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산 노동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시대이지만, 그 속에서 평생을 바쳐 일했던 이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광산진폐권익연대 제천지회(지회장 정영한)는 11월 18일 제천시 명락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5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진폐재해자 위로금 부지급 결정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강한 결의를 다졌다.
이날 총회에는 제천시 시의원을 비롯해 지역 기관·단체 관계자와 협회 본부 구세진 회장, 회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탄광지역은 아니지만 영월·정선·태백 등지에서 일하다 제천에 정착한 퇴직 광부가 많은 만큼, 제천지회는 권익 보호 활동의 지역적 의미가 크다.
정기총회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잇따라 내리고 있는 ‘진폐위로금 부지급’ 결정에 대한 규탄대회 성격을 더했다. 협회 지도부는 과거 갱내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복장을 갖춰 입고 ‘결의문’을 발표하며 현장의 절박함을 직접 드러냈다.
협회가 공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상환 씨 사례를 포함해 유사한 부지급 사례가 2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당 최소 3천만 원 규모의 위로금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협회는 “진폐로 몸이 망가진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최소한의 보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2012년에는 같은 직종의 근무자에게 위로금이 지급되었지만, 2024년엔 동일 조건임에도 부지급 결정을 받는 등 기준의 일관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문제의 핵심은 ‘분진작업 종사자’ 여부를 입증하는 서류다.
진폐장해등급을 이미 받은 이들에게도 수십 년 전 폐광된 사업장의 자료를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협회는 이를 두고 “장해등급 자체가 분진작업 종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제도의 모순을 지적했다.
협회는 지난 2025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득구 의원을 통해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바 있으며, 이번 정기총회에서도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초 근로복지공단 항의방문 등 후속 행동도 예고했다.
결의문에는 두 가지 요구가 명확히 담겼다.
산업화 시기 광업소 갱내에서 일한 모든 근무자를 직종 구분 없이 분진작업 종사자로 인정해 위로금을 지급할 것, 그리고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다.
제천지회는 “신문고를 울리는 심정으로 호소한다”며 “진폐재해자들의 절규에 사회와 정치권, 언론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번 정기총회는 제천 지역에 남아 있는 광부 세대의 현실을 다시 국제 무대로 끌어올린 자리였으며,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계기를 마련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