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면 누구나 행복해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호사시킨다. 봄꽃 사진으로 마음 쉼표를 찍을 여유를 주는 사진전이 개최돼 이목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사진 50년의 관록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윤종섭 제천 문화원장의 다섯 번째 사진 전시회다.
▲동배꽃. 2021년 3월/전남 강진 한덕산(백현사)
윤 원장은 “봄이야, 꽃이야’란 주제로 전국을 다니면서 카메라 앵글에 담은 수많은 사진 중에서 29점을 5월 8일까지 시민회관 1층 라운지에서 대중 앞에 선보인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꽃 피는 봄을 담았다. 눈부시고 영롱한 꽃의 순수한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가 꽃들과 쉼 없는 대화 속 상념에 잠긴 혼이 묻어난 작품들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면서 전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녀서 카메라와 마음의 눈으로 흔히 보지 못한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의 모습을 열정 하나로 만든 수작들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1998년 사진부터 최근까지 촬영한 그의 27년 흔적들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고 있다. 사진 철학, 시선, 자세, 기법, 습관, 메시지…
2019년 “봄이야, 꽃이야”는 고인이 된 아내 김기숙 전 제천시 미래전략사업단장을 보내면서 외로움과 그리움의 이야기를 펼쳐 놓은 전시회라면 지금의 “봄이야, 꽃이야”는 평소 짧게만 느껴지는 봄을 길게 느끼고 싶은 마음을 담은 전시회이다.
그는 봄꽃에 대하여 “희망이고 첫걸음이다. 여기에 눈을 즐겁게 하고 우리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다. 또한 내 마음이 갖고 있는 감정 대상으로써 꽃이 제일 좋다”고 예찬했다. 이어 “처음 보는 꽃을 보면 설렘으로 다가오고 이름과 꽃말을 알게 되면 생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꽃은 내마음의 힐링은 물론 상대에게도 힐링을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진 인문 50년 동안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통해서 메디타티오(Meditatio, 명상)를 추구하는 윤 원장의 사진 작업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둥꽃. 2024년 4월/충북 제천시 송학 아름다운농장
빛(光)을 주제로 역은 네 번째 사진 칼럼집 <밝음과 어둠의 사진 인문학>에서도 그는 “사진은 내면의 감성을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를 통해 저 너머의 사물들과 소통하며 깨달음의 길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며 “어쩌면 저는 사진 작업으로 명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이라는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그 마음 끝에 설렘과 기쁨을 찾아가는꿈꾸는 사람”이라고 사진 탐미가로서의 즐거운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꽃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르다. 그는 꽃에 대하여 관심을 두고 공부도 많이 해서 카메라 앵글에 담는 꽃의 80%가량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야생화 전문가다. 전문가답게 야생화를 찍을 때 보이는 것을 찍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꽃도 친구가 되어 내 마음을 알아 보고 아름다운 자태를 내게 선사한다고 인간과 자연과의 교감을 중요시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구절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다양한 사진 기법이 있지만 그는 빛의 궤적 중 역광 사진에 집착한다. 이번에 전시된 모든 작품 또한 모두 역광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왜 그리 역광 사진을 고집하는지 사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오롯이 꽃이라는 대상만을 빛나게 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사진에 담겼다. 주변은 사라지고 피사체의 순수한 모습만 드러나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지금 존재한다는 그만이 갖고 있는 사진 철학이 스며든다. 카메라가 전하는 순간순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좋은 사진을 찍는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더욱더 꽃 사진에 몰입되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게 아닐지 생각된다. 관람객도 같은 마음이다.
