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희 ‘개다래꽃’

꽃이다!
차창밖 저 멀리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하얀 꽃무리
꽃인가 하여 자세히 보니 나뭇잎이다.
어느새 개다래 꽃이?
운전하는 내내 불쑥불쑥 들이미는 잎새들의 춤사위를 보며 잠시 개다래에 취해본다

먼 산 숲이 연록의 색에서 진초록으로 색을 바꿔 입는 유월 중순을 넘어서면 숲 한자리가
느닷없이 흰색의 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거기에다 솔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개다래 하얀꽃 떼거지로 날갯짓하니 현란한 깜짝쇼의 시작이다.

지나는 벌 나비 어찌 이 감미로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배기랴

꽃의 유혹에 넘어간 염탐꾼 벌, 일벌들 떼로 몰아 가까이 다가가니

이런 이런ᆢ
꽃이 아니고 나뭇잎이였잖아?
어 근데 이 향기는 뭐지?

곧이어 후각을 자극하는 진한 향내음에 요리조리 꽃을 찾아 숨바꼭질을  한다.

이때
“어서와 나 요기있어 
나 그대 벌님들을 얼마나 기다렸다구!!!”
앙증맞고 귀여워 은방울같은 꽃들이
수줍은 듯 벌을 반긴다.

♡♡♡
훌랄라 룰랄라ᆢᆢ!
꽃들은 벌의 도움을 받아 종족보존을 위한 수정을 끝내고 튼실한 열매를 키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살짝 또 다른 벌레 한 마리 
아스콘다이리쿡 마자와 라는 이름도 생소한 이 벌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벌 날아간 뒷자리에 슬쩍 알 하나 안기고 달아난다. 이쯤되면 개다래의 잎은 완벽하게 자기 임무를 수행하였다고나 할까

하얀 잎의 그 현란했던 춤사위를 끝내고 본연의 초록색으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던 듯 잠잠해진다. 더 이상 벌들을 불러 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놀랍고 신기한 자연의 섭리다. 개다래의 생존을 위한 이 완벽한 연극은 도대체 누가 가르쳐준 것일까? 자연의 세계란 이렇게 경이롭고 신비하다.

개다래에 대해 좀 더 들여다 보기로 하자.

개다래 열매가 잎새 뒤에 숨어서 살을 찌우기 시작하면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들은 개다래 과육 속에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수액을 먹으며 성충으로 자라 간다.

벌레에게 제 몸을 내어준 개다래 열매는
상수리 열매처럼 예쁜 본래의 모습이 아닌 
울리불리 기형의 몸으로 자라다가 결국 성장을 멈추고 낙과를 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그냥 두고 볼일이 아니다.

그 열매 주어다 요리조리 연구하고 실험을 거쳐 약재로 긴요하게 써먹으니 이 열매가 통풍에 치료약인 충영 또는 목천료라는 약재로 거듭니든 순간이다.

잎이나 생긴 모양 등은 다래나무와 비슷해서 얼핏 보면 구분을 못하는 개다래는 달콤한 참다래에 비해 매운맛과 특유의 향 때문에 과실로는 먹지를 못한다. 제 혼자서는 서지도 못하고 커다란 관목에 의지해 덩굴을 이루며 자라는
나무지만 개다래의 지혜는 놀랍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늘 아침 원주 가는 길 산 모롱가지 돌 때마다 환하게 미소 짓는 이놈들을 보며 또 다른 삶의 지혜를 배운다.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는 저 깜찍한 지혜라니 우리들 인간이 배워야 할 또 다른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