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1950년대 병원 귀하던 시절부터 30여 년 이웃 돌본 나이팅게일 어머니
ㅣ치매 앞에서도 빛난 간호사 출신 어머니의 헌신, 세대 간 정 나누는 실천적 효 문화 현장
ㅣ가족과 지인이 한목소리로 부른 ‘어버이의 은혜’, 온 마을이 축복한 0.017%의 기적

척박한 한 세기를 쉼 없이 달리며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온 한 어머니의 백수(白壽) 잔치가 지역 사회에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28일 제천에서는 권순득 여사의 100세를 축하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어르신의 건강한 삶을 기리며 뜨거운 사랑을 전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 가족이라는 꽃을 일궈낸 100년의 숭고한 희생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권순득 여사는 1950년대 제천에 병원이 단 두 곳밖에 없던 시절부터 30여 년간 간호사로 헌신한 인물이다. 지역의 많은 이웃이 아플 때마다 곁을 지키며 나이팅게일의 마음으로 봉사했던 권 여사는, 1남 5녀의 자녀들에게도 삶의 굳건한 지표이자 따뜻한 안식처였다.
현재 초기 치매를 앓고 있음에도 권 여사는 100세라는 고령이 무색하게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직도 손수 식사를 하실 정도로 정정하신 권 여사는 자녀들과 손주들의 축하에 손가락 하트 포즈로 화답하며 여전히 소녀 같은 유쾌함과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가족들은 행사장 곳곳에 “우리라는 꽃을 피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모진 세월 속에서도 자식들을 정성으로 길러내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온 어머니의 헌신에 대한 깊은 감사의 표현이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고 남은 다섯 딸이 모두 모여 케이크와 음식, 선물을 준비하며 어머니의 백수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 “어머니의 품에서 사랑을 배웠습니다”
이날 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넷째 딸의 편지 낭독이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어머니가 걸어온 희생의 길을 회고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넷째 딸은 북받치는 감정에 중간중간 울컥하며 멈칫하기도 해 현장을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녀는 “이 길을 걸어오시느라 참 고생 많으셨다”며 “어머니께서는 늘 당신보다 자식과 이웃을 먼저 생각하셨고, 힘든 날에도 가족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저희는 어머님 품에서 사랑을 배웠고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책임과 인내를 배웠다”며 “오래도록 저희 곁에 머물러 달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눈물 섞인 말로 낭독을 마쳤다.
이후 넷째 딸의 지인들이 나서 ‘어버이의 은혜’를 열창했고, 가족들 역시 권 여사를 위해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지인들은 축하의 의미로 정성껏 준비한 떡을 나누며 잔치의 훈훈함을 더했다.
■ 온 마을이 함께 축복한 0.017%의 기적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100세 이상 노인은 약 8천9백 명으로 전체의 0.017%에 불과하다. 이렇듯 경이로운 장수를 맞이한 권 여사를 향해 지역 사회의 축하 인사도 끊이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지역 인사들과 지인들은 100세 장수 어르신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지역의 큰 복이라며 권 여사의 앞날에 건강과 평안이 가득하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넷째 딸은 벅찬 감동 속에서 바쁘신 가운데도 함께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하며 정성스러운 식사를 대접했다.
어르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만수무강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잔치는 한 사람의 생을 기리는 동시에, 세대 간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실천적 효(孝) 문화의 현장으로 참석자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전망이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