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문화원 양승운 이사는 제8회 제천문화원 ‘독립운동가, 묵향에 혼(魂)을 담다’에 수십 년간 모은 독립운동가의 필적, 문적, 희귀자료 70여 점과 목가구, 생활용품 등 총 200여 점을 세상에 공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종영된 KBS1 TV ‘천상의 컬렉션’에서는 예술작품은 두 번 태어난다고 했다. 첫 번째는 창작자에 의해서, 두 번째는 예술 작품을 느끼고 함께 향유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태어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이번 전시자료들을 수십 년간 수집한 제천 문화원 양승운 이사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여기에 그가 말하는 산비알 의병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한번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그의 의병관을 들어 보았다.
◇밥값도 못하는 데 떡값이라도 하자
그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고 서른이 넘은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장으로서 밥값도 못하고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보람 있는 활동도 전무해 스스로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무엇인가 가치 있고 유익한 일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릴 적 자영영당에서 떡을 여러 번 얻어먹은 기억이 떠올랐고, 밥값은 못하더라도 떡값이라도 해보자는 일념으로 그때부터 제천 관내 소재 의병 묘소를 시작으로 가깝게는 단양, 영월, 충주, 원주와 강원도 춘천, 경기도 양평, 경북 문경에 이르기까지 많은 의병 묘소를 순례했다”고 제천 의병에 대하여 관심 갖게 된 동기를 밝혔다.
◇의병 관심 유물 소장으로 연결
양 이사는 “자연스럽게 의병 후손들을 알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그분들과 신뢰를 쌓으며 그분들의 소장되어 오던 의병 유묵과 고서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그때부터 의병 관련 자료를 한 점 두 점 모으기 시작해 오늘 전시까지 오게 되었다”고 유묵 소장 과정을 설명했다.
◇산비알 의병 연구가로 불러달라
리플릿과 개전식 사회자의 소개에서 언급된 ‘의병 연구가’라는 표현에 대해서 양승운 이사는 “사실 학문적으로 의병사를 깊이 있게 연구하거나 논문을 제출하는 것은 부족해서 못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양 이사는 “산비알 의병 연구가’는 의병 묘소를 찾아다닐 때 개울을 건너고 산을 넘고 때론 가시에 찔리고 산에서 구르기까지 하며 현장 중심의 의병 연구를 말한다”며 “언급된 ‘의병 연구가’ 앞에 세 글자 ‘산비알’을 붙여 ‘산비알 의병 연구가’로 불러달라”고 강한 어조로 부탁했다.
아마도 남은 여생 동안 현장에서 나오는 살아 숨 쉬는 의병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승운 산비알 의병 연구가는 “현장을 모르는 역사 탐구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사무실 책상에서 하는 일명 ‘에어컨 의병’에서 벗어나 의병 묘소에 찾아가 풀 한 포기라도 뽑을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천 의병 연구에 수십 년 몰입
산비알 의병 연구가답게 양승운 이사는 안중근·우덕순 유묵전, 의당 박세화 선생과 문인 유묵전, 경암 서상렬 의병장 유묵전, 순국선열 유묵, 목가구 전시, 병산영당 의당 박세화 학술 세미나, 의당 박세화 학술 총서 1, 2집 간행, 월악산 용하구곡 탁본 및 화보집 간행, 제천 의병 묘소 화보집 간행, 의병묘소 새단장, 벌초 및 김선이 의병 묘소 발굴, 김선이·양일환·이수영 의병 비문 작성 등 의병들의 업적을 찾고 기리리는 일에 전념해 왔다.
◇병산영당을 세상 밖으로
양승운 이사는 의당 박세화와 그의 문인들 그리고 병상영당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데 전기를 마련한 인물이다.
병산영당 수석장의로서 노력과 결실로 지난 2014년 ‘의당 박세화 선생의 학문 세계와 병산영당’이라는 학술 세미나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것은 의당 선생과 문인들 탐구의 새 지평을 여는 단초를 만든다.
2015년 ‘의당 박세화와 의당학’, 2016년 한말 의당학파의 학맥과 전개, 2017년 ‘의당 박세화와 의당학파 문인연구’ 등 의당 박세화 선생과 문인들의 사상을 되짚어보는 세미나는 계속된다.
지난해에도 ‘의당학파 심층적 탐색’이란 주제로 세미나가 성황리에 열렸다.
그동안 40여 편이 넘는 논문이 발표되는 큰 성과를 거둔다.
제향에 그치지 않고 학술세미나를 통해 의당학파의 사상과 철학을 세상에 알리려는 양승운 수석 장의의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에 존경과 박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의당 박세화 선생의 시대정신을 가슴에 품다
마지막으로 양승운 이사는 의당집에 나와 있는 단식 2일째 의당 선생과 제자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문인 김사술이 흐느껴 울면서 여쭙기를
“스승님께서 돌아가시면 저희들은 어디에 의지를 해야 합니까?”라고 하자
의당 선생은 웃으면서
“백세가 지나도
서로 통하는 것은 마음이요,
백리나 떨어져도
서로 호응하는 것은 기운이니
내가 비록 죽더라도
마음과 기운은 반드시 여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생사가 다를지언정
어찌 한스러움이 있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양승운 이사는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도 하시는 말씀인 듯하다. 시간이 흘러도 선생이 지켜보시며 저희와 함께 하시는 생각이 든다. 선생의 거룩한 뜻이 후세에 길이길이 남길 간절히 소망한다”며 “남은 인생 그 뜻을 받들어 제천 의병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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