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의 ‘워라벨’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인 소확행. 2019년 핫 트렌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거기에 발맞추어 작은 행복을 좇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만을 위해 산책하고 휴식도 취하며, 영화도 보고 맛집에서 음식도 즐기며, 때론 훌훌 털고 여행을 떠나는. 여기에 타인과 함께 문화 예술을 공유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활동들. 모두 가치 있는 워라벨이고 소확행이다.
제천에도 바쁜 일상에서 탈출 참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열정 하나로 일 년을 포기 없이 달려온 사람들이 있다. 그 주인공들은 나도문화예술가 제천문화원 뽐Ⅲ 무대에 오른 문화원 문화학교 수강생이다.
수강생들이 성장하여 문화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변신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12월 11일(화) 오후 2시 시민회관 지하 소극장에서 세상밖에 선보였다. 어떤 모습일까?
바이올린, 첼로, 하모니카 소리와 공연을 기다리며 관객들의 기대 찬 모습 그리고 스텝들의 마지막 무대 점검으로 시민회관 지하 소극장은 야단법석이 났다.
◇ 스페셜 게스트 PoemArtist 김서령… 공감의 울림
먼저 스페셜 게스트로 시인이며 감성 스피치 강사인 김서령 씨가 시낭송과 가곡을 선사하며 가슴 먹먹한 감동을 전했다. 특히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심순덕 시인의 시낭송은 과거 엄마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공감의 무대를 연출했으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주변을 숙연케 만들었다.
수준 높은 무대를 뒤로하고 나도문화예술가 제천문화원 ‘뽐Ⅲ’의 주인공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시민오케스트라… 나도 오케스트라 연주자
시민오케스트라는 전공자가 이끌고 비전공자가 따라가며 모차르트의 <장난감 교향곡>을 첫 곡을 들려주었다. 이어 문화원 문화학교에서 쑥쑥 성장해 곧 독립을 앞두고 있는 시민오케스트라는 이별 시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며 ‘멋진 안녕!’과 ‘아름다운 안녕!’을 바라는 뜻으로 프란체스코 사르토리(Francesco Sartori) 작곡하고 사라 브라이트만과 안드레아 보첼리 듀엣곡으로 잘 알려져 귀에 익숙한 ‘그대와 함께 떠나리 (Time to say goodbye)’를 연주했다. 끝으로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로 마무리지었다.
수준 높은 클래식을 보여 준 시민오케스트라는 청주문화원 오케스트라와 교류음악회를 가질 정도로 실력이 탄탄하다. 여기에 30명의 수강생들이 문화원을 찾아와 문화학교를 열어 달라고 요청한 열정 넘치는 모범적인 반이다. 12월을 마지막으로 문화원 문화학교를 떠나는 시민오케스트라는 12월 15일 세 번째 정기연주회를 통해 폭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다도교실… 절제의 품격 선의 예술을 배우다
지난해에는 선비의 차예절 시연으로 품격의 세계로 안내했는 데 올해는 말차 시연으로 절제되고 중후한 다도만의 멋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고요함 속으로 모두 빠져들고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관객들은 느림의 소중함을 깨닫는 색다른 경험을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도 교실을 이끄는 이정미 강사는 선의 아름다움이 일품인 다도. 전통 다도반은 다도의 역사, 종류, 효능, 상차림 등 전통차 예절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며 인성을 가꾸고 자기계발을 하며 나를 찾아가는 길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강사는 후손도 없이 이름 없이 숨져간 젊은 의병의 묘소를 찾아 따뜻한 차 한 잔 올리는 작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숭고한 정신과 존경을 전하려는 마음이 엿 보인다. 참 고귀하고 아름다운 다례인의 표상이다.
◇가야금 교실… 천년 전통의 맥을 잇다
제천문화원에서는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계승 발전을 위해 취지를 살리고자 강좌를 개설했다. 이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가야금 강좌는 더러 있으나 성인을 위한 문화 강좌가 없어 가야금을 배우러 인근 원주나 충주로 가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목적도 있다.
