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방치된 학교 앞 도로변, 그녀의 손길 하나로 ‘쓰레기장’에서 ‘꽃길’로… 조용한 실천이 만든 마을의 기적

제천시 흑석동 두학초등학교 인근 도로변은 오랫동안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골칫거리였다. 유리병, 페트병, 일회용품, 낡은 가전제품, 건축자재, 전기매트까지… 수년 동안 온갖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며 악취와 미관 훼손은 물론,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길목에 있어 더 큰 우려를 자아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작은 꽃들이 반겨주는 ‘마을 속 꽃길’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흑석동 새마을부녀회장 이연자 씨가 있다.
■ 버려진 거리, 스스로 나선 ‘하나의 마음’
이연자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도로변 쓰레기를 수시로 치웠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마을을 바라보는 책임감과 애정에서 비롯된 자발적 행동이었다.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어요. 여긴 초등학교 앞이잖아요. 아이들이 지나는 길인데, 이런 곳을 그냥 두는 건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회장은 누구보다 조용히, 그러나 부지런히 움직였다. 남몰래 쌓인 쓰레기 더미를 수거하고, 재활용품과 폐자재를 분리해 버렸다. 문제는 치워도 치워도 다시 쌓이는 쓰레기였다.

“깨끗해지면 또 누군가 슬쩍 갖다놓더라고요. 반복되는 무단 투기에 절망할 때도 있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결국 그는 더 강한 결단을 내린다. ‘다시는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자.’ 단순히 청소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임을 직감한 이 회장은,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그 자리에 꽃밭을 조성하기로 마음먹는다.
■ 한 송이 꽃이 지킨 마을의 양심
이연자 회장은 흙을 퍼 날라 자리를 고르고, 꽃을 심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실행했다. 그렇게 조성된 미니 꽃밭에는 백일홍과 베고니아가 정성스럽게 뿌리내렸다.
그의 손길이 닿은 공간은 어느새 색색의 꽃들로 채워졌고,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멈춰 서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꽃 이름을 묻기 시작했다.

“꽃이 있으니까 이상하게도 아무도 쓰레기를 안 버리더라고요. 오히려 ‘고생 많으세요’ 하며 응원을 해주시니, 정말 보람 있었어요.”
실제로 꽃이 핀 이후, 해당 도로변에는 쓰레기 무단 투기도 발생하지 않았다. 마을의 분위기는 물론, 사람들의 인식까지 바꾸는 기적이 시작된 것이다.
■ 뚝심과 진심으로 지켜온 마을 사랑
이연자 회장은 이 일뿐만 아니라, 연중 꾸준한 봉사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2월에는 떡만두국 나눔 행사를 열었고, 정월대보름엔 찰밥 나눔, 초복엔 삼계탕 나눔 행사로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겼다.
또한 폐비닐과 농약병 수거 활동, 분기별 마을 환경 정화 활동, 복지 사각지대 발굴 등에도 앞장서며, 부녀회원들과 함께 흑석동 곳곳을 돌보고 있다.

특히 이연자 회장은 신백동 새마을부녀회장으로서도 이웃과 함께하는 다양한 나눔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의 작은 불편과 고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앞장서는 봉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앞 꽃밭 조성은 그녀 혼자만의 손으로 해낸, 더욱 특별한 헌신의 상징이다. 재료 구입, 쓰레기 처리, 꽃 식재, 이후 관리까지—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한 사람의 땀과 열정으로 이뤄낸 변화다.
■ ‘조용한 변화, 그러나 가장 큰 감동’
이 회장은 말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사는 마을이 예뻐지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그런데도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해요.”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쓰레기장이 아름다운 꽃길로 변한 건, 행정력도 예산도 아닌 한 사람의 조용한 실천과 멈추지 않는 진심 덕분이다.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심고, 주민들의 마음까지 변화시킨 이연자 회장. 그녀의 헌신은 흑석동을 넘어 지역사회에 ‘나눔의 꽃’을 피우고 있다.
두학초 도로변은 지금, 2년째 아름다운 꽃으로 계절마다 마을을 밝히는 상징이 되었고, 그 꽃길은 이연자 회장의 조용한 땀방울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