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明)과 무명(無明)’이라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표현은 제쳐두고 그저 우리네 삶이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행복과 불행’도 알고 보면 저 밝음과 어둠의 미학과 같은 게 아닐까, 허튼 상념 담아서….”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이 새롭게 출간한 ‘빛의 두 얼굴, 밝음(明)과 어둠(無明)의 사진 인문학’
1975년 사진에 입문 45년째 카메라를 잡고 있는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이 네 번째 사진집 ‘빛의 두 얼굴, 밝음(明)과 어둠(無明)의 사진 인문학’을 출간했다.
이번 사진집은 지난 2018년 ‘아내에게’, 2019년 ‘봄이야, 꽃이야’, ‘堤川이래요’에 이어 빛(光)을 주제로 엮은 네 번째 사진 칼럼집이다. 또한 고인이 된 아내 김기숙 전 제천시 미래전략사업단장의 3주기 사진집이기도 하다.
윤종섭 원장은 책을 출간하면서 “지난 36년간 살아생전 오늘의 우리 가정이 있을 수 있도록 수처작주(隨處作主), 버팀목과 복주머니가 되어준 아내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40년 공복(公僕)으로써 봉공멸사(奉公滅私)를 몸소 실천, 헌신해온 나의 아내. 무심하게도 지난 2017년 동짓날에 먼저 하늘로 떠난 내 사랑 윤시리(故 김기숙) 영전에 그의 3주기를 맞아 이 사진집을 바친다”고 소회를 적었다.
이어 “스크린에 밝음과 어둠을 표출하려고 새벽같이 목숨 담보하며 설렘 안고 현장으로 나가 카메라 옵스큐라에 담아온 지난 몇 년간의 치열했던 사진 작업을 한데 모았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에게 “코로나 블루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네 삶에 소중한 품성인 감성을 특별히 관리해야 할 골든타임이 지금”이라며 “한편의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함께 공유하며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으로 남겨진 흔적 겸 힐링과 명상 그리고 건강에 도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응원했다.
윤 원장의 쉼 없는 열정으로 빚어낸 187컷 빛의 미학이 담긴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긴다.
◇명(明) 미학
명(明)의 미학 편에는 ▲새벽, 그 미명과 여명 ▲일출, 해돋이와 해넘이 ▲새해, 끝이 맞닿은 시작 ▲명암, 카메라 옵스큐라의 미학 ▲풍경, 심상과 시선의 반영 ▲물빛, 상선약수와 우직지계의 지혜 등 6개의 부제로 어둠과 밝음이 교대할 즘,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제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카메라 옵스큐라에 섬세하게 옮겼다.
2년 동안 3권의 사진집을 낼 정도로 그의 열정은 쉼이 없었다. 4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읽어주는 카메라에 의지해 어둠으로 가득 찬 밤과 새벽에 피사체를 찾아 나선 그의 열과 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특히 새벽의 미명부터 전국 명소의 해돋이에 바다의 갈매기, 어느 숲의 나무, 꽃잎, 바위 등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외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2011년 제천 송학 송한리
역광을 이용한 빛의 미학을 접목해 피사체는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디테일한 모습까지 숨김없이 표현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역작에 눈은 호사 한다.
잠시 시선을 멈추고 보면 보는만큼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에게 숨어있는 감성을 깨우는 순간을 만난다.
윤종섭 원장은 “하루란 시간 속에 어둠으로 가득 찬 밤과 새벽에 피사체를 찾아 나서면 어둠이 짙은 미명과 여명이 점점 밝아올 때, 그런 후에 황금빛 태양이 강과 바다 위 수평선이나 땅 위 지평선과 하늘 위 운평선 너머 고개를 갸우뚱 내밀어 그 어둠의 자리가 밝음으로 채워질 때, 바로 그 순간 ‘매직아워’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전해 받는 자연과 피사체의 신비감은 바로 황홀감이 되어 카메라 셔터를 자꾸만 눌러대기 부지기수였다”고 치열했던 순간을 전했다.
◇무명(無明)의 미학
무명(無明)의 미학 편에는 ▲단상, 삶의 깨달음 ▲사랑, 그리움의 다른 이름 ▲사계, 계절을 따르는 기도 ▲시간, 아침으로 떠올라 노을로 지는 빛 ▲잠언, 인생을 품는 마음자리 ▲밤빛, 어둠에서 빛으로 등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욕망, 너그러움, 베풂, 삶의 무게, 겸손, 시간, 스트레스, 죽음, 여유, 행복 배려, 희망, 인연, 소통…
우리가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한 인생의 화두에 대하여 그만의 단상들로 삶의 깨달음을 유유히 적어낸다.
특히 “진실은 빚으로 나오려 하고 허위는 어둠으로 돌아가려 하는 게 아닐까… 우리네 삶, 감추려 하지 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빛 손에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라며 우리를 곱씹게 한다.
▲2018년 2월 경북 안동 봉정사
이어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목련꽃, 정선의 민둥산 억새 여정, 평창 백일홍 축제장,안동 봉정사 등 아내인 고 김기숙 국장에 대한 그리움의 이야기도 펼쳐 놓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사진 탐미가답게 일 년 내내 빛을 쫓아가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차곡차곡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공주 탄천의 봄을 알리는 연둣빛 새싹부터 소복이 쌓인 의림지 소하천까지 사계의 여정을 비롯해 경포대, 해남 미황사, 태안 꽃지해수욕장의 석양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지나 빛은 서서히 사라지고 아름다운 빛의 미학에 빠져들며 인생을 품는 마음의 자리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제 어둠 속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긴 여정을 마친다.
▲2020년 4월 전남 함양 지리산 지안재(오도제)
잠시 명상에 빠진 나를 발견하고 마음이 평화스러워진다.
윤종섭 원장은 “저에게 사진 작업이란 한마디로 메디타티오(meditatio)’. 명상을 통한 내 마음의 힐링이다. 하나하나 다양한 특색을 섬세하게 이미지로 표현하여 메시지를 담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진은 내면의 감성을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를 통해 저 너머의 사물들과 소통하며 깨달음의 길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며 “어쩌면 저는 사진 작업으로 명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이라는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그 마음 끝에 설렘과 기쁨을 찾아가는 꿈꾸는 사람”이라고 사진 탐미가로서의 즐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코로나 블루에서 코로나 레드를 넘어 코로나 블랙까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리적 위험성이 심각한 시기에 우리의 감성을 어루만져주며 위로와 힐링으로 우울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마음 쉼표 같은, 우리 삶과 오버랩시켜 한번쯤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명상집 같은 사진집이 아닐까 싶다.
윤종섭 문화원장은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제천시 시 승격과 함께 80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32년간 제천시청에서 문화공보실장, 문화관광과장, 기획담당관, 미래경영본부장, 행정복지본부장, 행정복지국장, 경제건설국장을 거쳐며 2011년 7월 말 명예퇴직했다.
2000년 재직 시 국가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2014년 제천한바이오진흥재단 이사장을 거쳐 지난해 제천문화원장에 취임했다.
공직 퇴임 후 2회의 사진전과 3권의 사진집을 출간하는 등 현재 사진 탐미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부인의 유언에 따라 1억원의 장학금을 제천시인재육성재단에 기탁했고, 윤 원장이 수령하는 유족연금 1,080만원을 매년 장학금으로 전액 기탁 중이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