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그리고 한말까지 외부의 위험이나 침략으로부터 제천은 나라를 지켜왔다. 호국정신의 성지임을 입증하는 보물, 유형문화재, 기념물 등이 제천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특히 한말 위정척사 운동과 제천의병, 독립운동가들의 구국을 향한 일편단심은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로 경제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과 맞서고 있는 이때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우리의 정신적 자산이다.
그래서 제천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독립운동부터 민초의 삶까지 되짚어보아야 할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 발맞추어 제천문화원(원장 윤종섭)은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광복절 74주년, 8.15 제천의병 천남 전투 전승일을 기념하여 “광복절에 버금가는 8.15 지역적 의미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게 봐야 할 전시를 기획하고 공개했다.
이름하여 제8회 제천문화원 전시회 ‘독립운동가, 묵향에 혼(魂)을 담다’로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시민회관 제1, 2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독립 선열의 얼을 기리고 백성들의 삶과 애환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전시회의 귀중한 자료는 제천 문화원 양승운 이사가 수십 년 간 수집한 개인 소장품들이다.
관람객들은 독립운동가의 문적, 희귀자료, 필적, 목가구, 생활용품 등 270여 점의 전시품들에서 쏟아내는 거룩한 향기를 맡고, 그 속에 묻어있는 선열들의 시대적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희귀자료 속 독립에 대한 강한 열망
전시된 유묵은 대한민국장 6명, 류인석과 오세창 등 대통령장 2명, 그 외 독립장, 건국장을 받은 47명 총 55명 독립 유공자들의 유묵 80여 점이다.
최익현, 민영환, 김구, 김좌진, 오세창, 박세화, 류인석 선생 등의 글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희귀 필적 자료다.
백범 김구 선생의 ‘대한독립(獨立萬歲)’과 ‘양심건국(良心建國)’ 친필 휘호는 보통의 글씨체와 달리 특이하다.
하나는 톱니바퀴처럼 떨리는 글씨체이다. 김구 선생이 상해임시정부 주석 시절 일본 밀정의 권총 피습을 받아 목숨은 건졌으나 총알이 신경을 건드려 붓을 잡으면 손이 떨렸고, 그때부터 흔들리는 상태에서 글을 썼다. 요즈음 사람들은 그것을 ‘총알체’라고 부른다.
또 다른 특징은 간기(刊記) 부분이다. 1월 18일 이봉창 의사의 폭탄 투척, 3월 1일 삼일운동, 3월 26일 안중국 의사 순국일, 4월 29일 윤봉길 의사 폭탄 투척 등 역사적으로 거룩한 날을 되새기고 마음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간기(刊記)를 네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기록했다는 점이다. ‘대한독립(獨立萬歲)’과 ‘양심건국(良心建國)’ 친필 휘호도 모두 3월 1일로 표기되어 있다.
그 옆에 걸린 이시영 선생의 초학(招鶴)은 학을 부른다는 의미로 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친필 휘호이다.
더불어 1896년에 발행된 관보와 1906년에 인쇄된 대한매일신보, 안중근 의사의 8폭 병풍과 혈투기, 유석 조병욱의 위국애민(爲國愛民), 의암 류인석과 면암 최익현, 의당 박세화의 간찰, 습재 이직신의 필적, 심산 김창숙의 유묵, 백야 김좌진 장군의 유묵 등 발길을 멈추게 하며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제2전시실 중앙 벽면에 걸린 족자 예의조선(禮義朝鮮 : 예와 의가 살아있는 조선이 되자) 네 글자는 의당 선생이 음식을 끊은 지 6일 후 손수 쓰신 글씨로 두 폭의 전지에 ‘예의조선’ 네 글자를 쓰신 뒤 탄식하며 “당당한 나의 예의조선이 견양 되어 망하니 슬프구나! 차마 말할 수 없을 지경이구나”라 하며 탄식하며 남긴 글이다. 나라와 도 둘 다 생각하신 선생의 하해와 같은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옛날 선비들이 꼭 익혀야 할 덕목인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 중 예악사어(禮樂射御)의 대필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박세화의 의당집, 정운경의 송운집, 황현의 매천집, 정해문의 소당집, 주용규의 입암집, 소의신편, 김복한의 지산집 등 문집부터 운강선생 창의일록, 면암최익현선생 연보, 안규홍의 담산실기, 100년 전 자양영당에서 시행했던 향음 주례의 시행절차를 적은 ‘음례홀기’ 등 선비들의 시대정신이 담긴 서적들이 즐비해 선열들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며 값진 의미를 배우는 데 안성맞춤의 교육장이다.
◇손때 묻은 오래된 질감의 목가구 및 소품
어릴 적 집안 어딘가에는 목가구가 하나씩 있었다.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보기 힘든 고관대작의 집안의 물품부터 민초들의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전통 목가구와 소품들이 전시되어 조상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약장, 영정이나 교지를 넣어두는 교지함, 연상(벼루함), 관복과 관모를 넣어두는 관모함, 옛날 도시락 초배기, 화승총과 화약통, 호패 및 살쩍밀이, 한지를 꼬아서 만든 소반, 옷을 걸어두는 용도의 대나무 횃대, 글을 읽고 쓰는 경상, 옷이나 책 등을 넣어두는 반닫이, 쌀 등 곡물을 보관하는 뒤주, 요강 및 가마요강, 소대야, 나무화로, 안경집 및 안경 등 과학적인 디자인과 용도뿐만 아니라 멋스러움을 함께 고루 갖춘 손때 묻은 조상들의 물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양승운 이사는 “장은 아래위 하나로 이어졌으며 오늘날 옷장도 이런 맥락 속에 존재한다”며 “농은 일체형인 장과 달리 1층, 2층, 3층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알기 쉽게 구분법을 알려 주었다.
여기에 함과 괘의 차이점에 대하여 “사물함, 지승함, 벼루함 등 상판 뚜껑 전체가 열리는 것이 함이고, 상판 뚜껑 반이 열리는 것을 괘”라고 차이점을 관람객에게 설명했다.
윤종섭 문화원장은 “문화원은 의림지 창조정신과 근대 의병 정신의 발굴 사업과 계승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는 그중 의병을 생각하는 자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907년 8월 5일(음력 7월 7일) 일본군이 제천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의병 부대는 천남전투에서 일본군 5명을 사살하고 13명을 부상 입히는 전과를 올렸다. 그 결과로 일본군은 8월 23일 세계 지도에서 사라지도록 제천을 불바다로 만들었다”며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시민들이 많이 알고 잊지 말아야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춘추대의의 의로운 정신 의병정신과 독립운동가 49명의 자필 필적, 문적 그리고 생활용품 등을 둘러보며 제천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고 역사에서 미래로, 문화에서 희망을 찾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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