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의림지 인근 이범우 선생 묘소 찾아 민족대표 33인 거리 퍼포먼스 앞두고 결의 다져
ㅣ을미의병 중군장에서 4.17 만세운동으로 이어진 숭고한 애국혼과 위정척사 기개 재조명

태극기를 높이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던 1919년 봄, 제천 장터에 울려 퍼진 그 외침은 철저한 준비와 조직 아래 이루어진 뜨거운 민족운동이었다. 그 중심에는 제천 4.17 만세운동의 주역이자 진정한 의로운 실천가, 이범우 선생이 자리하고 있다. 제천문화원은 4월 17일 제천시민회관 광장에서 ‘3.1의 함성, 제천 4.17 만세로 이어지다’를 주제로 제107주년 3.1절 문화나눔행사를 앞두고, 제천 만세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참배를 진행했다.
제천문화원(원장 윤종섭)은 ‘민족대표 33인 거리 퍼포먼스’를 하루 앞둔 16일 정오, 세명대 후문 및 의림지 인근 언덕에 위치한 이범우(1867~1906) 의병장의 묘소를 찾았다. 이날 참배에는 윤종섭 원장을 비롯해 이정미 부원장, 최영자 이사, 그리고 내일 행진을 이끌 장한성 이사(제천시자원봉사대학총동문회장)와 임직원들이 참석해 선생의 강직한 선비정신과 애국심을 되새기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제천문화원은 지난 2021년부터 4.17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하루 앞둔 16일마다 이범우 선생의 묘소를 찾아왔으며, 올해로 6년째 이 뜻깊은 발걸음을 이어가며 지역의 독립 역사를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범우 선생은 제천의 대표적 항일 투사로 꼽힌다. 그는 1895년 을미의병 당시 유인석 의병장의 휘하에서 중군장으로 활약하며 충주성 점령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정부는 선생의 헌신과 공훈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한 바 있다. 선생이 남긴 구국 정신은 시대를 건너 1919년 제천 만세운동을 싹틔우는 든든한 뿌리가 되었다.
1919년 3월 고종의 국장이 서울에서 치러졌을 때, 이범우 선생은 제천 대표로 참석해 독립선언문을 남몰래 품에 안고 돌아왔다. 조선이 독립국임을 천명하는 선언문은 선생의 손을 거쳐 제천 땅에 퍼졌고, 지역 내 뜻있는 인사들을 규합해 독립운동을 조직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그 결과 제천에서는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된 4.17 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됐다. 장터를 중심으로 1천여 명의 시민이 태극기를 흔들며 거리로 나섰고, 송학면 등 인근 지역에서도 만세 시위가 잇달아 일어나며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의 결기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 선열의 희생을 오늘날의 자부심으로 승화
참배를 마친 후 윤종섭 문화원장은 제천이 지닌 항일의 역사를 깊이 강조했다. 윤 원장은 “제천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가장 먼저 일어났던 ‘의병의 고장’이며, 그 기개가 이어져 1919년의 뜨거운 만세 함성으로 피어난 것”이라며, “내일 진행될 시민 만세 운동 거리 행진이 과거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이범우 선생과 같은 선열들의 정신을 오늘날 제천 시민의 자부심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한성 이사 역시 선생의 업적을 기리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장 이사는 “이범우 선생은 제천 의병의 핵심인 중군장으로서 을미의병의 불꽃을 당겼던 인물”이라며, “‘나라가 없으면 선비도 없다’는 위정척사의 기개로 충주성을 점령하고 일본군에 맞섰던 선생의 삶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제천이 왜 의병의 고장인지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끊어지지 않는 구국의 맥락을 오늘로 잇는 소중한 만세운동이다”고 말했다.
■ 역사를 잊은 도시에 미래는 없다

이날 묘소 참배와 곧이어 펼쳐질 거리 퍼포먼스는 형식적인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백여 년 전 선열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와 독립의 의미를 현대의 거리 위에서 되살리고, 이범우 선생을 비롯한 투사들의 뜨거운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음을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다. 의림지의 푸른 물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흐르지만, 그 물결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새로워야 한다. 선열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이 땅에서 누리는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천 시내를 가득 채울 만세의 행렬이 시민 모두의 자부심을 일깨우고, 굳건한 의병 정신이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로 승화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이범우 선생의 묘소 앞에 바친 한 송이 꽃이, 내일 제천 시내를 가득 채울 만세의 함성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한편, 장한성 이사는 이범우 선생의 넋을 기리며 헌시 ‘청풍호에 흐르는 의병의 넋’을 영전에 바쳐 추모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묵직한 울림과 성찰의 메시지를 던지는 헌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청풍호에 흐르는 의병의 넋> –장한성-
의림지 푸른 물결에 서린 기개
이범우 선생의 성성한 목소리 들리는 듯합니다.
나라 위해 바친 목숨 아깝다 않으시고
중군장의 깃발 높이 드셨던 그날의 결기
오늘 그 앞에 서서 묻습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이 땅을 지키고 있는가.
선생의 뒤를 따라 걷는 이 길
부끄럽지 않은 후손으로 살겠노라 다짐하며
고개 숙여 헌화합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