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정봉길 화백의 개인전 “和ㅡ즐거운 날”… 내 마음을 달래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 내 마음에 마음 쉼표를 줄 공간이 마땅치 않아 항상 고민이다. 때마침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자연을 담은 색 에너지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즐거운 전시회가 찾아왔다.

▲정봉길 화백

그 주인공은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제천 출신의 초대 작가 정봉길 화백의 개인전이다.

정봉길 화백은 10일부터 17일까지 제천시민회관 2전시실에서 8일간 수작 30점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和ㅡ즐거운 날”란 주제답게 전시실 안은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잠시 평온한 울림이 있는 시선에 멈춘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 공유

정 작가는 “태어나서 오랫동안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신선한 풍광의 감동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마음속 깊은 어느 곳에서 나오는 것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세상을 위한 것도 없는데, 이런 좋은 시간을 줍니까?’, ‘세상에 돌려드리겠습니다’하는 것이었다”며 “이후 몇 년을 지내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대자연의 온갖 색들의 어우러짐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이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없게 하는지 천천히 들어 봤다. 그리고 이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싶어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온함 속 즐거운 마음. 그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모두 평화롭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정 작가는 “그 감정을 제대로 느끼려면 빨리 보지 말고 천천히 보라”고 주문하며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를 느낄 수 있고, 받아들이는 건 각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湖 55×78㎝ Watercolor 2018

작가의 말대로 작품에 대한 멈춤의 시간을 더 가지면 캔버스 속 자연 또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와 이내 즐거워진다, 몽골의 전원을 그린 작품 <아침>과 동남아시아의 잔잔한 호수 위 한적한 나룻배를 담은 작품 <湖>는 시적인 정취와 그림 같은 풍경으로 시선을 머물게 한다. 겨울 동장군과 맞서는 눈 내린 시골의 전경을 표현한 작품 <아침>은 과거 아련한 기억을 소환한다. 싱그럽고 화사한 작품 <봄날>은 소풍 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을 보고 있는 노라면 편안한 휴(休), 따뜻한 휴(休), 행복한 휴(休)로 심리적 안정을 가져온다. 정 작가의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더욱 그럴 것이다.

◇나는 ‘아침’이 참 좋다

이번 전시회에서 ‘아침’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12개로 유난히 많다. 그는 “아침이 좋다. 아침에는 내가 있을 자리가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좋다”라며 “내가 아닌 거가 아니라 내가 아침이다. 아침을 맑고 싱그럽다는 단어보다 그 자리에 내가 있는 거다. 그 기운을 화폭에 옮기고 싶다. 그래서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세분된 느낌을 발견해서 전달하고자 한다”고 아침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침 56×89㎝ Watercolor 2019

또한 “아침은 무채색이다. 대지가 잠자고 새벽이면 일어난다. 나도 잠에서 깨면 자연의 기운을 받는다. 맑고 깨끗한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대화를 나눈다. 그런 색깔”이라고 아침의 색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정봉길 표 명품 수채화

수채화의 매력에 대해서 정 작가는 “운명이다. 여러가지 다른 미술 방식을 해보았지만 다시 붓은 수채화에 머문다. 물과 노는 것이 좋다”고 수채화 사랑을 털어놨다.

▲아침 39×83㎝ Watercolor 2019

정봉길 표 ‘번짐’은 독특하다. 일반적인 번짐이 아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유화적 냄새도 난다. 그는 “회화의 번짐의 단계를 넘어서 두껍다. 여기에 몽환적 느낌을 주어 상상력을 펼치도록 유도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관람객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의 구도는 위에서 아래로,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큰 것에서 작은 곳으로 시선을 이동하지만 캔버스 내에서 하나로 결합해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다. 작가 내면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그림을 통해 발현된다.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노래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해 몰입되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관람객도 같은 마음이다.

◇ 그림으로 위로와 감동을 받다

작품을 관람한 김영주(50, 여, 장락동) 씨는 “색은 치유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때론 소통의 매체가 되기도 한다”며 “각각의 작품의 고유한 색감이 그대로 나에게 스미며 정화되는 특별하며 기분좋은 경험이고, 색은 그 자체로 치유의 에너지임을 보여준 전시였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관객들은 “자연 속에 와 있는 느낌이라 힐링이 되는 거 같다”, “너무 아름답다. 마음을 정화시킨다. 귀한 보물을 보는 거 같다” 등 다양한 반응으로 호평했다. 작품에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은 정 작가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대목이다.

끝으로 정봉길 작가는 “관람객에게 즐거웠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내가 느꼈던 감사함을 더욱 공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봉길 화백이 10일부터 17일까지 제천시민회관 2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친 일상에 색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마음 쉼터 같은 전시회다. 그림을 보면 볼수록 무한 긍정을 느낀다. 내 마음에 쉼표가 필요하다면 잠시 머물며 긴 호흡을 한 번쯤 하는 건 어떨까 싶다.

1993년 제천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올해로 18번째 작품전을 마련한 정봉길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운영위원, 충북수채화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한국수채화협회 이사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