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제천문화원, ‘청풍승평계 뿌리 찾기 공연’ 성황리 개최… 600여 관객 매료
ㅣ난계국악단과 정상급 예인들의 협연으로 되살아난 1893년 전통의 숨결

133년 전 제천 청풍호반에 울려 퍼지던 전통의 소리가 현대의 국악관현악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제천문화원이 주최한 ‘133주년 기념 청풍승평계 뿌리 찾기 공연’이 16일 제천예술의전당에서 6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80분간의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역사적 가치와 국악의 진수를 담아낸 무대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예술단으로 평가받는 청풍승평계의 역사와 예술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이번 공연은 지역 전통문화의 가치와 자긍심을 되살리는 뜻깊은 무대가 됐다.
특히 우리나라 3대 악성 가운데 한 사람인 난계 박연 선생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하고 있는 영동 난계국악관현악단(지휘 이현창)이 제천을 찾아 청풍승평계 창립 133주년을 축하하는 웅장한 선율을 선보이며 공연의 품격을 높였다.
여기에 손도언 총연출이 작품마다 담긴 의미와 감상 포인트를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곡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영상이 백스크린에 함께 펼쳐져 공연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 자연과 생명력을 연주한 전반부

첫 무대는 국악관현악곡 ‘역동의 강’이 장식했다. 난계국악관현악단은 힘찬 장단과 거대한 물줄기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선율로 무대를 열었다. 원곡은 금강의 유구한 흐름과 생명력을 서사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청풍호의 푸른 물결과 제천의 산세를 떠올리게 하며 객석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강물의 흐름처럼 때로는 장엄하고 때로는 역동적으로 펼쳐진 연주는 제천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해내며 공연의 시작부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피리협주곡 ‘바람칼’에서는 협연자로 나선 조광희 연주자가 피리 특유의 맑고 섬세한 음색을 바탕으로 자연의 숨결과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의 모습을 그려냈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교차하는 선율은 바람이 산과 들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연상시켰으며,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유연하게 이어지는 연주는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에 집중시켰다. 특히 피리와 국악관현악이 만들어낸 조화로운 음향은 전통음악이 지닌 깊이와 확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조광희 연주자는 뛰어난 기교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곡이 담고 있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했으며,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감동은 청풍승평계 133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하며 전통예술의 가치와 생명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순간이 됐다.
■ 관객과 하나 된 흥겨운 중반부

가야금병창 협주곡 ‘신사철가·꽃타령·까투리타령’은 우리 민요의 흥과 멋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서민들의 정서가 깃든 전통 가락과 가야금 선율이 어우러지자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고품격 소리 여행을 만끽했다.
이번 공연의 핵심 무대는 창작판소리와 국악관현악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청풍승평계’ 헌정 작품이었다. 1893년 창립된 청풍승평계의 역사와 풍류 정신, 지역 공동체의 화합과 예술 활동을 현대적인 음악 언어로 풀어낸 이 작품은 청풍승평계가 지닌 문화사적 가치를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특히 공연을 통해 133년 전 청풍 지역에 이미 국악 관현악단 성격의 예술단체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소개되자 객석에서는 놀라움과 감탄의 반응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무대 뒤편 스크린에 비친 가사를 따라 부르며 공연에 함께 참여했고, 청풍승평계의 예술 정신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 장구의 신명과 동서양의 조화가 돋보인 후반부

민영치 명인의 설장고 협주곡 ‘ODYSSEY-긴 여행’은 공연장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역동적인 장단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무대는 시작부터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민영치 명인은 자신이 평생 갈고닦은 장구 연주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관객들을 압도했다.
무대 곳곳을 누비며 펼쳐낸 역동적인 몸짓과 다채로운 장단, 폭발적인 타악 연주는 객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장구 가락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공연 내내 가장 큰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전통 타악의 매력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무대는 이날 공연의 백미로 손꼽혔다.
마지막으로 남성 성악 앙상블 그룹 B.O.S가 무대에 올라 ‘첫사랑’, ‘Il Mondo’, ‘바람의 노래’를 국악관현악 반주에 맞춰 열창했다. 서양 성악의 풍부한 화성과 국악기의 깊고 따뜻한 선율이 어우러지며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의 마지막은 관객과 함께하는 축제의 시간이었다. 앙코르 무대에서 B.O.S가 집시 킹스의 대표곡 ‘볼라레(Volare)’를 부르자 객석은 곧 하나의 합창단이 됐다. 관객들은 “볼라레 오오~, 깐따레 오오오오~”를 함께 따라 부르며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133년 청풍승평계의 역사와 예술 정신을 기념하는 이날 무대는 뜨거운 환호와 박수 속에 성대한 막을 내렸다.
■ 지역 문화유산의 자긍심을 높인 뜻깊은 시간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청풍승평계는 제천과 청풍지역이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우리 음악사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번 공연이 역사적 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되새기고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김영순 씨는 “눈 호강 귀 호강한 특별한 콘서트였고, 고품격 국악을 들을 수 있는 소리 여행이었다”며 “프로그램 템포 흐름이 좋아 몰입할 수 있었고, 음악으로 위로와 감동을 받아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김선옥 씨는 “전통 국악과 현대적인 영상 연출이 어우러져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며 “133년 전 우리 고장의 자랑스러운 풍류 역사를 알게 되어 가슴이 뭉클했고 앞으로도 이런 무대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