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지나간 천년, 다가올 천년을 위한 천년의 메아리
ㅣ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영상과 자막으로 이해도 높여
ㅣ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의 천상의 목소리로 귀 호강
ㅣ참여자 우선의 자리 배정
ㅣ산사음악회에 걸맞는 ‘고집멸도’ 테마 구성 몰입감 끌어 올려
ㅣ문화수요자의 폭발적 반응
ㅣ칠층모전석탑의 국보화 소망
제천호숫가음악제 조직위원회는 국가 보물 459호 제천 장락동 칠층모전석탑 옆 지나온 천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락사지 잔디광장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유산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한 여름밤의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고자 ‘호숫가음악제 산사음악회’를 29일 열었다.
좌석을 꽉 메운 600여 명의 관객들은 달, 별, 그리고 바람 소리에 고즈넉한 장락사지와 어우러진 조명과 오케스트라 선율, 아름다운 목소리까지 눈과 귀를 호강하며 한여름 밤의 정취에 흠뻑 빠졌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출연진들도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며 시민들의 문화 욕구에 부흥했다.
더욱이 슬픔과 외로움을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고 희망과 환희의 순간을 맞도록 구성한 프로그램의 템포 흐름이 좋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고, 흥행 몰이는 물론 내용 구성면에서도 매번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평이다.
외형적인 면에서 우리나라 유일의 클래식 성악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제천호숫가음악제의 모토에 걸맞게 라인업을 구성했다. KBS 임성민 전 아나운서의 사회로 소프라노 송난영, 장서영, 이경진, 테너 최원진, 구태환, 바리톤 정태준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천상의 목소리로 밤하늘을 수놓았다. 여기에 창립 16년째를 맞는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영상과 자막을 띄어 프로그램의 이해도와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음악회 시작에 앞서 청중에 대한 배려도 눈길을 끌었다. 관례상 맨 앞에 마련해 놓는 내빈의 지정 좌석을 없애고 관객 누구나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참여자 우선의 행사로 진행됐다.
내용적인 면에서 이번 호숫가음악제의 주제인 ‘위대한 사찰, 천년의 메아리’에 초점을 맞추어 불교의 근본 원리인 사제(四諦)의 첫 글자를 따서 이르는 말인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4가지 테마를 이야기로 엮어 음악을 선보였다.
‘고’에서 <떠나가는 배>, <어머님의 마음> 등 우리의 고통과 슬픔에 대하여, ‘집’에서 <울게 하소서>, <선구자> 등 집착과 번뇌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갖는 무대로, ‘멸’에서 <장안사>, <님이 오시는지> 등 번뇌를 없앤 깨달음의 경계로, ‘도’에서 <잔향>, <동심초> 등 희망이 가득 찬 무대로 꾸몄다.
문화 수요자인 관객들도 수준 높은 무대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은 성악가들의 열창에 함성, 우레와 같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특히, <꽃구름 속에>, <희망의 나라로>가 불릴 때는 신나고 기분 좋은 멜로디에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음악회를 즐겼다. 또한 아는 멜로디가 나오면 입가에서 리듬을 따라 흥얼거렸다. 피날레 앵콜송 <붉은 노을>이 나올 땐 관객들은 함성을 지르고 객석에서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호숫가음악제는 산사에서 고품격 클래식 음악으로 귀를 호강시키고 서로 가까워지는 힐링타임을 선사하며 마무리됐다.
부대행사로 이날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 제천불교회 봉사모임인 문수회에서 참석자들에게 국수를 제공했으며, 호숫가음악제 조직위의 집행위원들이 생수와 옥수수를 나눠주며 참석자들과 정을 나눴다.
공연을 관람한 이경선(여, 58, 청전동) 씨는 “공연 내내 마음에 위로와 감동을 주는 행복한 음악회였다. 특히 우리가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귀에 익숙한 선곡으로 부담없은 관람을 했고, 한 번쯤 들어본 곡들이 많아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어 좋았다”며 “내년에는 호숫가음악제가 어떤 모습으로 시민에게 다가올지 벌써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천년 넘게 오롯이 제천을 지켰던 장락동 칠층모전석탑은 돌을 잘라 벽돌을 만들어 쌓아 올린 탑이고, 주변 기와는 백제시대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기와와 유사하여 그 가치가 높다고 들었다”며 “더 많은 발굴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