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검은 교복의 까까머리 소년들, 백발의 80세 노신사 되어 다시 만나다
ㅣ신주하 회장 “치열했던 삶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뜻깊은 자리”
ㅣ가족과 함께한 60년 만의 재회, 웃음과 눈물 공존한 감동의 하루


1966년 2월 8일, 까까머리에 검은 교복을 입고 교문을 나섰던 소년들이 정확히 60년 만에 다시 뭉쳤다. 강산이 여섯 번 변한다는 긴 세월을 지나 어느덧 팔순의 노신사가 된 이들은 서로의 주름진 손을 맞잡으며 뜨거운 눈시울을 붉혔다.
제천제일고등학교 제18회 동창회(회장 신주하)는 2월 8일 제천시 명성유유웨딩컨벤션에서 ‘졸업 6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주하 회장과 18회 동창들을 비롯해 송광호 전 국회의원, 김정문 제천제일고 총동문회장, 최명현 제천한방천연물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박영기 제천시의회 의장, 이정임·윤치국 시의원, 김춘남 제천시여성단체협의회장, 최진욱 제천제일고 교장, 학교운영위원장, 자모회장 등 내빈과 가족 150여 명이 참석해 지난 60년의 세월을 회고하고 변치 않는 우정을 확인했다.
■ ‘졸업 60주년 축하합니다’… 행사장 가득 메운 가족들의 사랑
행사장 입구에는 “졸업 60주년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적힌 화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눈길을 끌었다. 아들, 딸, 사위, 그리고 후배들이 보낸 축하 메시지는 행사장 곳곳을 장식하며 팔순을 맞이한 졸업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은 서로의 건강한 모습을 확인하며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 신주하 회장 “서로의 등 토닥여주는 뜻깊은 자리”

신주하 회장은 환영사에서 “1966년 졸업 후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 친구들의 얼굴에 그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신 회장은 “오늘 이 자리는 단순히 얼굴을 보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걸어온 인생을 서로 인정하고 ‘그래도 잘 살아왔다’며 등을 토닥여 주는 위로와 격려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먼저 떠난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크지만, 오늘만큼은 학창 시절의 이름으로 돌아가 마음껏 웃자”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별도의 식전 행사 없이 진행된 1부 기념식은 엄숙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내빈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송광호 전 국회의원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우리지만, 남은 인생을 배우자와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자”며 덕담을 건넸고, 최명현 전 시장은 “제일고 18회 선배님들의 모교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존경을 표했다. 김정문 총동문회장 역시 “18회 선배님들은 모교가 인문계로 전환하고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신 멘토”라며 감사를 전했다.
■ 눈시울 붉힌 답사… “친구들아, 부디 건강하자”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신길호 동창 대표의 소회 발표였다. 단상에 오른 신길호 대표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봄의 희망, 여름의 열정, 가을의 결실을 지나 이제 겨울의 성찰 속에 서 있는 우리”라며 “삶의 굽이굽이마다 친구들의 이름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세월은 흘러도 우정은 변치 않는다. 80세 청춘인 내 친구들아, 사랑한다”라고 외치자, 참석한 동문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눈물을 훔쳤다.


행사 1부 마지막 순서로 교가를 제창할 때는 60년 전 조회 시간으로 돌아간 듯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동창들과 가족들이 함께 단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60년 전 졸업식에는 없었던 자녀와 손주들이 곁을 지키는 새로운 추억을 남겼다.
■ 색소폰 선율과 트롯이 어우러진 ‘화합의 장’

이어진 2부 만찬 행사는 소통과 여흥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김정문·김춘남 색소폰니스트가 무대에 올라 감미롭고도 흥겨운 색소폰 연주를 선보이자 행사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참석자들은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어깨춤을 추었고, 양지아 향토가수의 신나는 트롯 공연은 행사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8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행사의 대미는 신주하 회장의 폐회사로 장식됐다. 신 회장은 “오늘의 이 벅찬 감동을 가슴에 품고, 우리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그날까지 평안하기를 바란다”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6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만난 제천제일고 18회 동문들.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진한 그들의 우정과 가족들의 사랑이 어우러진 이날 행사는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잊지 못할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