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년 의병장의 정신 따라… 문화와 역사가 흐른 하루

제천문화원(원장 윤종섭)은 지난 6월 20일, 시민 70여 명과 함께 ‘공연과 함께하는 문화유적 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제천의 역사와 호국정신, 그리고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행사는 지역의 역사적 인물과 장소를 몸소 체험하고 공연을 통해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입체적인 문화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천과 깊은 인연을 지닌 호국인물 운강 이강년(1858~1908) 의병장의 생애와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으로 구성돼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문경에서 만난 제천의 역사… 이강년 의병장의 삶을 따라
답사단은 이날 경북 문경의 ▲운강 이강년 기념관 ▲이강년 생가터 ▲옛길박물관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참가자들은 문화관광해설사의 생생한 설명을 들으며, 대한제국 말기 국권 회복을 위해 일어섰던 이강년 의병장의 치열하고도 숭고한 삶을 가까이에서 체감했다.
이강년 선생은 제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1908년 6월, 제천 청풍의 작성산 전투에서 일본군의 기습에 맞서 결사항전을 벌이던 중 발목 부상을 입고 피체되었고,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모진 고문을 견디다 같은 해 10월 교수형으로 순국했다. 그의 죽음은 제천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의병운동에 불을 지핀 호국정신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그의 시신은 유언에 따라 서울 효령대군 묘 아래 반장(半葬)되었지만,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제천 두학 장치미 박약제 인근에 잠시 안장됐다가, 지역 유림들에 의해 상주 화북면으로 은밀히 이장되어 현재까지 그곳에 묻혀 있다. 이 과정은 그가 순국한 이후에도 여전히 일제의 감시를 받았던 시대의 슬픔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뜻을 지키고자 했던 지역민들의 숭고한 연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 옛길박물관에서 만난 또 다른 제천 인물, 권섭
이날 참가자들은 문경의 옛길박물관도 함께 방문했다. 이곳에는 제천 출신의 조선 후기 문인 옥소 권섭(圃巢 權燮, 1671~1759) 선생의 문집 옥소고(沃沼稿)가 전시되어 있어 큰 주목을 받았다. 권섭은 유려한 시문과 풍부한 학문으로 당대 문단을 대표했던 인물로, 실학자적 면모를 바탕으로 제천 지역의 문화적 뿌리를 형성한 핵심 인물이다.
이번 답사를 통해 참가자들은 이강년 의병장뿐 아니라 제천이 배출한 또 다른 인물 권섭 선생의 유산까지 함께 살펴보며, 제천이 지닌 문화적 깊이와 정체성을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기념관에서 이강년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박물관에서 권섭 선생의 유품을 보며 제천의 역사와 정신이 단순한 과거가 아닌 지금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무대 위에서 이어진 감동… 연극 ‘환도열차’ 관람
답사 일정은 오후, 제천예술의전당에서 연극 ‘환도열차’ 관람으로 마무리되었다.
‘환도열차’는 해방 직후 서울 환도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 혼란과 민중의 갈등,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희망을 진중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연극은 오전의 유적 탐방과 자연스럽게 맞물려, 관객들에게 역사적 통찰을 감성적으로 되새기는 강한 울림을 안겨주었다.
한 참가자는 “이강년 의병장의 독립운동을 되새긴 후, 환도열차를 보며 해방 이후 또 다른 시대적 시련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며 “이 하루가 제천의 역사를 통째로 경험하는 값진 시간이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지역문화의 가치를 되새긴 하루
제천문화원 관계자는 “제천과 관련된 인물인 이강년 선생의 기념관과, 옛길박물관에 전시된 권섭 선생의 옥소고를 직접 보며, 제천으로 반드시 다시 가져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행사는 지역문화의 소중함과 그 참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뜻깊은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제천문화원은 매년 시민과 문화학교 회원들을 대상으로 문화유적지 탐방과 공연 관람을 연계한 통합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제천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