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현장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테라피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제천시립도서관에서는세경대학교 이순득 겸임교수의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테라피’수업이 열린다.

그림책 테라피? 무얼까? 생소하다. 잠깐 수업을 들여다본다.

오늘 도서는 숀텐의 <빨간 나무>, 샤를로트 문드리크의 <무릎딱지> 두 권이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로 시작하는 <무릎딱지> 책은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죽음에 이야기를 아이의 시선으로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주의) : 보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 질 수 있음)

또 한 권의 책 <빨간나무>는 내 삶에 주체는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임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고통과 아픔이 수반되는 어려운 삶 속에서도 분명 희망이라는 싹은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세상을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나 스스로 또는 타인과 비교할 때가 있다. 그리고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실, 절망, 시기, 질투, 위축 등 다양한 감정들과 대면하게 되는데 그럴 때 이 책은 늪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암담함과 무기력이 나 자신을 옭아맨다 하더라도 인생의 모든 순간은 빨간 단풍잎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어떠한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우울은 부정적이다, 상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여러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표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에 대한 상실을 의연히 받아들이고 충격에서 단계적으로 벗어나는 애도는 바람직하다. 우울보다 애도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슬픔이 발생할 때 우리는 잠시 마음의 쉼표가 필요하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수업에서는 책 속에 함축된 간결한 의미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심리 이론을 다양한 활동과 접목하다보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처음 가졌던 낯선 심리상담 용어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이해된다. ‘그림책 테라피’ 말 그대로 그림책 치료다. 함께 읽던 책의 내용에 공감해서 이내 감정이 복받쳐 우는 이도 있다. 치유의 공간에서 서로 하나가 된다. 책도 보고 마음도 정화되는 시간이다.

하얀 도화지 위에 마음이 가는대로 물감을 떨어뜨리면 다양한 모양이 만들어진다. 도화지와 하나가 된 물감의 형태는 이미 작품이 되어 너울거린다. 꽃, 나비, 사람 등 마음 속 이야기가 채워진다.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는 공간이 아니다. 서로 칭찬해주고 격려하는 온기 충만한 자리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다양하다. 아이에게 그림책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예비 엄마, 청소년 상담 선생님, 나를 치유하고 싶은 주부, 그림책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어 참석한 이 등 다채롭다. 수업이 끝나자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그림책 테라피는 잠시나마 잊고 있던 내면의 나의 모습과 타인을 알아가는 심리여행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이 수업은 제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