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향토사료집』에 따르면, 장평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지역 행정과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했중심지로로 보인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 겉보기엔 평범한 들녘이지만, 이곳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제천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유서 깊은 지역이다.
『제천군지』, 『제천향토사료집』 등에 따르면, 이 일대는 옛 제천의 치소가 자리 잡았던 행정·경제의 핵심 공간으로, 관아와 객사, 대형 시장이 함께 조성돼 있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선 고대 기와 조각과 어골문 토기 등 중요한 유물이 다수 발견됐다. 주민들은 “논을 갈다 보면 기와 조각이 계속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장평리는 단순한 땅이 아닌, 제천의 역사를 말해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에 태양광 폐패널 폐기물 종합재활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민간 업체가 장평리 일대 9,944㎡ 부지에 시설 설치를 추진했고, 제천시는 올해 5월 이를 ‘적합’ 판정했다.
제천시는 “문화재청 관리 보호구역에서 1km 이상 떨어져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과 향토사학자들은 의견이 다르다. 과거 실제 유물이 출토됐고, 문헌 기록 또한 유적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만큼 추가적인 정밀 발굴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지금 제천의 1,000년 역사를 산업화 논리로 덮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민의 말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선 경고다. 개발과 보존의 균형은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오래된 과제지만, 문화유산은 일단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 경제적 이익보다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그 땅에 깃든 시간의 가치다.
장평리 폐패널 재활용시설 설치 문제는 단지 한 지역의 환경이나 산업 정책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대하고 어떤 가치관을 지향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다.
역사는 기억이다. 그리고 기억을 지키는 일은 지금 우리의 몫이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