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 전, 1919년 4월 17일 제천 장터를 가득 메운 대한독립만세의 뜨거운 함성이 2025년 봄, 다시 한번 제천의 하늘을 울렸다. 4.17 제천독립만세운동을 기리는 재현행사가 4월 17일 제천시민회관 광장 일대에서 성대하게 열리며, 그날의 숭고한 정신을 미래세대와 함께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제천문화원(원장 윤종섭)의 주관으로, 지역 내 3대 종교 지도자와 김창규 제천시장, 박영기 시의장을 비롯한 시·도의원, 유관기관장, 제천 시민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청소년, 자원봉사자, 예술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 되는 살아 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승화됐다.
■독립운동의 진짜 날, 4월 17일을 알리다
제천문화원은 이번 행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제천의 독립만세운동일은 3월 1일이 아니라 4월 17일”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제천의 독립운동은 1919년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벌어졌으며, 1천여 명의 군중이 제천 장터에서 태극기를 휘두르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이 따랐으며, 이는 충북 지역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로 기록되고 있다.
윤종섭 문화원장은 “제천의 4.17만세운동은 지역 독립운동의 정점이며, 이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채로운 재현과 퍼레이드,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이날 행사에서는 동명초등학교 취타대의 연주로 시작된 퍼레이드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동명초 학생들은 유관순 만세단 복장을, 자원봉사자들은 민족대표 33인 복장을 하고 참여해 역사적 장면을 재현했다. 제천전통예술단, 해오름예술단, 두학농악보존회 등도 함께하며 예술과 전통이 어우러진 거리 행진이 펼쳐졌다.
퍼레이드는 구 동명초등학교(현 예술의전당)에서 출발해 차 없는 거리, 중앙지구대, 제천시민회관까지 이어졌으며, 참여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을 외쳤다. 이 루트는 제천문화원이 조성한 독립운동 유적지를 포함해 의미를 더했다. 시민들은 박수로 호응하거나 사진·영상으로 기록하며 퍼레이드에 함께했고, 이러한 응원에 힘입어 참여자들도 더욱 힘차게 행진했다.
■함성과 묵념, 기념사로 이어진 감동의 순간
식전 행사에서는 어린이합창단의 독도 플래시몹이 펼쳐졌고, 애국가 제창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다. 윤종섭 원장은 “애국가 4절까지를 부르며 나라사랑의 마음을 되새긴 오늘의 현장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역사교실”이라고 말했다.
36명의 제천어린이합창단이 유관순 복장으로 3.1절 노래를 부르며 선열의 정신을 계승했고, 김창규 제천시장, 전석호 제천기독교연합회 대표, 류관순만세단 대표 한채은 동명초 학생, 박용주 충북북부보훈지청장, 고승식 동명초 교장 등 5명이 시민대표로 나서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조선은 독립한 나라이며, 우리는 그 주인이다”라는 선언은 106년 전의 목소리를 오늘에 되살리는 듯한 감동을 안겼다.
■함께 외친 ‘대한독립만세’
제천시의원들과 지역 종교계, 시민 단체들은 차례로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외치며 이날의 대미를 장식했다. 제천문화원문화학교, 제천전통예술단, 자원봉사센터, 한국자유총연맹 등 20여 개 단체가 함께한 이날은 과거의 독립운동을 오늘의 공동체 의식으로 연결 짓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보훈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홍순기, 김진우 씨가 보훈지청장 표창을 받았고, 난계국악단 김정훈 대금 수석은 대금 특유의 청아한 음색으로 참여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마지막으로 어린이합창단의 ‘제천의병송’과 ‘내 나라 우리 땅’ 공연은 참가자 모두가 함께한 플래시몹으로 이어져, 행사는 흥겨운 축제로 마무리됐다.
■역사를 체험하고, 그날의 함성을 잊지말자
체험부스에서는 ‘의병가족 포토존’, ‘나만의 가면탈 만들기’, ‘주먹떡 나누기’, ‘고문체험’, ‘독립운동사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고문 체험’은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역사 속 인물이 되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윤종섭 문화원장은 “제천 만세운동은 1919년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벌어진 충북의 마지막 독립운동으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이범우 선생이 주도해 장날에 맞춰 만세를 외쳤고, 그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의 묘소와 후손에 대한 관심과 예우가 필요하며, 이를 기리는 것이 오늘 행사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창규 시장은 “의병 정신과 3.1 정신은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제천 시민의 올바른 행동으로 재창조되어야 한다”며 “비겁한 행위가 아닌, 제천 발전과 나라를 위해 당당히 나서는 시민이 진정한 의병의 후손”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제천의 의병 정신을 가슴에 품고, 함께 노력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제천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박용주 지청장은 “제천 의병은 민족의 자존심이며, 106년 전 제천 시민들은 장터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구국의 선봉에 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날의 외침은 꺼지지 않는 민족의 촛불로 남아 우리 미래를 밝히는 힘이 되었으며, 국가보훈부는 이러한 정신을 후세에 계승하고 ‘모두의 보훈’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행사 하루 전인 4월 16일에는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제천 3.1만세운동의 주역인 이범우 선생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며, 그 숭고한 뜻을 되새겼다. 이범우 선생은 1919년 고종의 국장에 제천 대표로 참석한 후, 그 길로 독립선언문을 품에 안고 제천으로 돌아와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과 함께 만세운동을 사전 계획하고 준비한 중심인물이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