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제10회 제천호숫가음악제, 실화 바탕 ‘가곡 스토리 영상 콘서트’로 역대급 감동 선사
ㅣ한국전쟁으로 헤어진 부부의 기적 같은 재회, 클래식 무대에서 장엄한 서사로 재탄생
ㅣ테너 임덕수·바리톤 석상근 등 최정상 성악가들, 전쟁의 비극과 인간 승리 열창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 11월 6일 저녁, 제천예술의전당이 뜨거운 감동으로 물결쳤다.
제10회 제천호숫가음악제가 야심 차게 선보인 〈박달과 금봉의 사랑〉 콘서트가 그 무대다. 한국전쟁으로 헤어져 33년 만에 기적처럼 재회한 부부의 실화에 제천의 박달재 전설을 엮어낸 이번 공연은 한 편의 장엄한 서사시가 되어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실화와 전설이 빚어낸 감동의 서사
이번 공연은 ‘가곡 스토리 영상 콘서트 with 오케스트라’라는 부제에 걸맞게, 6·25 전쟁의 비극적 실화와 제천의 ‘박달과 금봉’ 전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

전쟁 발발과 함께 북한군 지게부대로 강제 징집된 신랑 ‘박달’과 홀로 제천으로 월남해 기다림의 세월을 보낸 신부 ‘금봉’. 33년 만에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재회하는 두 사람의 기적 같은 여정은 무대 위 대형 스크린의 영상과 성악가들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로 완벽하게 재탄생했다.
■6막의 파노라마, 눈물과 환희를 그리다

공연은 총 6막으로 구성되어 ‘박달’과 ‘금봉’의 기구한 운명을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1장 ‘이산가족 찾기’에서는 바리톤 석상근의 ‘보리밭’에 이어 소프라노 송난영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애절하게 불렀다. 구슬픈 목소리로 애타는 그리움을 표현해 초반부터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이어 바리톤 석상근이 ‘떠나가는 배’로 헤어짐의 슬픔을 더했다.
전쟁으로 ‘박달’이 인민군의 지게꾼이 되어 헤어지는 2장 ‘박달, 지게꾼이 되다’에서는 테너 임덕수가 ‘이등병의 편지’를, 소프라노 이윤지가 ‘가고파’를 부르며 전쟁의 참상 속 희미한 희망을 그렸다.
’금봉’이 제천에 정착해 ‘박달’을 기다리는 3장 ‘금봉의 구사일생’에서는 ‘울밑에 선 봉선화야’에 이어 ‘울고넘는 박달제’가 나오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뜨겁게 호응했다.
역경을 딛고 나아가는 의지를 담은 4장 ‘낙동강 도하’에서는 테너 임덕수가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불러 전쟁의 상처를 보듬었고, 이어 소프라노 이윤지가 ‘You raise me up’을 열창하며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인간의 희망과 용기를 노래했다. 두 사람의 하모니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위로를 남겼다.
’박달’이 포로수용소에서 이발사가 되는 5장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는 바리톤 석상근이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를 열창했다. 특히 노래 마지막 부분인 “피가로!”를 외치는 대목에서는 객석이 환호로 들썩였다. 이어 소프라노 이윤지와 송난영이 ‘Amazing Grace’’를 함께 불러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불빛을 밝히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마침내 재회의 순간을 그린 6장 ‘북한이냐 남한이냐’는 감동의 절정이었다. 테너 임덕수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으로 고뇌를 표현한 데 이어, 소프라노 송난영과 바리톤 석상근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듀엣으로 불러 가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테너 임덕수와 바리톤 석상근이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열창했다. 난이도 높기로 유명한 이 곡을 깊이 있는 울림으로 소화해 청중을 압도했으며, “빈체로(Vincero)!”를 외칠 때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공연의 대미는 전 출연진이 함께 부른 ‘오 솔레미오’가 장식하며 33년 만의 재회를 극적인 환희로 표현했다.
■최정상 아티스트들의 열연, 감동을 증폭시키다
이날 무대를 빛낸 주역들의 혼신을 다한 연주와 열창은 공연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김기웅 지휘자가 이끄는 (사)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는 서사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장엄하게 빚어내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이끌었다.
4인의 성악가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빛을 발했다. ‘금봉’ 역의 소프라노 이윤지(이화여대 성악과 졸업)와 소프라노 송난영(숙명여대 성악과 졸업)은 애절함과 강인함을 맑고 힘 있는 목소리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박달’ 역의 테너 임덕수(서울대 성악과 졸업)는 고난과 기다림의 세월을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이태리 피에트로 마스카니 국립음악원을 수석 졸업한 바리톤 석상근은 굵직하고 풍부한 성량으로 전쟁의 비극과 인간적 고뇌를 표현해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 역사와 제천의 만남”… 뜨거운 박수 속 마무리

전 출연진이 ‘우정의 노래’를 부르는 앙코르 무대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음악회를 관람한 한 관객은 “우리 역사와 제천의 이야기가 이렇게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으로 재탄생한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전쟁의 아픔을 딛고 재회한 부부의 이야기가 마치 내 부모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규모 도시가 아닌 중소도시 제천에서 10년 동안 한결같이 음악 축제를 이어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공연예술제’에 2년 연속 선정되며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이 모든 감동은 제천 시민들이 주도하는 순수 비영리 모임인 호숫가음악제 조직위원회가 주최·주관하고, 제천문화재단, 아세아시멘트, 건강보험 인재개발원의 후원으로 무료로 진행되어 더욱 뜻깊었다.
광복 80주년과 제10회라는 두 개의 이정표를 동시에 맞은 제천호숫가음악제는 이번 작품 〈박달과 금봉의 사랑〉을 통해 실화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대한민국 공연예술제’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굳건히 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 사진=김동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