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제천시민회관서 3월 23일부터 4월 1일까지… 국악과 민화 어우러진 이색 전시
ㅣ천연 염색 초롱부터 수묵 연리도, 책가도까지 다채로운 작품 통해 관람객과 소통

전통 민화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온 차혜숙 작가가 네 번째 개인전 ‘제천 국악 한 스푼, 민화 이야기-민화 한 점에 담은 행복’을 통해 관람객과 만난다.
중부내륙문화관광협동조합의 주관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국악과 민화가 한데 어우러지는 독특한 융합 예술 프로젝트로, 3월 23일부터 4월 1일까지 제천시민회관 1전시실과 2전시실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국악 한 스푼’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10일간의 전시 기간 내내 관람객들은 전시장 가득 흐르는 국악 선율 속에서 민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를 살려 개전식은 그 어느 때보다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꾸며졌다. 한국국악협회 제천지부 곽병숙 지부장과 회원이 ‘청춘가’, ‘뱃놀이’, ‘배띄어라’ 등 세 곡의 신명 나는 민요를 열창하며 전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관람객들은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추었고,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공유했다.
곽 지부장은 “국악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전통”이라며 국악과 민화의 만남이 지닌 의미를 더했다.
■ 황토빛 초롱에 담은 희망의 울림… 일상 속으로 스며든 민화의 재해석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천연 황토 염색 원단으로 제작된 ‘초롱’ 형태의 작품들이다.


차 작가는 전등 대신 천으로 만든 ‘종’을 초롱 내부에 매달아 세상에 희망을 ‘알림’한다는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초롱 표면에 호랑이, 개, 모란, 닭, 연꽃, 물고기 등을 다채롭게 그려 넣어,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며 각자의 복을 기원하길 바라는 작가의 깊은 배려를 담아냈다.
전통 양식을 벗어나 현대적 교류의 의미를 담은 육폭병풍 ‘까치호랑이’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무서운 맹수의 모습 대신 까치와 정답게 소통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에 필요한 따뜻한 관계의 미학을 제시한다. 차 작가는 이에 대해 “호랑이와 까치가 서로 즐겁게 놀며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면을 담고 싶었다”며 “그림을 보는 것 이상의 까치와 호랑이가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크 원단에 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화조도를 그려 넣어 창문 가랜드(커튼) 형태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작품은 실생활에 녹아드는 민화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설화와 교훈이 살아 숨 쉬는 풍성한 작품의 세계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생생한 스토리텔링 역시 관람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송학도)
(월야정)
(해학도)
(병오년의 행복)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학을 그린 ‘송학도’, 새벽을 깨워 세상을 밝히는 닭의 기개를 담은 ‘청계도’, 부귀영화와 평안을 기원하는 ‘모란화병도’는 민화 본연의 미학을 충실히 보여준다. 또한 달밤의 고즈넉한 정취를 담은 ‘월야정’과 하늘과 바다를 잇는 사다리 역할을 하며 장수를 기원하는 ‘해학도’는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2026년 병오년을 기념해 제작된 ‘병오년의 행복’은 차 작가의 가족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다. 작가 본인을 포함한 가족 4명을 네 마리의 말로 형상화하여 가족 모두의 건강과 화목,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역동적인 말의 기운 속에 가족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교차하며 관람객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준다.
(문자도(효제충신예의염치))
8폭 병풍으로 제작된 ‘문자도(효제충신예의염치)’ 중 ‘효(孝)’ 자에는 잉어가 그려져 이목을 끈다. 이는 한겨울 계모를 위해 얼음을 눈물로 녹여 잉어를 구했다는 중국 왕상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지극한 효심을 상징한다. 여덟 글자는 각각 고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효(孝)·제(悌)·충(忠)·신(信)은 가족, 동료, 국가 등 관계에서의 사랑과 존경을, 예(禮)·의(義)는 옳고 바른 태도와 행동을, 염(廉)·치(恥)는 청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상징하며 묵직한 교훈을 전한다.
(행복 항아리)
(책가도)
(연리도)
한지를 짓이겨 입체감을 살린 ‘행복 항아리’는 넉넉한 달항아리 속에 부귀영화를 뜻하는 모란을 가득 채워, 팍팍한 삶 속에서도 관람객의 마음속에 따뜻한 복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함을 담아냈다.
화려한 채색을 배제하고 먹의 바림(농담)만으로 연꽃과 물고기를 표현한 종 모양의 수묵 ‘연리도’ 역시 다산과 출세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작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학업 증진과 평안을 기원하는 전통적 의미를 담은 ‘책가도’ 4점도 전시되어 풍성함을 더했다.
■ 부군이 진행한 따뜻한 개전식… 내빈들의 찬사 이어져

이날 개전식의 사회는 차 작가의 부군이 직접 맡아 훈훈함을 자아냈다. 차 작가는 인사말을 통해 “초롱을 제작하여 민화를 그려 설치하는 등 이전과 조금 다른 전시를 준비했다”며 “작은 붓끝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모여 부족한 작품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잠시나마 편안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전시를 준비하는 15일 동안 밤낮없이 작업에 매진할 때, 남편이 매일 도시락을 챙겨주며 열성적으로 외조해 주었다”며 든든한 동반자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영기 제천시의회 의장은 “부군께서 직접 사회를 보며 아내의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라며 “차 작가님 같은 분들이 더욱 많아져 제천 문화예술의 품격이 한층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축하를 전했다.
윤종섭 제천문화원장 역시 “국악의 울림 속에서 민화를 감상하는 융합 전시가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으며, 이정임 시의원과 권영인 중부내륙문화관광협동조합 이사 등 내빈들도 지역 문화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든 이번 전시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 차혜숙 작가

경북 영주 출신인 차혜숙 작가는 전통 민화의 맥을 이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채와 기법으로 세상을 그려내는 예술가다. 현재까지 총 4회의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사단법인 한국민화협회 문화기획부 이사이자 동아국제미술대전 초대작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제천 의림지 인근에서 민화 공방을 운영하며 후학 양성과 시민 대상 체험 프로그램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제천·단양 민예총 전통미술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지역 문화 축제와 교동 벽화 마을 사업 등 예술의 사회적 환원에도 앞장서 왔다. 전통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와 융합을 탐구하는 그녀의 행보는 제천 지역 예술계에 밝은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 대한민국 문화도시 충주 충청권 국악문화향유거점 활성화 지원사업
한편,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충주 충청권 국악문화향유거점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중부내륙문화관광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세 가지 릴레이 기획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첫 번째 행사인 차혜숙 작가의 개인전 ‘제천 국악 한 스푼, 민화 이야기-민화 한 점에 담은 행복’에 이어, 두 번째 행사인 ‘원로예술인 포토 이음전 – 정채봉·박기영 사진전’이 오는 3월 27일부터 4월 15일까지 제천시 내제로에 위치한 카페 아르떼에서 개최된다. 차혜숙 개인전 개전식에서 김서윤 사진작가협회 제천지부장은 “개인전을 열 기회가 적었던 원로 예술인들을 위해 기꺼이 공간과 기회를 나눴다”며 예술인 간의 끈끈한 연대와 협업의 배경을 설명해 의미를 더했다.
세 번째 행사인 ‘아파트 도서관 작은 음악회’는 오는 3월 28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제천 강저리슈빌아파트 작은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으로,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다채로운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