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사랑의 빵굼터에서 전한 따뜻한 한 조각, 정성과 자연의 맛으로 이웃과 나누다
❚ “떡 하나에도 마음이 담깁니다.”
7월 30일 이른 아침, 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랑의 빵굼터는 갓 쪄낸 떡에서 피어오르는 고소한 김으로 가득했다. 찜기에서 퍼지는 따뜻한 향기와 분주한 손길이 더위마저 잊게 했다.
자연음식동호회 회원 14명은 새벽 6시부터 작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만드는 오늘의 ‘작품’은 200가구에 전달될 ‘콩설기떡’이다.

작업장의 한켠에서는 전날 미리 불려둔 쌀이 제분기를 타고 내려와 고운 가루가 되어 쌓였다. 이 쌀가루는 오늘 하루 정성을 빚을 주인공이 된다.
“쌀을 얼마나 불렸는지, 얼마나 곱게 갈았는지, 수분은 어느 정도인지… 다 떡 맛을 결정짓는 요소예요. 손이 많이 가지만,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자연 음식’의 기본이죠.”
회장 장월순 씨는 제분기 옆에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 콩설기, 정성과 기술이 만나는 예술
주방 반대편에서는 서리태 콩을 다듬는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원봉사센터 홍성복 팀장이 며칠 전 불려 냉동해둔 서리태를 꺼내 해동한 뒤, 물에 헹궈 마지막 손질을 한다.
“서리태는 그냥 불린 것보다 불린 뒤 한 번 냉동했다가 해동해 쓰면 더 잘 익고, 맛도 좋아요. 콩의 속까지 익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배죠.”
장월순 회장은 콩을 조심스레 찜틀로 옮기며 설명했다.


이렇게 준비된 콩은 쌀가루와 만나 고르게 섞이고, 정갈하게 펴 담긴 뒤 찜기에 오른다. 콩과 쌀가루가 섞이는 그 순간은 하나의 정성 어린 예술처럼 느껴졌다.
“이 콩은 찌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콩냄새가 나요. 온도 조절이 정말 중요하죠. 손에 익으려면 몇 년은 걸립니다.”
장 회장은 찜기 앞을 떠나지 않는다. 떡카페를 운영할 만큼 전문가인 그의 손끝에서 쌀가루는 폭신하고 촉촉한 설기로 태어나고, 공간은 고소한 콩 향기로 가득 찼다.
회원 조금순 씨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이건 그냥 음식이 아니에요. 선물이죠. 정성과 마음을 담은 선물. 받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요.”
❚ 뜨거운 김 속에서도 빛나는 헌신


떡 한 판을 찌는 데는 약 40분. 양이 많다 보니 찜기는 수차례 반복해서 돌아간다. 반복되는 일련의 과정으로 힘들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건 지침이 아닌 보람이다.
“힘들어요. 그런데도 오고 싶어요. 여기 오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그냥 집에 있는 것보다 낫죠.”
제분기 옆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던 회원 남옥남 씨가 말하며 웃었다.
쪄낸 떡은 한 덩이씩 고르게 잘려 투명한 포장지에 담긴다. 하얀 설기 사이사이 박힌 까만 콩은 단순한 비주얼 그 이상이다. 손끝마다 섬세한 정성이 느껴졌다.
❚ 200가구로 전해진 ‘정성의 온기’
완성된 콩설기떡은 독거노인과 취약계층 200가구에 전달됐다. 자연음식동호회의 정기 나눔은 5주차 수요일이 있는 날,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가 만든 떡을 드신 분들이 ‘맛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돼요. 그 말 한마디에 한 달 피로가 풀려요.”
장월순 회장의 눈빛은 단단했다. ‘사람 나눔’의 순간이 스며 있었다.
❚ 사람과 자연, 그리고 다음을 위한 마무리까지

이날 활동은 떡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모두가 돌아간 후에도 몇몇 회원들은 남았다. 제분기의 바닥 틈, 찜틀 속 틈새, 바닥에 흩어진 가루와 김 서린 작업대를 깨끗이 닦아낸다.
“다음에 다시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오늘 마무리를 잘해야죠.”
장 회장은 뒷정리도 ‘다음 사람을 위한 정성’이라며 빗자루를 들었다.
❚ 15년째 이어온 자연의 나눔

자연음식동호회는 2011년 ‘자연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나누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올해로 15년. 회원 21명은 대부분 주부거나 은퇴 후 봉사에 뜻을 모은 이들이다.
설과 추석엔 송편, 절편, 인절미 등을 만들어 500가구 이상에 나누고, 평생학습 어울림한마당 등 각종 지역 행사에서도 활동한다. 이들이 만든 음식은 건강한 관계의 매개체다.
❚ 사람과 사람을 잇는 한 조각의 떡
그날 사랑의 빵굼터를 채운 떡 냄새. 수십 번의 반죽과 찜, 자르고 포장하고, 마무리 청소까지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도 살아 있는 ‘사람 냄새’가 있었다.

장월순 회장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가 만드는 떡에는 첨가물이 없어요. 오직 쌀과 콩, 그리고 마음뿐입니다. 앞으로도 이 마음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자연음식동호회의 콩설기떡은 한 끼를 넘어선다. 그것은 ‘정성’이라는 이름의 온기였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였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