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In총선

[기고] 제천선관위, 귀여운 내 월급, 정치후원금 내는 이유

“후원금은 다 빚처럼 느껴져요.” 
 항상 서글서글하니 웃음기를 띄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진지해졌다. 

선거법 안내를 위해 찾은 한 정치인의 사무실 직원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나온 말이다. 후원금은 얼마나 들어왔냐는 질문에 그녀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빚처럼 느껴지는 후원금이지만 들어오지 않으면 더욱 곤란하다는 듯.국회의원의 경우 선거가 없는 해에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후원금 상한액은 1억 5천만 원이다. 

소수의 유명 국회의원들은 반 년 만에 이 금액을 다 채우고 계좌를 닫아버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1년에 걸쳐 간신히 금액을 채우거나 아예 채우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내곤 한다. 

정치인보다 월급이 적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우월해 보이는 그들에게 하는 기부가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후원금이란 정치인 개인을 위한 돈이 아니라,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위한 돈이다. 

정치인들의 모든 정치활동에 쓰이는 자금은 정치자금법에 의해 엄격하게 그 수입과 지출이 통제되어 있다. 정치인 개인의 재력에 그들의 정치활동을 맡긴다면 돈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할 수 있게 되는 아찔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월급이 적은 사람에게 “네 월급 작아서 귀여워”라고 놀리듯 말하는 표현이 있다. 

하급 공무원인 내 월급 명세서를 볼 때마다 정말 귀엽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은 금액이나마 정치후원금을 기부한다.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은 깨끗한 정치를 위한 올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금액을 후원하거나 기업에서 후원을 못하게 막은 것도 정치가 특정인‧특정계층에게 편향되지 말라는 의도다. 

정치인들보다 월급은 귀여울지 몰라도, 우린 그들에게 책임이란 빚을 안겨줄 수 있다. 소액다수의 ‘빚’이 모여서 대한민국 정치가 투명하게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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