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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영상 속 보물 ‘원랑선사탑비’ 102년 만에 복제돼 고향 제천에 돌아왔다

제천 한수면 송계리 월광사지에서 일제강점기에 반출되어 경복궁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1층 로비에 전시된 보물 제360호 ‘원랑선사탑비(圓朗禪師塔碑)’가 똑같은 모습으로 제작돼 102년만에 고향에 세워졌다.

제천시는 10일 의림지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원랑선사탑비’의 복제비 건립을 기념하는 제막식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창규 시장을 비롯해 이정임 시의장 및 시의원, 엄태영 국회의원, 윤종섭 문화원장, 탑비 조성 자문의원, 임한빈 작가, 의림지동 주민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원랑선사탑비가 최초 있었던 제천 한수면 주민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윤종섭 문화원장은 제천 월광사지가 통일신라시대 제천의 선종문화 보급과 발전에 기여한 사찰이며, 사지 내 원랑선사탑비가 존재하여 유적의 명칭과 절대연대가 명확한 통일신라시대 불교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 유적임을 인식하고 제천시에 국립중앙박물관 1층 로비에 전시된 보물 ‘원랑선사탑비’의 반환을 최초 제안했다. 이에 제천시는 월광사지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재고하고 체계적인 연구 및 관리방안에 대해 검토를 하고자 2021년에 제천 월광사지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문화재청에 진품 이전을 요구했지만 월광사지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보존·관리 등이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당했다. 차선으로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제천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복제를 추진하고 17개월의 제작 기간을 통해 ‘원랑선사탑비’의 복제비를 선보였다.

시비 2억 4,300만원의 예산으로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석장(조각장) 임한빈 씨가 조각을 맡아 복제탑의 몸체인 비신을 대리석으로, 머릿돌인 이수와 받침돌인 귀부를 화강암으로 제작했다. 국비를 받지 않고 전액 시비로 ‘원랑선사탑비’를 복제하고 주변을 조성해 탑비 반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석장은 1,600자 중 풍화돼 알아보기 힘들었던 비문까지 복제품에도 원본의 모습 그대로 새겼다. 외형상으로 전체 3.95m의 높이로 비신의 높이는 2.26m, 나비 0.97m이다. 이는 원랑선사탑비 원본과 같은 규모다.

제막식 후 윤종섭 문화원장은 참석자들에게 탑비의 가치, BTS와 연관된 일화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원랑선사탑비의 본래의 명칭은 원랑선사대보선광탑비(圓朗禪師大寶禪光塔碑)이며, 선사가 서기 883년에 68세의 나이로 입적하자 헌강왕(신라 49대왕)이 원랑선사라는 시호와 함께 대보선광이라는 탑호(탑 이름)를 내렸다. 선사 입적 후 7년이 지난 890년에 진성여왕(신라51대왕)이 한수면 송계리 월광사지에 탑비를 세웠다. 1921년경 일제에 의하여 경복궁으로 반출되어, 1922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설치됐다가 1960년 경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다시 옮겨졌다. 금성군(지금의 전남 나주) 태수를 지낸 김영(金穎)이 원랑선사 탑비 비문을 짓고, 오등산 보리담사의 석가사문인 순몽(淳蒙)이 당나라 구양순체의 해서체로 글을 썼다. 비문에는 원랑선사의 이름이 대통(大通), 자는 태융(太融), 성씨는 박(朴)씨라는 것과 원랑선사의 행적, 당시의 불교문화 등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제천지역 불교문화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는 탑비이다.

또한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는 K-POP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명사들과 함께 코로나19 위기 속 온라인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Dear Class of 2020)에서 전 세계 졸업생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뒤편 영상에 등장해 세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재 월광사지에는 원랑선사탑비의 원래 자리임을 알리는 표적과 원랑선사의 부도탑재로 추정되는 석재들, 기타 많은 유물이 지표에 산재해 있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원랑선사탑비의 진품을 되돌려 놓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업으로 시민들에게 지역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을 주는 동시에 지역 명소 의림지를 찾는 관광객에게 그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엄태영 국회의원은 “1921년 강탈당하고 복제품이지만 100년 만에 다시 돌아와 의미가 크다. 특히 보물로서 가치가 높아 일제가 강탈했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앞으로 제천의 자랑거리로 잘 보존하자”고 했다.

윤종섭 문화원장은 “제천의 보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립중앙박물관 탑비 안내판에 ‘제천’이라는 문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어 안타까움을 더한다.진품은 아니지만 복제비라도 세워져 다행”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복제비에 멈추지 말고 앞으로 보물 ‘원랑선사탑비’가 놓였던 월광사지로 돌아 올 수 있도록 반환에 대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