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디에도 못 가고 있는 현실. 내 마음에 안녕을 한 번쯤 물어볼 휴식처는 어딜까? 나에게 긍정 에너지를 주며 쉴 수 있는 곳?
삼 년째 그 물음에 대답하고 있는 ‘휴(休) 자연치유정원’이 가을 이야기를 엮어 새 단장을 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의 ‘휴(休) 자연치유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잠시 그곳으로 들어가 본다.
◇백만 송이 국화와 친구들
지난 17일 64년 만의 10월 한파에 휴 정원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직원들은 온도가 떨어지는 오후 4시 일제히 정원에 비닐을 덮어 휴 정원의 식물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애썼다. 매일 반복되는 작업이지만 열정을 다한다. 꼭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 같다.
따뜻한 손길 덕분에 일부 꽃이 피해를 보았지만 서리를 이기고 핀 백만 송이 국화가 어느 때 보다 화사하고 은은한 가을 향기를 내뿜었다.
그곳에는 백만 송이 국화를 이용한 조형물과 꽃 그림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노랑, 자주, 분홍, 흰색이 어우러진 국화꽃밭을 거닐면 가을 향기 가득한 가을 전령사 국화가 색동저고리를 입고 그윽한 향기를 뽐내며 인사를 한다.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고 이내 꽃내음에 취한다. 벌과 나비도 알아채고 날아와 살포시 앉는다. 가을 낭만을 느끼는 감성 충만한 공간이다.
휴 정원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미니 연못의 주인공인 세 자매 항아리. 중앙에 자리 잡은 항아리에서 작은 물줄기가 졸졸 흐르기를 쉬지 않으며, 바로 옆 항아리 자매들은 노란 국화를 품어 화사함을 더한다. 꽃양배추와 자주색 국화가 만발하여 연못 주위를 감싸서 포근함을 선사한다.
길을 안내하는 붉게 물든 코키아에 누군가 눈과 손을 만들어 주어 재밌다. 동그랗게 두 눈을 뜨고 미소를 짓는 모습에 아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그 뒤로 국화로 만든 태극 문양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형상화한 국화꽃밭은 색다른 표현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품도 제 몫을 다한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잠자리, 앙증맞은 토끼, 허수아비, 다람쥐도 정원의 곳곳에서 조연을 맡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외에도 휴 정원에 앞에는 수천 송이 국화를 이용한 대형 하트를 설치해 누구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에 추억을 남긴다.
비닐하우스에서 외출한 아열대 작물인 백향과의 열매가 영글어 서서히 익어가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마트에서 사 먹던 바로 그 과일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제베리아에 이런 과일이 열려” 등 의아함과 동시에 신기함을 금치 못하는 반응들이다. 이내 만져보기까지 한다. 여기에 토종다래와 구기자까지 나뭇가지에 달려 싱그러움을 더한다. 토종다래는 맛도 꿀맛이다. 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을을 담은 여섯 편의 이야기
가을을 담은 여섯 개의 전시가 휴 정원 곳곳에서 펼쳐진다.
먼저 365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동화되어 잠시 마음을 내려놓기 안성맞춤인 청정식물원에서 세 편의 가을 동화를 만날 수 있다.
제천천그림동아리는 붓을 이용해 천에 가을임을 알 수 있는 자연의 소재를 그려 넣었다. 이곳에서 앞치마, 쿠션, 나풀거리는 천에 꽃그림이 더해져 식물원의 자연의 색과 향기와 조화를 이룬다. 박달재 작가는 국내 유일 장인 정신이 깃든 수제 원목으로 만든 다양한 도깨비 방망이를 선보여 금방이라도 금은보화가 나올 거만 같다. 그 옆으로 국화연구회는 고목과 돌에 국화꽃을 어우러지게 배치해 자연의 작은 세계를 분재로 표현했다. 둘 다 쉽게 보지 못하는 작품들이다.
실내를 벗어나 야외에는 지호공예로 일가견이 있는 양혜영 선생이 한방 제천의 가을 이야기라는 주제로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선물했다. 온갖 가을 소재로 가득하다. 산딸나무, 청풍감, 갈대, 밤, 노박덩굴에 국화까지 가을임을 이내 알 수 있다. 닥펄프와 찹쌀풀을 짓이겨 형태를 만든 항아리, 함지박, 꽃병, 전통등, 쌀통 등 지호공예 작품들이 가을 소재와 앙상블을 이루며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백운사랑사진동호회는 스마트폰의 작은 렌즈로 각자의 가을을 앵글에 담아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안화순 작가의 전통문양과 살아 있는 국화매듭 기법을 이용한 장신구와 가을꽃을 통해서 한국의 전통미를 감상할 수 있다.
◇휴의 의미를 강화한 ‘의자’
그 어느 때보다 산책하며 거닐다 멈추고 쉴 수 있는 의자를 많이 배치했다.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넘친다. 휴 정원 본연을 목적을 살린듯하다. “어디서 쉴까?”라는 멈춤에 답을 준다.
앉는 곳에서 사방 어디를 바라봐도 아름답다. 잠시 멈추어 내 마음에 안녕을 물어볼 수도 있고 하늘, 바람, 꽃, 나비를 보며 자연을 만끽할 수도 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도 평온해진다. 그 자체로 힐링 타임이다.
김영주 기술지원과장은 “자연이 담긴 정원은 우리를 참 편하고 느긋하게 만들어 준다”며 “많은 분들이 휴 자연치유정원의 가을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잠시나마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정원 총괄 기획자로서 소감을 밝혔다.
거닐며 나를 잠시 내려놓고 싶다면,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멈추고 마음 쉼표를 찍고 싶다면 24일까지 개장하는 휴(休) 자연치유정원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사진=김동환, 이상복 사진 탐미가)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