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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천사]<16> 수해복구현장의 야전사령관 ‘이상복’

장화 신고 고무장갑 끼고 삽자루를 들은 모든 봉사자들이 복구 현장의 천사들이다. 그들을 조율하고 응원하며 이끌어 나가는 리더도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제천시자원봉사센터 이상복 운영위원장(68)은 김성진 센터장과 함께 수해현장에서 냉정한 판단에 빠른 대응까지 야전사령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상복 위원장은 제천 수해 소식에 여름휴가를 접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자마자 산사태로 엉망이 된 제천노인사랑병원에서 토사를 제거하고 막힌 물길을 냈다. 이날 첫 삽을 들고 25일째 그 삽을 들고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매일 목격하며 볼 때마다 내가 당한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지금도 삽을 놓지 못한다”고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놓은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다.

이 위원장은 아침 기상과 함께 어제 다녀온 수해 현장을 머릿속에 그린다. “자원봉사자들을 어떻게 효율적인 배치할까?”, “작업 순서는”, “시간은” 등등.

그는 “막상 현장에 가보면 생각과 현실에 간극이 발생한다”며 “이 순간 빠른 판단과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번은 봉사자들이 침수된 비닐하우스에 새로운 배추 모종을 심으며 열심히 도왔지만 대부분 모종 옮겨심기가 처음이라 작업 속도가 더디게 진행됐다. 그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모종 심기 일인당 열 줄씩만 심고 끝내자”고 봉사자들을 독려해 작업을 마친 경우가 있다.

봉사자들에게 제일 힘든 고추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위원장은 비닐막과 끈을 제거하고 고춧대를 뽑아내는 작업 순서를 간파하고 유효·적절하게 사람을 배치해 작업 속도를 높였다고 함께한 봉사자들은 전했다.

이 위원장의 20년 가까운 봉사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아마도 200여 명의 회원들을 화합으로 이끄는 늘푸른산악회봉사단장으로서 장애인 및 노인들을 위한 권익 및 복지증진에 앞장서면서 장애인(어르신) 나들이 지원하고 폭설, 수해, 화재 등 긴급재난 현장에서 안전한 제천을 만드는데 선봉에 있었던 경험에서 나오는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는 “복구 첫날부터 오늘까지 자신이 소속한 봉사단의 회원을 모집하고 독려하며 복구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며 늘푸른산악회봉사단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늘푸른산악회봉사단은 일명 봉사 사관학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클린 산악은 기본이며 다양한 곳에서 묵묵히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제천시자원봉사센터 1365서포터즈 창설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한편에서 우리 봉사단을 떠나 서운한 마음이 있지만 모두 센터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봉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오전과 오후 수해복구 지원이 끝나면 더 바빠진다.

사전 답사를 위해 사흘 동안 460km를 달릴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상복 위원장은 “김성진 센터장과 함께 어디를 막론하고 손길이 필요한 수해 현장을 매일 찾아간다”며 “그래야 우리가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가끔 집을 철거해 달라는 등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답사를 통해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장비 체크에서 자원봉사자 배치까지 다음날 작업 계획을 순조롭게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사전답사를 마치고 센터에서 김성진 센터장과 내일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귀가한다.

이 위원장은 “폭우와 폭염과 맞서고 진흙과 사투를 벌이다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되어 몸은 힘들지만, 내일 나를 반겨줄 수해민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며 “어느덧 사람 손으로 할 수 있는 응급 복구가 마무리되어 가고 조금씩 조금씩 수해민들이 안정을 되찾아 가는 거 같아 힘을 보탠 한 사람으로서 행복하다”고 그동안의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아직도 크고 작은 수해 현장이 곳곳에 존재한다”며 “시간이 허락되는 한 힘닿는 데까지 손을 거들겠다”고 의사를 표시했다.

 

지금도 이상복 위원장은 자신의 생업은 뒤로하고 피로가 누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수재민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최일선에서 함께하며 제천 수해 복구의 산증인으로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에게 사욕과 사심을 없애고 국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이라는 사자성어가 잘 어울린다.  

코로나19에 수해까지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 번쯤 곱씹게 만든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