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2,000명 시민 운집한 대통합 잔치, 국가적 희생에 대한 ‘4대 대정부 요구안’ 공식 천명
ㅣ신종찬 공동대표 “국회와 대통령실 직접 찾아가 제천의 억울함 호소하고 투쟁 이어갈 것”

제천 시민들이 지난 한 세기 동안 국가 정책에 밀려 감내해야 했던 일방적인 희생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 마침내 거대한 행동의 서막을 알렸다.
지역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결성된 ‘제천시민 꿈틀운동 백년회’가 대규모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과 시민 행동을 선언했다.
제천시민 꿈틀운동 백년회(공동대표 신종찬)는 21일 오후 1시 제천예술의전당 광장에서 출범식 및 시민대통합 잔치를 개최했다. ‘100년의 희생, 100년의 보상, 100년의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제천의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 약 2,000여 명이 운집하여 지역 사회의 강력한 결집력을 과시했다.
■ 위기감 느낀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 거대한 물결을 이루다 – 시민운동으로 발전하기까지의 발자취

출범식에서는 꿈틀운동 백년회가 탄생하기까지의 치열했던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이 운동은 지난해 제천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작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25년 10월 봉양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모임을 시작으로,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제천의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12월 3일 첫 시민 모임을 통해 시민운동대책회의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뼈대를 갖췄다. 12월 11일부터는 시민회관 광장에서 서명 부스를 운영하며 길거리의 시민들과 직접 소통했고, 그 결과 ‘제천은 왜 침묵했는가, 다시 침묵할 것인가’를 화두로 제천문화회관에서 28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시민 대토론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후 지속적인 거리 캠페인과 정기회의를 거쳐 지역 사회의 공감대를 넓혀왔으며, 마침내 2,000여 명이 집결한 출범식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본격적인 시민운동의 막을 올렸다.
■ 송전탑부터 수몰 피해까지 켜켜이 쌓인 희생의 역사…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
시민의 소리 발표자로 나선 이들은 제천이 겪어온 불평등한 현실을 가감 없이 폭로했다.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이 자리는 100년 전인 1926년, 일제 교장의 망언에 맞서 학생들이 동맹 휴학 투쟁을 벌였던 옛 동명초 터”라며, “당시 투쟁 주역이었던 신운경 어른의 후손인 신종찬 공동대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역사적인 울림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제천이 겪어온 아픈 역사를 조목조목 짚었다. 1907년 의병 항쟁 당시 일제에 의해 도시가 불바다가 됐던 비극을 언급하며 정당한 보상을 촉구하는 한편, “충주댐 건설 당시 제천이 수몰지의 64%를 내주었음에도 혜택은 충주보다 적은 현실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 침묵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용두산 자락을 가로지르는 500여 개의 송전탑 문제를 거론하며 제천의 미래를 위해 국가가 결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봉양읍 옥전리 주민 강창원 씨는 최근 불거진 350kV 고압 송전탑 추가 설치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전기가 필요한 수도권과 용인을 위해 피해는 원주를 우회하여 제천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불공정한 상황을 성토하며, 송전탑 전면 철회를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동수 제천시노인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제천시민 꿈틀운동 100년의 출범은 이 땅을 지킨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우리 자손들이 대대손손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도록 제천을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는 대회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모쪼록 오늘의 출범식이 제천의 새로운 100년을 튼튼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역사적인 출범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했다.
■ “제천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광장에 울려 퍼진 시민의 함성

출범식의 열기는 시민 구호 제창에서 정점에 달했다. 백년회 운영위원인 박혜경, 어진경 씨의 선창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2,000여 명의 시민은 광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제천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국가는 응답하라!”, “송전선로 즉각 철회하라!”, “제천의 권리 지금 당장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연호하며 지역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제천의 희생은 끝내고 시민의 권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많은 시민이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 신종찬 공동대표,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을”… 4대 요구안 천명
이날 행사의 핵심인 공동성명서 낭독에 나선 신종찬 공동대표는 비장한 어조로 제천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신 대표는 “우리는 오늘 그저 울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라, 왜 제천이 100년 동안 희생만 해왔는지 묻기 위해 섰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제천이 의병의 도시라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불바다가 되었고, 충주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군사 시설과 미사일 기지에 이어 이제는 435기의 송전탑도 모자라 새로운 고압 송전선로까지 떠안게 된 참담한 현실을 강력히 성토했다.
신 대표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전기가 필요하면 수도권에 발전소를 지어야지, 수도권이 쓰는 전기를 위해 제천이 고통을 감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천을 역사적 희생 도시로 지정하고 국립의병기념관 건립, 수자원 관련 공공기관 최우선 배치, 국가특화산업단지 지정 등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신 대표는 “이 싸움은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와 대통령실로 직접 찾아가 제천의 억울함을 알릴 것이며, 오늘부터 행동하는 시민 1,000명을 모집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 축제와 결합한 시민운동의 새로운 지평

이날 행사는 기존의 딱딱한 집회 형식을 벗어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대통합 잔치’로 꾸며져 눈길을 끌었다. 국악협회 제천지부의 길놀이와 어린이 합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어린이 보물찾기, 시민 떡 나눔, 지역 출신 연예인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광장 곳곳에는 프리마켓과 먹거리 장터, 체험 부스가 마련되어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1,000만 원 상당의 가전제품 경품 행사는 축제의 열기를 더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었다.
■ 향후 일정과 조직 체계 정비
출범식을 마친 백년회는 당면 현안 해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오는 25일 오후 2시 봉양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리는 ‘송전선로 2차 주민 설명회’에 집결해 반대 여론을 강력히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6·3 지방선거 이후에는 전체 총회를 개최하여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조직을 더욱 체계적으로 정비한다. 2,000명 시민의 열망으로 시작된 꿈틀운동 백년회가 제천의 다음 100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