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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문화원, 국내 최대 민간국악단체 ‘청풍승평계’ 창단 130주년 기념행사 열어

제천문화원(원장 최명현)은 22일 오후 1시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한벽루와 야외무대에서 국내 최대 민간국악단체인 ‘청풍승평계’ 창단 13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제2차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청풍승평계 13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창규 시장, 이정임 의장과 시의원, 강성권 제천교육장, 석상인 가섭사 스님, 이영환 중앙대 부총장, 한인석 중부매일 대표, 난계국악단, 제천청소년국악관현악단, 제천문화원 이사와 발전위원회 임원,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청풍승평계 130주년을 기념하다

▲두학농악풍물단이 길놀이를 하고 있다.

▲제천청소년국악관현악단 가락나래가 <산도깨비>와 <소금장수>를 연주하고 있다.

▲최명현 제천문화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두학농악풍물단이 길을 열고 시작을 알렸다. 최명원 원장의 대회사와 내빈 축사에 이어 지난주 창단식을 마친 제천청소년국악관현악단 가락나래가 6개월이라는 짧은 연습 기간임에도 국악동요와 가야금합주를 멋지게 소화해 박수받았다. 130년 전인 1893년 제천 청풍지역에서 창단한 우리나라 최대규모 국악단체인 청풍승평계 국악정신의 맥을 잇는 무대라 의미가 남달랐다.

최명현 문화원장은 “과거 청풍승평계는 한벽루에서 연주했고, 한벽루 앞에 숙소를 정했다. 또한 평등사 절에 악기를 보관했다. 안타깝게도 청풍수몰로 여러가지 기록이 함께 사라졌다. 현재 명단은 찾았지만, 단원들의 손자분들을 찾기가 어렵다. 앞으로 행사를 지속해서 열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희망차게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국악관현악단도 청풍승평계처럼 33인으로 제천 국악의 전통을 이어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부대행사로 제천문화원 다도교실에서 참석자들에게 전통차와 떡을 제공했다.

■송소라 교수 “제천은 우륵의 본향으로 전통음악의 뿌리를 잘 지켜왔다”

▲청풍승평계 제2회 학술세미나 토론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청풍승평계 제2회 학술세미나를 열고 있다.

제2회 학술세미나는 주제발표와 자유토론으로 이어졌다. 기조발표와 사회는 국악학자인 이형환 중앙대학교 부총장이 맡았다.

송소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청풍승평계의 풍류문화로서 면모와 의미 고찰”이란 주제로 “1893년에 조직된 청풍승평계, 1913년의 속수승평계, 그리고 청풍면 도화동에 은거하여 고전악을 연구한 1920년대의 민명철과 최윤희 등은 제천이 우륵의 본향으로 전통음악의 뿌리를 잘 지켰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세기 풍류 문화의 특징으로 보는 자발적 기금 마련과 조직 운영의 체계적인면에서, 청풍승평계는 20세기 중반에야 계의 규약을 문화한 지방 항제에 비해 단연 앞서 이루어진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청풍승평계에 관한 남겨진 자료가 현재로선 너무나 소락하다”며 “향후 이 조직에 관한 조사와 정리가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손도언 중도일보기자는 지난해 10월 제1회 학술세미나 개최 후 진척된 청풍승평계 다큐제작, KBS청주방송국 흑백 영상 속 연습 장소 발견, 단원의 의병활동 기록, 후손 찾기 등 청풍승평계의 실체를 찾아다닌 취재 기록에 대해서 발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이형환 중앙대학교 부총장을 좌장으로 신찬경 고려대 교수가 ‘청풍승평계의 풍류문화로서 면모와 의미 고찰’, 한인섭 중부매일 대표이사가 ‘사열이현 출신 우륵과 청풍승평계’, 조동언 중고제 판소리 이수자가 ‘제천 청풍승평계 우리지역의 미래가치 창조’ 등의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난계 국악관현악단을 통해 청풍승평계를 엿보다

▲난계 국악관현악단이 가야금 4중주 <침향무>를 연주하고 있다.