▲봄꽃목련꽃. 2018년 4월/충남 태안 천리포 수목원
▲금낭화꽃. 2018년 5월/충북 제천 송학 아름다운농장
▲복수초꽃. 2018년 3월/강원 영월태백 함백산(만향제)
과거 흔치 않았던 꽃을 좌우 대칭으로 배열한 사진이 전시회에 여러 점 나와 시선을 끌었다. 그는 “한 송이만으로는 외롭지 않냐. 그 외로움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전위적 사고로 기존의 꽃 사진에 동일한 사진을 하나 더 넣으면 외로움이 덜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꽃 사진을 찍으며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도 털어놨다. 윤 원장은 “새벽같이 목숨 담보하며 설렘 안고 현장으로 나가 카메라 옵스큐라에 담았기에 전시된 작품 모두 자식같이 애착이 간다. 정성이 들어가 탄생한 사진들이다. 특히 거창 월성계곡 수달래는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아 여러 차례 방문했고, 사유지라 촬영도 녹록지 않아 고생한 만큼 결과물은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복숭아꽃. 2018년 5월/충북 제천시 의림지(마라골)
윤 원장은 사진을 문학 장르와도 비교했다. 그는 “사진은 ‘시’에 가깝다. 보는 순간 내 눈에 반하는 그것이 ‘시’고 사진도 그렇다. 사진은 활유법이다. 자연을 인간화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작업이다. 사물에 인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이입시키면 대부분 좋은 사진이 된다. 그래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시를 쓰고, 유명인의 시를 사진에 살포시 옮겨놓기도 한다”며 “사진을 찍는 것은 시인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진은 눈으로 보고 돌아서서 마음으로 한 번 더 보게 하는 사진”이라며 “보고 쉽게 잊히는 사진보다 마음에 그 잔상이 오래가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찍는 행동에도 그만의 루틴이 있다. 그는 “대상을 촬영할 때 현장 주변을 한 바퀴 돈다. 카메라를 메고 돌다 보면 날 찍어달라는 피사체가 등장한다. 그다음에 구도와 빛 등을 고민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만보계를 보면 1만 5천보가량 된다”며 사진에 진심인 그의 마음을 알 수 있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스스로 묻고 답하며 피사체가 주는 생명력과 메시지를 담으려고 애쓰는 윤원장의 마음이 이내 전달되는 순간이다.
▲청노루귀꽃. 2018년 5월/충북 제천시 의림지(마라골)
관람객들은 그림 같은 사진에 첫눈에 반한다. 이후 사진이 들려주는 꽃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들은 “땀 흘린 흔적이 사진에 묻어난다. 너무 아름답다. 마음을 정화한다. 귀한 보물을 보는 거 같다” 등 다양한 반응으로 호평했다.
윤종섭 원장은 관람객에게도 “사계절 중에 봄(春)만 한 글자. 그건 아마도 봄이 짧아서 일 겁니다. 겨울인 듯 여름인 듯 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계절이라 눈여겨보라고 봄이라고 했나 봅니다. 한자로 봄은 춘(春), 워낙 짧기에 하루(日)하루(日) 대(大)길 대(大)길 대(大)길 하라는 뜻 일거라 생각합니다”라고 전시회 개최 소감을 남겼다.
끝으로 여덟 번째 사진집을 마지막으로 사진 인문학 칼럼집 출간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찍은 사진을 주제별로 전시하는 사진전시회로 대중을 찾을 예정이다. 또한 윤 원장은 이번 전시회가 끝나고 전시 작품을 자선경매나 수요처에 기부 등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윤종섭 원장 약력
윤종섭 문화원장은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제천시 시 승격과 함께 80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32년간 제천시청에서 문화공보실장, 문화관광과장, 기획담당관, 미래경영본부장, 행정복지본부장, 행정복지국장, 경제건설국장을 거쳐 2011년 7월 말 명예퇴직했다.
특히 공직 중에 통합제천시 설치준비단에 참여했고, 한방특화도시제천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입안했고 혁신도시 제천유치, 민간투자 유치와 의림지, 박달재, 청풍호반 개발을 수행하였다. 아울러 ES리조트, 청풍리조트, 리솜포레스트, 전통의약산업센터, 한방생명과학관, 국민건강보험 인재개발원, 유유제약, 일진글로벌, 휴온스 등의 유치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재직 시 국가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2014년 제천한바이오진흥재단 이사장을 거쳐 2019년 제천문화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충청북도 재정투자 심사위원회 부위원장, 원랑선사탑비 제자리찾기시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2년에는 지역문화발전 및 인재육성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3회 제천시민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공직 퇴임 후 2회의 사진전과 7권의 사진집을 출간하는 등 현재 사진 탐미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부인의 유언에 따라 1억원의 장학금을 제천시인재육성재단에 기탁했고, 윤 원장이 수령하는 유족연금 1,080만원을 수년간 장학금으로 전액 기탁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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