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다문화 청소년 기숙형 기술고등학교에서 전기 전문가 꿈꾸는 에릭과 에델린 남매

2023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에릭 군은 처음 탄 버스 안에서의 기억이 생생하다. 청소년 요금을 내야 했지만, 서툰 한국어 탓에 성인으로 오해하는 기사에게 아무런 설명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한국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상황을 해결했던 그날, 소년은 언어가 단순한 소통 수단 이상의 생존임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3년 뒤, 말을 잃었던 소년은 이제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에서 전기 기술자의 꿈을 당당히 설계하고 있다.
■ 언어의 벽을 넘어 배움의 문을 열다
에릭과 여동생 에델린 양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재혼으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서류 미비로 학교 입학조차 불투명했으나,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에릭은 중학교 3학년으로, 에델린은 2학년으로 교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눈물을 삼키던 날들도 있었지만, 도미니카에서 9년을 거주해 스페인어에 능숙한 어머니가 매일 밤 아이들의 학습 파트너가 되어주며 성장의 토대를 닦았다.
■ 오토바이 등굣길 대신 선택한 기숙사 생활
도미니카에서는 오빠 에릭이 오토바이에 동생을 태우고 먼 길을 달려 학교에 갔지만, 지금은 국내 유일의 다문화 청소년 기숙형 기술고등학교인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에서 안정된 일상을 보낸다. 전기 기술에 매료된 에릭이 먼저 2025년 입학했고, 1년 뒤 여동생 에델린이 오빠의 뒤를 따라 같은 길을 선택했다. 기숙사라는 공동체 공간은 이들에게 단순한 숙소를 넘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배움에만 몰입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다.
■ 기술로 잇는 미래, 항공기 전기 정비를 꿈꾸다
학교생활은 남매의 일상을 다채롭게 변화시켰다. 가장 고전했던 한국어는 이제 에릭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되었고, 매운맛에 힘들어하던 에델린은 어느덧 김치볶음밥을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이 다 됐다. 에릭은 대학 진학 후 항공기 전기 정비 분야에서 일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다솜고의 맞춤형 교육과 생활 지원 시스템은 낯선 땅에서 길을 헤매던 남매를 스스로 길을 만드는 기술 인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