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통해서 메디타티오(Meditatio, 명상)를 추구하는 윤종섭 전 제천문화원장이 일곱 번째 사진집 ‘설레는 꽃 사진 편지’를 출간했다.
이번 사진집은 지난 2018년 ‘아내에게’, 2019년 ‘봄이야, 꽃이야’, ”堤川이래요’, 2020년 ‘밝음과 어둠의 사진 인문학’, 2021년 ‘의림지가 전해주는 無情說法’, 2022년 ‘모든 게 다 인연 따라… 두 연의 사진 이야기’에 이어 ‘설레는 꽃 사진 편지’를 엮은 일곱 번째 사진 칼럼집이다.
지난 4집까지 고인이 된 아내 김기숙 전 제천시 미래전략사업단장에게 바치는 헌정 작업이었다면 5집부터는 자연을 대상, 주제별로 펼치는 새로운 작업이다.
이번 주인공은 꽃이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탐색하고 재조명한 사진칼럼집으로 작품 120컷이 실렸다.
사진집은 ▲나팔꽃 ▲동강할미꽃 ▲꽃 등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윤 전 원장이 카메라의 눈으로 보고, 내 마음의 눈으로 담았다는 꽃 관련 사진인문학의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긴다.
◇나팔꽃 “누구에게나 나팔꽃 같은 사연은 간직하리라!”
여름에 핀 나팔꽃 본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나팔꽃을 통해 본 세상사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눈부시고 탐스러운 아침 나팔꽃의 자태에 빠져 활짝 웃는 행복 충만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단양과 정선에 핀 나팔꽃도 있지만 주로 제천 의림지뜰에서 자란 나팔꽃과의 대화를 나눈 흔적이 많이 담겼다.
윤 전 원장은 “나팔꽃, 누구에게나 나팔꽃 같은 사연은 간직하리라!”며 “그래도, 아침 해가 반가워 힘껏 눈뜨는 나팔꽃. 나팔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마치 내 안에서 종(鐘)을 치는 듯합니다!”라고 적었다.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은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윤종섭 전 원장은 동강할미꽃의 생존 비밀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먼저 “왜. 동강할미꽃은 범접하기 어려운 동강섬 석회암벽(뼝대)에서 은둔하며 외롭게 살아갈까?”. 다음으로 “왜, 동강할미꽃은 유난히 많은 솜털과 떡잎을 간직하며 살아가야만 할까?”. 마지막으로 “왜, 동강할미꽃은 동강 암벽(뻥대) 정선과 평창 그리고 영월 구간에서만 대대손손 터 잡고 서식하는 걸까?”이다.
질문 후 그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낭떠러지 암벽(뼝대)에서 부지런히 꽃을 피우는 동강할미꽃. 그저 삶의 후회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라며 “우리네 삶엔 음지와 양지가 공존하기에 더욱 값진 삶의 꽃을 피워가는 게 아닐까”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삶이란 어쩌면 하루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견디는 건지 모릅니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할지 모를 인생을 데리고 묵묵히 견디어내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라고 인간의 삶에 빗대었다.
◇꽃 “꽃은 꽃 나름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한다!”
세번째 장에는 60여 종류의 꽃 사진이 실렸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면서 전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카메라와 마음의 눈으로 흔히 보지 못한 같은 꽃 다른 느낌의 모습을 담으려고 애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자세하게 보아야 찾을 수 있는 들꽃까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장을 넘기며 꽃의 매력에 푹 빠진다. 꾳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표현하며 그들을 빛나게 한다. 그는 꽃을 보며 자기 마음을 살포시 글로 옮겼다. 행복, 기쁨, 환희, 감탄. 다양한 꽃을 앵글에 담으며 때론 시인이 되고 때론 사색하는 철학자가 된다. 꽃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를 말한다.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다.
어떤 피사체를 담아야 하는지 작가의 고민이 넘치는 사진집이다. 멈추어진 앵글에 담긴 사고의 흐름.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 사진과 글의 조화 또한 남다르다. 사진마다 자신만의 생명을 불어넣었다. 지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모습.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좋다. 때론 쉽고 때론 어렵다. 사진마다 의미가 있어 사유하며 삶을 반추하게끔 만든다. 마음에 평온도 안긴다.
영감이 올때까지 멈추고 마음에 와닿는 상황이 마주할 때까지 가까이도 멀리도 가며 무엇을 찍을지 고민한 흔적들.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을 사진에 담는 그의 사진칼럼집을 닫는다.
◇프롤로그
윤종섭 전 원장은 “외로움은 그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채울 수가 없다”며 “2017년 말 홀로 된 저는 지난 시간 그저 카메라 옵스큐라로 마음 추스르며 오직 전위적 사고로 창의성에 나름 몰두한 치열한 사진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일곱 번째 사진인문학, 사진 칼럼집을 위해 봄엔 동강할미꽃을 담으러, 여름엔 나팔꽃 그리고 야생화 등 철 따라 매직아워에 맞춰 열심히도 산야를 쏘다녔다. 한 컷 한 컷의 사진 속에 꽃의 존재가치를 예술적으로 표현함은 물론 자연의 원초적 에너지를 담아내려고 정성을 모아 카메라 옵스큐라에 담아온 나팔꽃, 동강할미꽃, 일반 꽃 사진 한 점 한 점을 나의 분신으로 세상에 선뵌다”고 칼럼집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영광스러운 제천문화원장직을 수행하면서 (2019.6.3-2023.6.2.)코로나 팬데믹을 피해 틈을 내어 자연 속에 묻혀 꽃이란 소재를 찾아 나름의 운동과 힐링을 겸할 수 있었기에 카메라 옵스큐라와 함께 한 시간은 내겐 늘 두근두근 설렘의 즐김이었다”며 “이제 2018년부터 매년 한 번씩 하늘나라로 떠난 집사람(故 김기숙) 헌정사진은 마무리하지 카메라 옵스큐라와 함께하는 그 설렘과 즐김은 앞으로도 또 다른 목표와 주제 설정으로 지속하리라 내심 다짐한다”고 밝혔다.
◇윤종섭 전 원장 약력
윤종섭 전 문화원장은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제천시 시 승격과 함께 80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32년간 제천시청에서 문화공보실장, 문화관광과장, 기획담당관, 미래경영본부장, 행정복지본부장, 행정복지국장, 경제건설국장을 거쳐 2011년 7월 말 명예퇴직했다.
특히 공직 중에 통합제천시 설치준비단에 참여했고, 한방특화도시제천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입안했고 혁신도시 제천유치, 민간투자 유치와 의림지, 박달재, 청풍호반 개발을 수행하였다. 아울러 ES리조트, 청풍리조트, 리솜포레스트, 전통의약산업센터, 한방생명과학관, 국민건강보험 인재개발원, 유유제약, 일진글로벌, 휴온스 등의 유치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재직 시 국가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2014년 제천한바이오진흥재단 이사장을 거쳐 2019년 제천문화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충청북도 재정투자 심사위원회 부위원장, 원랑선사탑비 제자리찾기시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2년에는 지역문화발전 및 인재육성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3회 제천시민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공직 퇴임 후 2회의 사진전과 7권의 사진집을 출간하는 등 현재 사진 탐미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부인의 유언에 따라 1억원의 장학금을 제천시인재육성재단에 기탁했고, 윤 원장이 수령하는 유족연금 1,080만원을 매년 장학금으로 전액 기탁 중이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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