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창의 130주년 제천의병 고유제, 세명고 박종본 학생 아헌관 중책 맡아 ‘주목’
ㅣ”미래 세대와 소통 위한 의미… 역사 교사 진로 확신 얻는 계기 됐다”

130년 전 선열들의 함성이 깃든 ‘의(義)의 고장’ 제천에서 120년의 관습을 깨는 파격적인 제례가 봉행되었다.
10월 23일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 자양영당 숭의사에서 열린 ‘창의 130주년 제천의병 고유제(告由祭)’에서, 제천의병제 31년 역사상 최초로 고등학생이 제례의 핵심 제관인 ‘아헌관(亞獻官)’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헌관(獻官)은 제사를 지낼 때 술잔을 올리는 임시 직책으로, 첫 잔을 올리는 초헌관(初獻官),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관(亞獻官), 마지막 잔을 올리는 종헌관(宗獻官)으로 구분된다. 통상 지역의 기관장이나 원로, 유관 단체장이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 고유제에서는 김창규 제천시장이 초헌관을, 박용주 충북북부보훈지청장이 종헌관을 맡은 가운데, 두 번째 헌관인 아헌관이라는 중책을 세명고등학교 ‘국가유산지킴이’ 대표 박종본 학생이 맡았다.
이 같은 변화에는 제천문화원(원장 윤종섭)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고자 도입한 ‘청소년 헌관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자양영당이 세워진 1906년 이래 120년, 제천의병제가 1995년 시작된 이래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21년 세명대 대학생 총대의원회 의장이 아헌관을 맡은 사례는 있었으나, 고등학생이 아헌관을 맡은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려워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박종본 학생은 헌관복을 갖춰 입고 경건하게 손을 씻은 뒤, 의병선열 신위(神位)에 헌작(獻爵)하며 130년 전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그가 속한 세명고 국가유산지킴이(지도교사 어윤백) 학생들 역시 선비복을 입고 고유제에 함께 참석해 제천의병의 정신을 되새겼다.
’義로 세우고 魂으로 잇다’라는 올해 의병제의 주제처럼, 미래 세대인 청소년이 제례의 중심에 서면서 관습의 벽을 넘어 세대 간 소통과 역사 계승의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는 평가이다.
한편, 고유제가 열린 숭의사(崇義祠)는 자양영당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제천의병의 넋을 기리고자 조성된 사당이다. 내부에는 호좌창의진의 깃발과 ‘조선말13도의군도총재의암유선생휘하제현신위(朝鮮末十三道義軍都總裁毅庵柳先生麾下諸賢伸位)’를 봉안하고 매년 의병제를 통해 의암 유인석 선생을 비롯한 13도 의병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다음은 창의 130주년 제천의병제 고유제에서 아헌관이라는 중책을 맡은 박종본 세명고등학교 국가유산지킴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제천의병 고유제에서 최초로 고등학생으로서 아헌관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소감은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아헌관이라는 역할이 무슨 역할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제천의병 고유제를 하면서 아헌관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정말 중요한 역할이며 이번 기회가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아헌관으로 헌작을 올릴 때, 특별히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이 있으신가요?
➮”학교에서 제천에서 일어났었던 의병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헌작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숭고한 의병의 정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유제를 준비하면서 아헌관의 역할이나 제천의병의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거나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에서 말했듯이 저는 처음에 아헌관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아헌관이 제사를 지내게 될 때 두 번째로 술을 올리는 자리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세명고등학교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을 통해 어떤 활동들을 해왔으며, 이 활동이 이번 고유제 참여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세명고등학교에서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을 할 때 제천을 비롯한 충북의 많고 유구한 문화유산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문화유산에 대해서 직접 체험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제천의병 고유제가 저희 세명고등학교 국가유산지킴이에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자양영당 건립 120년, 제천의병제 31년 만에 관습의 벽을 넘어 학생에게 아헌관을 맡긴 것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전부터 아헌관 자리는 어르신이 주로 맡아서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저에게 아헌관 자리를 맡기신 이유는 예전의 관습을 깨고, 학생들을 넘어서 청년들과 미래 세대들과 함께 소통하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으로서 생각하는 ‘제천 의병 정신’은 무엇이며, 이 정신을 현대 사회의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어떻게 알리고 싶으신가요?
➮”저에게 제천 의병 정신이란 진정한 애국 정신이며,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의병의 정신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러한 정신을 저는 친구들에게 그저 국가와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병 정신이라고 알리고 싶습니다.”
■의병의 고장 제천에서 태어난 학생으로서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어떤 면모를 보여주기를 바라시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의병의 고장인 제천에서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다른 학생들이 조금 더 의병에 대해서 알아가고, 의병 정신을 익혀서 제천을 넘어서 세상을 비추어줄 면모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경험 이후, 앞으로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이나 역사 관련 활동에서 새롭게 해보고 싶거나 목표가 생긴 것이 있나요?
➮”이번 경험 이후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의병에 대해서도 알아보아서 조금 더 의병 정신을 키우고 싶습니다.”
■이번 경험이 본인의 진로나 학업, 혹은 개인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저는 제가 원하는 진로는 역사 선생님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 전에는 ‘이 진로가 나에게 정말 맞는 직업일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역사 선생님에 대한 진로에 확신을 얻었고, 앞으로 제 진로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번 고유제 참여가 본인에게 가장 뜻깊은 순간이었다면 언제였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고유제를 하는 동안 가장 뜻깊은 순간은 제가 헌작을 올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맡았던 아헌관이라는 역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으며, 진정한 의병에 대해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고유제를 주최하고 기획하신 분들이나 제천 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고유제를 준비하며 정말 많은 노고가 있었을 것 같은데,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한 이번에 저를 아헌관이라는 자리에 넣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