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순 민화 작가)
조선 시대 서민의 삶을 민화로 되살려낸 ‘제22회 단오맞이 민화전 – 풍속, 과거로의 여행’이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제천시민회관 1·2전시실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민화 작가 지은순 씨의 작품 해설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전통 회화의 깊은 의미를 전했다.
이번 전시는 제천시가 후원하고 민예총 제천단양지부 전통미술위원회(위원장 차혜숙)가 주최·주관한 행사로, 단오와 조선 민중의 일상을 풍속화로 풀어낸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특히, 지은순 작가는 민화를 재현 이상의 ‘생각을 담는 예술’로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전통 회화의 서사성과 상징성을 쉽게 풀어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전통 회화는 과거의 장면을 묘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이야기, 작가의 상상력까지 담아낸 예술”이라며, “관람자의 해석이 더해질 때, 민화는 또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희(카타리나)의 미인도)
예를 들어,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를 두고 그는 “간송미술관에서도 단독 전시될 만큼 의미 있는 작품으로, 여인의 감정과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했다”고 해설했다. 특히 작품 속 여성이 노리개를 단 모습에 주목하며 “외출을 준비하는 장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에 없던 고양이, 배경 등을 새롭게 삽입하는 창작자들의 시도는 전통 회화를 살아 있는 예술로 확장시키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김해미의 월하정인)
또 다른 예시로는 ‘월하정인’을 들었다. 지 작가는 “달빛 아래 밀회 중인 연인 곁에 고양이를 삽입한 경우처럼, 제3의 시선을 통해 작품의 서정성과 긴장감이 확장될 수 있다”며 “이처럼 전통화는 관람자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예술”이라고 밝혔다.
(지은순의 <혜원전신첩> 중 쌍검대무)
김홍도의 작품에 대해서는 “인물 중심의 단순한 구도가 특징이지만, 그 속에 동적 움직임과 생동감을 탁월하게 담아낸다”며, ‘쌍검대무’를 대표작으로 소개했다. 그는 “이 작품은 완벽에 가까운 구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원래는 여백으로 남겨졌던 공간에 바위를 삽입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전통화 역시 작가의 의도가 투영된 창작물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옥자의 단오날)
(탁선희의 미인도)
전통 회화의 현대적 재해석도 눈길을 끌었다. 유옥자 작가는 작품 ‘단오날’에 셀카 장면을 삽입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탁선희 작가는 ‘미인도’에 새를 추가하며 작품 해석의 여지를 확장시켰다. 지 작가는 “현대 민화 작가들은 전통의 틀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시대적 감각을 더하며 민화를 새로운 예술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박숙희의 단오맞이 정겨운 모습들)
지 작가는 또, 조선 말기에서 대한제국 초기까지 활동한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김준근은 외국인의 수요에 맞춰 조선의 풍속을 생생히 그려냈으며, 국내에 남아 있는 작품이 드물어 더욱 가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숙희 작가의 ‘단오맞이 정겨운 모습들’은 김준근의 ‘단오에 산에 올라 추천하고’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그네를 기다리다 결국 타지 못해 토라진 소녀들의 표정이 유쾌하게 다가온다”며 해학적인 해석을 더했다.
(전형숙의 봄나들이)
(황정임의 단오풍정)
해설을 마무리하며 지 작가는 “풍물놀이, 돌잔치, 회혼례, 단오풍정, 봄나들이, 농사일 등 다양한 풍속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당대 사람들의 삶을 생생히 기록한 문화의 보고”라며, “왕이 백성의 계절별 생활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제작된 풍속화는 예술 이상의 통치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했다”고 전통회화의 다층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번 해설은 전통 회화 속 숨은 이야기와 감성을 되살리는 시간으로, 전시의 깊이를 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은순 작가의 해설을 통해 관람객들은 민화가 오래된 그림 이상의 오늘의 시선으로 새롭게 대화할 수 있는 예술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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