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제천시자원봉사센터 제12대 명장 김양자 단장(1365서포터즈)을 만나다
ㅣ주변인이 말하는 ‘참봉사’의 의미… “책임감과 겸손으로 쌓아 올린 시간”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절대 시간을 뜻한다. 그러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타인을 위해 1만 시간을 쏟아붓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지난 11월 28일, 제천시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제12대 자원봉사 명장으로 선정되어 금배지를 가슴에 단 김양자(66) 단장을 만났다.
2004년 첫 발을 뗀 이후 21년 동안 그가 현장에서 기록한 시간은 1만 488시간. 그 긴 세월을 관통해온 힘은 의외로 소박하면서도 단단했다.
■ 1만 488시간의 기록, 웃음으로 피어난 ‘행복의 선순환’

김양자 명장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소’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두고 “봉사할 때 가장 행복해 보이고,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명장은 2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봉사 현장을 지켜온 가장 큰 이유로 ‘즐거움’을 꼽았다. 그는 “봉사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며 “사람들과 어울려 땀 흘리고, 남을 즐겁게 해주는 모습을 볼 때 나 자신도 행복해지는 ‘기쁨의 선순환’이 나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봉사 현장에 나가면 오히려 신나고 즐거워 힘들 틈이 없었고, 덕분에 건강까지 얻었다는 그는 봉사가 곧 자신을 지탱하는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2004년 한국자유총연맹 활동을 통해 환경정화와 배식 봉사로 첫발을 내디딘 그의 여정은, 봉사는 결코 편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는 확고한 철학 아래, 비바람과 태풍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걸음 먼저 다가서는 헌신으로 이어져 사랑의 밥차와 각종 재난 현장을 누비는 원동력이 되었다.
■ 사비 털어 동료 챙기던 ‘참봉사’… 늘푸른에서 배운 리더십
지금의 김양자 명장을 있게 한 모태는 2006년 인연을 맺은 ‘늘푸른산악회봉사단’이다. 그는 이곳을 자신의 ‘봉사 사관학교’라고 표현했다. 7년 넘게 팀장으로 활동하며 배식, 아동 돌봄, 이동 목욕 봉사, 수해 복구 등 봉사의 기초부터 실전까지 온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명장과 함께 활동했던 이상복 늘푸른산악회봉사단장은 그를 ‘책임감 강한 참봉사자’로 기억했다. 이 단장은 “김 명장은 갈등이 생기면 특유의 리더십으로 팀원들을 다독여 화합을 이끌어냈다”며 “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본인의 사비를 털어 밥과 커피를 살 정도로 희생정신이 남달랐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남들이 꺼리는 궂은일에도 가장 먼저 나서고, 리더로서 팀을 잡음 없이 이끌어가는 그의 모습은 훗날 그가 어떤 고된 현장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단단한 뿌리가 되었다.



김 명장은 가장 힘들었던 봉사로 ‘담배 농사 일손 돕기’를 꼽았다. 새벽부터 시작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끈적한 담배 진이 달라붙는 고된 작업이었지만,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외면할 수 없어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씻겨드리는 목욕 봉사를 할 때면, “딸이나 며느리보다 낫다”며 손을 잡는 어르신들의 눈빛에서 피로를 잊곤 했다. 반대로 수해 현장에서 물바다가 된 집을 마주했을 때의 막막함은 가장 큰 고비였지만, 동료들과 힘을 합쳐 복구해냈을 때의 보람은 그만큼 컸다고 회상했다.
■ 손끝으로 전하는 울림,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지우다

김 명장의 활동은 육체적 헌신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13년부터 ‘손짓사랑수어통역봉사단’ 활동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소통의 벽을 허무는 데에도 힘썼다. 10년 넘게 수어를 배워 농아인들과 나들이를 가고, 수화 활동 대안 수업 등 청각장애인 관련 수업을 도왔다. 특히 신중년 활동으로 수화 활동 대안 수업을 진행할 때나, 선생님들이 수업을 할 때 보조 역할을 담당했다. 게이트볼과 볼링 등 청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활동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그는 지적발달장애인들이 무대 위에서 수어로 노래하던 날을 꼽았다. 김 명장은 “수어를 가르쳐 드린 장애인분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객석에 앉은 또 다른 청각장애인이 그 모습을 보며 감동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눈빛과 손짓으로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다.
■ 일상이 된 책임감, 등불처럼 은은하게 빛나다



현재 그는 제천시자원봉사센터와 봉사자들을 잇는 가교, ‘1365서포터즈’의 단장으로 4년째 조직을 이끌고 있다. 센터의 손발이 되어 묵묵히 헌신해 온 1365서포터즈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국민추천 부문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 명장은 “총무 9년에 단장 4년 차, 마지막 임기에 우리 단체가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이 상은 새벽부터 봉사를 마다하지 않고 현장을 지켜준 20명의 단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김 명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박선민 전 제천시종합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그를 ‘습관처럼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박 전 국장은 “김 명장에게 봉사는 특별한 명분이 아닌, 비가 오나 몸이 고되나 실천해야 하는 일상적인 책임감이었다”며 “늘 ‘도움을 준 것보다 배운 것이 더 많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야말로 김 명장이 가진 가장 빛나는 덕목”이라고 말했다.
1만 시간은 한 사람의 온기로 꽉 채워진 시간이며, 그는 거창한 영웅이라기보다 조용히 다가가 빛을 나누는 등불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 “봉사는 나를 살게 하는 힘”… 대를 이어 흐르는 나눔의 유전자

1만 시간을 달성한 명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그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족들의 든든한 응원이 있었다. 봉사를 통해 얻은 활력으로 가정에 더 충실하게 되었고, 아이들 역시 엄마의 등을 보고 자라 직장 생활중에도 연탄 봉사와 배식 봉사에 참여했다. 대를 이어 나눔을 실천하는 자녀들의 모습은 김 명장에게 무엇보다 큰 자부심이다.
김양자 명장에게 봉사의 의미를 묻자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봉사는 제 삶의 에너지입니다. 봉사를 통해 제가 더 건강해졌고, 가족을 더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저는 내일도 현장에 있을 겁니다.”
제천시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김양자 명장. 그의 가슴에 빛나는 금배지는 누적 시간 이상의, 그가 21년간 땀과 눈물로 채워 넣은 ‘이웃 사랑’의 결정체다.
■주요 수상 내역
°2005년 12월 제천경찰서장 표창
°2008년 6월 자유총연맹 총재상
°2011년 11월 제천시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 천사상
°2014년 10월 제천시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 MVP
°2015년 10월 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랑의밥차 천사상
°2015년 12월 충청북도 도의회 의장상
°2017년 11월 2017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 도지사 표창
°2018년 6월 제천시장 감사패
°2018년 10월 농아인의 날 제천시장 표창
°2018년 12월 제천시자원봉사센터 솔선수범상
°2021년 11월 자원봉사 1,000시간 이상 제천시장 표창
°2023년 2월 충북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으뜸봉사상
°2023년 9월 수해복구 도지사 표창
°2025년 11월 12대 명장 인증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