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현장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잡았다.

15명의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잡았다.

예전에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거시기가 떨어진다”라고 했지만 이제는 먼 이야기 같다. 시대가 변해 TV 쿡방이나 음식점에서 남자 셰프를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에 가족행복이나 홀로서기 등 다양한 이유로 요리를 배우는 남자가 늘고 있다.

지난 4일 용두동건강생활지원센터 조리실습실은 남자들로 북적였다. ‘요리하는 남자가 아름답고 아빠는 요리사’라고 자청한 남성들이 요리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행복 바이러스 넘친다. 그 즐거운 현장을 잠깐 들여다본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는다는 콘셉트로 김현진 요리강사의 안내에 따라 이국적인 브런치 요리를 만드는 시간.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여러 가지 식재료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야채를 씻어 물기를 빼고, 아보카도, 방울토마토, 삶은계란, 블랙올리브, 오이, 데쳐 둔 닭가슴살을 적당한 크기로 “착착착” 썬다. 서투르지만 열정만큼은 전문 셰프 못지않다. 새우에 밑간을 하고 샐러드 야채를 담고 나만의 개성으로 코디를 한다. 이제 드레싱을 만들어 포장하면 끝이다. 침샘을 자극시키는 브런치 완성. 다채로운 색감으로 비주얼도 최고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아내에게 선물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 설레는 표정이다.

매일 삼 시 세끼를 차려주는 아내의 노고를 생각하며 만든 브런치가 곧 각 가정의 식탁에 오른다.

“내가 배워서 만든 브런치 요리 맛있게 먹었다. 아내도 맛있다고 한다”,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 당분간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오랜만에 아침을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아내가 요리 배우면 잘할 거 같다며 열심히 해보라고 한다”라며 가정에서 아내와 함께 음식을 나눈 참여자들의 이야기다.

“음식은 사람을 끌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처럼 음식 선물로 오늘 밤 가정마다 행복이 물들지 않을까.

이번 요리교실을 기획한 다락(多樂) 마을학교(교장 이은경)는 2019년 제천시 양성평등기금사업 일환으로 가정에서 남자의 가사활동 참여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자녀들에게 실질적인 성평등 교육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요리교실을 기획했다.

실습 위주로 집에서 흔하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흔치 않은 요리를 만들어 예쁘게 포장하여 아내에게 선물하는 콘셉트이다. 참여자들은 7월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 모여 브리또, 밀뢰유나베로, 가족 케이크를 만들 예정이다.

사랑과 정성으로 물들어 갈 아빠 요리사의 다음 요리들이 무척 궁금하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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