▲난계 국악관현악단이 거문고 3중주 <출강>을 연주하고 있다.

▲난계 국악관현악단이 가야금병창과 민속 기악합주 <육자백이>를 선보이고 있다.

▲난계 국악관현악단이 <태평소와 사물놀이>를 연주하고 있다.

난계 국악관현악단(지휘자 이현창)은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분인 난계 박연 선생의 업적과 예술적 혼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국악의 고장 영동의 문화사절단으로서 명성이 높다. 바쁜 일정 속에서 국내 최대 민간국악단체인 ‘청풍승평계’ 창단 130주년을 기념해 제천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최명현 제천문화원장은 난계 국악관현악단의 공연 전 “청풍승평계가 올해 창단 130주년이어서 영동 난계국악단을 초청해 그들(청풍승평계 단원)이 어떤 연주를 했는지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표시했다.

단원들은 정악의 백미로 꼽히며 백제시대 ‘정읍사’라는 제목으로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임을 생각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노래인 <수제천>, 전통 가야금 가락의 선율과 장구의 장단이 어우러진 가야금 4중주 <침향무>, 북한 작곡가 김용실 씨가 흥남 제련소 철강 노동자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은 곡인 거문고 3중주 ‘출강’을 연주했다. 객석에서는 가야금의 여성스러움과 거문고의 강인한 남성스러움 모두를 들을 기회를 가지며 공연을 즐겼다.

다음으로 가야금병창과 민속 기악합주 <육자백이>를 들려주었다. 전주대사습놀이 장원 출신의 단원은 가야금을 뜯으면서 노래하며 고품격 국악의 참맛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태평소와 사물놀이>을 들려주며 신명나는 무대를 꾸몄다. 관객들도 환호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김춘남(여, 66) 씨는 ‘프로그램 템포 흐름이 좋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고, 국악으로 서로 가까워지고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하여 더더욱 좋았다”고 공연 관람 소감을 밝혔다.

■한벽루에서 풍류를 즐기다

자리를 옮겨 조선시대 풍류가의 음악회뿐만 아니라 청풍승평계의 교련 장소인 보물 제528호 한벽루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는 공연자는 물론 청중에게 벅찬 감동을 주었다.

▲전미선 한국전통문화예술단 ‘나무‘ 대표가 해금을 연주하고 있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이수자 조동언 명창이 소리를 부르고 있다.

전미선 한국전통문화예술단 ‘나무‘ 대표는 천년의 호흡을 느끼는 우리 한의 소리, 활과 현이 서로 엉켜서 나오는 해금만의 오묘한 소리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이수자이며 사라져가는 ‘중고제’의 부활을 꿈꾸는 소리꾼 조동언 명창이 이야기가 있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는 소리 중간중간 동편제와 서편제를 비롯해 충청지역의 판소리 중고제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큰 호응을 얻었다.

청중들은 “한벽루에 올라가니 청명한 날씨 탓에 먼 곳까지 한눈에 들어와 청풍호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여기에 해금과 명창의 소리까지 귀를 호강하니 신선이 따로 없는 거 같다”고 행복감을 드러냈다.

■국내 최대 민간국악단체 ‘청풍승평계’

▲청풍승평계의 교련 장소인 보물 제528호 한벽루

제천 청풍승평계는 총33명의 단원으로 구성됐다현재의 국악관현악단처럼 수좌통집교독총률 등의 직급체계도 갖췄으며풍류가야(정악 가야금), 산조가야(산조가야금), 양금현금(거문고), 당비파(현악·8), 향비파(현악·8), 피리(향피리), 젓대(대금), 장고 등으로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다이를 근거로 학계에서는 청풍승평계가 우리나라 국악단체의 효시를 넘어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학설이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나라 첫 국악관현악단 태동시기는 1965(서울시국악관현악단)에서 1893년으로 72년이 앞서게 된다청풍승평계 단원들은 한국전쟁 이후 흩어졌고악기와 악보 등은 청풍호에 모두 수장됐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