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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구의 빛의 미학 <6> “담배 건조실을 아시나요”

강문구의 빛의 미학 <6> “담배 건조실을 아시나요”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농촌에서도 쉽게 보기 어렵지만, 제천 옥순봉 방향으로 가다 보면 수산면 하천리에 담배 건조실이 현재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제천 수산면 하천리 담배 건조실

잠시 옛 기억을 떠올리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을 앵글에 담았다.

 

수몰되기 전 이 지역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제천 남쪽의 오지 중의 오지였다. 지금이야 건강식이지만 논이 귀하여 주로 보리농사를 지어 보리가 주식이었다.

뽕잎이 피는 봄이면 양잠을 하고 여름에는 담뱃잎을 수확했다. 특히 70년대 이 지역 큰 수입원 중 하나인 담배는 돈이 되는 효자 농작물이었다.

한여름에 담뱃잎을 수확해오면 새끼줄에 엮어 담배 건조실 장대에 층층이 걸어 말렸다. 일손이 부족하니 초등학교(당시 명칭은 국민학교) 방학 기간에 동네 아이들이 한 줄을 꿰어주면 1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담뱃잎을 꿰고 나면 손바닥은 담뱃잎 진으로 까맣게 변했다.

낮에는 담배를 따서 지게에 실어 옮기고, 밤에는 건조실 벽에 고정할 수 있는 나무 끝 한쪽에서 먼저 붙들어 매달았다. 이후에 잡아당겨 반대쪽 나무에 묶었다.

▲제천 수산면 하천리 담배 건조실 내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조를 위해 불이 꺼지지 않도록 석탄을 물에 개어서 시간마다 넣어 주었다. 그러면 건조실 아궁이에서 건조실 안쪽 바닥부터 벽을 타고 연결된 철관을 따라 열기가 올라갔다. 담뱃잎이 서서히 건조됐다. 주인장은 건조실 벽 이쪽저쪽에 작은 유리창을 통해 담뱃잎이 잘 마르는지 수시로 들여다봤다. 건조 상태를 확인하며 불 조절을 잘해야 색이 좋은 담뱃잎이 나온다. 그래야 수매 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 조절이 관건이라 밤을 꼬박 새웠다.

그만큼 담배 건조실은 연초 재배 농민들의 고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었다.

담배 건조실 여기저기를 담다 보니 해는 뉘엿뉘엿 강 건너 다불리 쪽 앞산에 걸리고, 시골집 연통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해 떨어지는 이맘때 불을 지펴 저녁을 지으시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른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어렵던 그 시절이었지만 동네마다 아이들도 많았고 자연 속 산과 강 곳곳이 놀이터였고 청정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건 왜일까요. (글, 사진=강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