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의 ‘워라벨’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인 소확행. 거기에 발맞추어 작은 행복을 좇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만을 위해 산책하고 휴식도 취하며, 영화도 보고 맛집에서 음식도 즐기며, 때론 훌훌 털고 여행을 떠나는. 여기에 타인과 함께 문화 예술을 공유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활동들. 모두 가치 있는 워라벨이고 소확행이다.
제천에도 바쁜 일상에서 탈출 참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열정 하나로 일 년을 포기 없이 달려온 사람들이 있다. 그 주인공들은 나도 문화예술가 제천문화원 뽐Ⅳ 무대에 오른 문화원 문화학교 수강생이다.
수강생들이 성장하여 문화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변신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12월 22일(금) 오후 2시 시민회관 지하 소극장에서 세상밖에 선보였다. 어떤 모습일까?
관객들의 기대 찬 모습 그리고 스텝들의 마지막 무대 점검으로 시민회관 지하 소극장은 야단법석이 났다.
◇ 스페셜 게스트 제천시민오케스트라… 아름다운 선율
먼저 스페셜 게스트로 제천시민오케스트라가 축하 무대를 꾸몄다. 특히 30명의 수강생들이 문화원을 찾아와 문화학교를 열어 달라고 요청한 열정 넘치는 모범적인 오케스트라이였다. 5년 전 문화원 문화학교에서 독립하여 청주문화원과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교류음악회, 정기음악회를 가질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민오케스트라는 전공자가 이끌고 비전공자가 따라가며 의 <모차르트 모음곡>을 들려주었다. 이어 관객 모두 2024년 갑진년 새해를 행복하게 맞게 바라는 의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 메들리를 연주했다.
수준 높은 무대를 뒤로하고 나도 문화예술가 제천문화원 ‘뽐Ⅳ’의 주인공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해금 교실… 천년 전통의 맥을 잇다
제천문화원에서는 전통 악기를 다루는 곳이 없어 인근 원주나 충주로 가는 시민들을 위해 강좌를 개설했다고 한다. 작은 도시에서는 대단한 일이다.
천년의 호흡을 느끼는 우리 한의 소리 해금.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과 아픔을 표현할 때 배경에 깔리는 그 소리. 수강생들은 배운 지 1년이 안 되지만 <석별의 정>, <홀로아리랑>, <찔레꽃>을 최선을 다하여 연주했다. 관객들은 찡하고 구슬프고, 아련하기까지 한 한국의 바이올린 해금 소리에 매료되었다.
◇가야금 교실… 천년의 호흡을 품다
제천문화원에서는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계승 발전을 위해 취지를 살리고자 강좌를 개설했다. 이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가야금 강좌는 더러 있으나 성인을 위한 문화 강좌가 없어 가야금을 배우러 인근 원주나 충주로 가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목적도 있다. 문화원 가야금 구비의 어려움을 남궁영숙 강사가 가야금 10대를 가져오는 헌신으로 강좌를 열 수 있었다.
가야금 반은 매주 수요일 다당둥당 열두줄 가야금 소리에 심취하여 병창과 합주를 열심히 배웠다. <야월삼경>, <태평가>, <임그린회포>, <너잉나영> 등 천년의 호흡을 품은 악기인 가야금 소리를 들려주며 박수받았다.
◇민요가락 장구반… 흥겨운 우리가락에 빠지다
박경자 강사가 이끄는 민요가락 장구반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통속 민요 학습 및 국악의 기본 지식을 습득하며 땀을 흘렸다.
무대에서는 <몽금포타령>, <개성난봉가>, <해주아리랑> 등의 장구 병창이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다이내믹한 장구 소리에 힘입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냈다. 관객들은 흥겨운 장구 병창에 박수로 화답했다.
◇하모니카 반… 행복을 불어요
하모니카는 음악적 치유뿐만 아니라 혀를 많이 움직여서 뇌 건강에 좋다고 한다. 쭉쭉 쭉쭉쭉 쓱쓱 쓱쓱쓱~.
신바람의 대명사 이광수 강사가 이끄는 추억의 하모니카 초급 반은 수강생들의 공연에 강사가 화음을 넣어 음악으로 소통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진 중급반은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내어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초급, 중급반으로 구성된 하모니카 반은 취미를 넘어 재능기부 연주로 초청을 받기도 하며 배움을 즐기고 있다.
◇음악영화감상반… 힐링으로 마음 쉼표 찍다
음악영화감상반은 232개 전국 문화원 중 제천문화원만 가지고 있는 강좌로 19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행복하게 맞이하라는 의미에서 캐럴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멜로디에 관객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힐링의 시간을 만들었다.
품격 있고 자상한 해설로 정평이 높은 한상백 선생은 “음악영화 감상반은 뽐낼 게 없다. 그렇지만 보고 듣는 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냐”며 “사느라고 고달픈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참으로 따뜻한 위로와 담백한 여유를 공급하는 감동이 음악에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그 감동을 나누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오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악영화 감상반은 클래식과 팝, 영화 등 공연이 있는 영상과 영화를 감상하는 반이다. 봄에는 봄을 느낄 수 있는 음악으로 가을에는 또 그 계절에 맞는 음악 선정으로 돈독한 회원층이 형성되어 있다죠? 또한 큰 사건으로 시민들이 힘들어할 때는 추모음악으로 시대 흐름에 맞춰 음악으로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특히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에는 영화를 보여주는데, 이날은 시민 누구나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다도교실… 절제의 품격 선의 예술을 배우다
다도 교실을 이끄는 이정미 강사는 선의 아름다움이 일품인 다도. 전통 다도반은 다도의 역사, 종류, 효능, 상차림 등 전통차 예절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며 인성을 가꾸고 자기 계발을 하며 나를 찾아가는 길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커피문화에만 익숙한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명상과 차 예절 등 우리의 전통차 문화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문화학교 수강생 발표회를 맞이하여 상향차와 한바차 등 전통차와 떡, 과일을 한상 내놓았고, 참석자들이 목을 축이도록 배려했다.
