안에 보관돼야 하는 듯 포장돼 있다. 하지만 원랑선사탑비는 원래 야외에서 시민과 함께했던 유산이다. 가져간 주체가 정부라면, 돌려주는 것도 정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 “정부는 장물을 돌려줘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

윤 원장은 정부와 문화재청을 향해 단호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건 도난당한 장물이다. 개인이 장물을 소유하면 처벌받는데, 정부는 왜 면책됩니까? 문화재를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기 뜻대로 이전하려는 건 온당치 않다. 제천으로 돌려놓는 것이 문화재 정의 실현이며, 국민을 위한 문화 행정이다.”
그는 끝으로 말했다.
“탑비가 걸어온 방랑의 길을 이제는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 끝은 오직 ‘제천’입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