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름다운 천사] <9> 무지개꿈봉사회 이은희 회장, “장화 신고 고무장갑 끼고” 수해 현장 체험기

누렁아 안녕!

이른 아침 눈을 비비고 일어나 오늘도 봉사현장으로 달려간다.

농촌 마을에 도착할 무렵, 여기저기 수마가 할퀴고 간 우리 지역의  참혹한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집을 지키는 주인의 덩치 큰 누렁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적십자 봉사원을 아는지 먼저 반긴다.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졌음에도 웃음으로 반겨주시는 어르신의 모습에 더욱 힘이 솟아난다.

봉사할 곳을 돌아보니 토사유출에 농장의 건물 파손까지 1차 피해 후, 2차 피해가 예상될 정도로 심각하였다.

광복절 휴일임에도 봉사 활동을 위해 게임을 잊은 고등학생 아들에 중학생 조카까지 온 가족이 출동해 금성면의 피해 양계장에서 봉사를 시작한다.

목이 긴 장화와 빨간 손바닥 장갑을 받아 들고 보니 오늘도 결연함이 솟구치는 것 같다.

농장의 철제 골조가 엿가락처럼 토사에 밀려 휘어졌고 아예 폭삭 내려앉은 곳도 있었다.

나는 그런 광경을 보니 피해를 보신 분들의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클지 걱정이 된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농장의 비닐을 정리하고 보온 덮게와 토사 제거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농장 안은 온통 진흙으로 가득 차 있어서 걷기조차 힘들어 작업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평소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진흙물에 손을 담가 보이는대로 비닐을 줍고 덮게를 치우고, 토사가 더 이상 밀리지 않게 마대자루에 흙을 담아 옹벽을 쌓아 올린다. 일련의 작업들로 힘들 텐데 모두 열심이다.

한참을 일하다 뒤돌아보니 냄새도 나고 힘들 만도 한데 기특하게 군소리 없이 묵묵히 일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힘이 더욱 난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농장 안은 정리가 되었다.

농장을 둘러보며 나는 오늘 하루의 봉사로 끝나고 말 일이지만, 이 분들에게는 언제까지나 마음에 남는 아픔의 흔적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늘 어려운 곳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는 적십자 봉사원이 있기에  이분들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가족같이 함께한 적십자 봉사원에게 감사를 전한다.

내일도 난 봉사 현장으로 달려간다.

(무지개꿈봉사회 이은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