올해 어의 이공기에 정성껏 차를 올린 이정미 강사는 내년에 후손도 없이 이름 없이 숨져간 젊은 의병의 묘소를 찾아 따뜻한 차 한 잔 올리는 작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숭고한 정신과 존경을 전하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참 고귀하고 아름다운 다례인의 표상이다.
◇수채화 교실… 붓 터치가 만드는 세상
이종원 선생 지도하에 수채화 교실 수강생들은 매주 월화 오전에 나와서 밑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고 쓱싹쓱싹~ 생기도 불어넣고 참 열심히 노력했다고 전한다. 일 년이 안 된 초보자도 있고 오랜 시간 붓과 같이 한 분도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꽃, 일상, 초상 등 대상을 선택해 문화원 미술 교실에서 가끔 야외에서 스케치한 결과물을 전시했다. 아마추어 작품이라 하기에는 다소 수준 있는 작품들로 수강생들의 땀과 열정이 묻어난다.
수채화 교실은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제천시민회관 1전시실에서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연필스케치… 연필로 그린 얼굴
허우현 강사가 이끄는 연필스케치 반은 기초부터 고급까지 연필을 이용해 스케치 이론과 실기를 학습했다.
수강생들은 자화성을 비롯해 매릴린먼로나 오드리헵번 등 유명배우를 스케치하거나 친구와 가족 등의 얼굴을 그려 작품으로 내놓았다. 제2전시실에는 열과 성을 다해 그린 33점이 전시됐다.
◇서화반… 글과 그림에 일상 소품까지
서화 반은 우리가 아는 전통 서화부터 현대 서화까지 글과 그림을 화선지에 옮겨놓는 작업을 수없이 한다. 수강생들은 먹물의 표현력, 여백의 미, 공간감 등을 배워서 사군자를 그리고 글씨를 써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배운 지 얼마 안 되어 초보 냄새가 나는 분도 있지만 여러해 갈고닦아 전문 작가의 냄새가 나는 분도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틈틈이 배운 섬유아트 작품도 내놓았다. 쿠션, 가방, 방석보, 커튼 등 종류도 다양해 전시실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서화반을 이끄는 벽란 장성경 선생은 “서화반은 전통적인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것도 한다. 글 쓰고 그림 그리는 데 흥미를 주고자 섬유아트까지 다양성을 추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 ‘뽐Ⅳ’를 축하하다
‘뽐Ⅳ’를 맞이하여 1층 로비에서 테이프 커팅 대신 풍선 퍼포먼스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풍선을 터뜨리는 커팅식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 신선했다고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최명현 문화원장은 “오늘 뽐 자리에 19년 동안 문화학교 음악영화반을 지킨 한상백 선생이 있다”며 “이런 분이 있어 제천 문화와 예술이 발전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야간으로 시민들이 평생학습 할 수 있는 강좌와 공간이 많아야 한다”며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문화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코로나로 3년간 중단했던 뽐 행사를 다시 연다. 10개 반이 뽐을 내는 자리이다. 그동안 지도해 주신 선생님과 열심히 배운 수강생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며 “모두 문화원의 자원이고, 제천의 문화를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이다. 제천이 문화도시로 가는데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오늘 주인공은 바로 수강생이다. 일 년 동안 갈고닦은 솜씨 멋지게 펼치기를 바란다”고 수강생을 격려했다. 끝으로 “내년에는 문화학교 강좌도 1~2개 늘리고 뽐 행사도 기존 지하소극장을 벗어나 예술의 전당에서 성대하게 치러지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부대행사로 다도반의 찻자리와 최명현 문화원장이 기증한 백미로 만든 가래떡을 나도 문화예술가 뽐Ⅳ에 참여한 수강생 400여 명과 인근 파출소, 동사무소, 경찰서, 교욱청 등에 전달하는 나눔행사를 펼쳤다.
제천문화원은 문화적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문화의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다양한 문화 교실을 개설해 3월 개강을 시작하여 년 중 쉬지 않고 강좌를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1인 한 가지 악기는 다룰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으로 각종 음악 강좌(하모니카, 해금, 가야금, 장구 등) 외 미술교실, 다도교실 등을 운영하며, 수강생들에게는 공연과 함께하는 문화유적답사에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혜택도 주고 있다.
문화원 홈페이지(www.jecheoncc.or.kr)나 043) 642-3646으로 문의하면 나도 문화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답니다. 나를 위한 투자 아끼지 마시고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수강과 관련 궁금한 사항은 제천문화원(642-3646)으로 문의하면 된다.
뽐내다의 사전적 의미는 의기가 양양하여 우쭐거린다. 자신의 어떠한 능력을 보라는 듯이 자랑하다이다. 배우고 발표하고 박수받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무언가 열심히 해 타인들에게 나를 보여 주는 뽐 현장은 작지만 자신과 소통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워라벨과 소확행의 실천이다. 그리고 나도 문화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예술 공간이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소소한 여정은 계속된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