남궁영숙 강사가 이끄는 가야금 반은 배운 지 불과 9개월밖에 안 되는 새내기들로 구성됐다. 매주 금요일 다당둥당 열 두줄 가야금 소리에 심취하여 병창과 합주를 열심히 배웠다. 천년의 호흡을 품은 악기인 가야금 소리를 들려주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사물놀이… 흥과 멋을 살리다
송용종 강사의 사물놀이 반은 9개월의 짧은 교육 시간이지만 장구, 북, 꽹과리 등 신나는 전통악기로 높은 수준의 웃다리 가락을 선보이며 지하 소극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제천문화원은 지난 3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물놀이 ‘몰개’의 송용종 사무국장을 강사로 초빙해 사물놀이 강좌를 개설해 문화의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시민들의 높은 문화 욕구 충족에 한 걸음 다가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모니카 반… 행복을 불어요
하모니카는 음악적 치유뿐만 아니라 혀를 많이 움직여서 뇌 건강에 좋다고 한다. 쭉쭉 쭉쭉쭉 쓱쓱 쓱쓱쓱~.
신바람의 대명사 이광수 강사가 이끄는 추억의 하모니카 기초 반은 수강생들의 공연에 강사가 화음을 넣어 음악으로 소통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진 중급 반과 연주 반은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내어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기초, 초급, 중급, 연주반으로 구성된 하모니카 반은 음성 설성 문화제와 평생학습동아리 성과보고회 등 취미를 넘어 재능기부 연주로 초청을 받기도 하며 배움을 즐기고 있다.
◇노래교실… 랄라라~노래에 행복을 싣고
노래 교실 반은 함께 부를 수 있는 ‘소풍 같은 인생’, ‘모란 동백’을 선곡 해 관객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리듬을 타며 떼창을 부르게 했다. 황금자 사무국장은 리듬이 마음에 쏙 든다며 노래를 배워보고 싶다고 전했다.
정근옥 강사는 음정, 박자, 발성법 향상 등 최신 곡 위주의 대중가요 실기 지도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 신바람 나고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음악 행복바이러스를 전달하고 있다.
◇음악영화감상반… 힐링으로 마음 쉼표 찍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새롭게 맞이하라는 의미에서 제임스 라스트의 <고독한 양치기>와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요한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 영상을 선보였으며, 멜로디에 관객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힐링의 시간을 만들었다.
품격 있고 자상한 해설로 정평이 높은 한상백 선생은 “음악영화 감상반은 뽐낼 게 없다. 그렇지만 보고 듣는 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냐”며 “사느라고 고달픈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참으로 따뜻한 위로와 담백한 여유를 공급하는 감동이 음악에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그 감동을 나누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오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악영화 감상반은 클래식과 팝, 영화 등 공연이 있는 영상과 영화를 감상하는 반이다. 봄에는 봄을 느낄 수 있는 음악으로 가을에는 또 그 계절에 맞는 음악 선정으로 돈독한 회원층이 형성되어 있다죠? 또한 큰 사건으로 시민들이 힘들어할 때는 추모음악으로 시대 흐름에 맞춰 음악으로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특히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에는 영화를 보여주는데, 이날은 시민 누구나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수채화 교실… 붓 터치가 만드는 세상
이종원 선생 지도하에 수채화 교실 수강생들은 매주 월화 오전에 나와서 밑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고 슥삭슥삭~ 생기도 불어넣고 참 열심히 노력했다고 전한다. 일 년이 안된 초보자도 있고 오랜 시간 붓과 같이 한 분도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꽃, 일상, 초상 등 대상을 선택해 문화원 미술 교실에서 가끔 야외에서 스케치를 한 결과물을 전시했다. 아마추어 작품이라 하기에는 다소 수준 있는 작품들로 수강생들의 땀과 열정이 묻어난다.
수채화 교실은 3일부터 30일까지 제천시민회관 1층 로비에서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 ‘뽐Ⅲ’를 축하하다
‘뽐Ⅲ’를 맞이하여 1층 로비에서 테이프 커팅 대신 풍선 퍼포먼스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풍선을 터뜨리는 커팅식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 신선했다고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윤종섭 문화원장은 “9개 반이 뽐을 내는 자리이다. 그동안 지도해 주신 선생님과 열심히 배운 수강생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며 “모두 문화원의 자원이고, 제천의 문화를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이다. 제천이 문화도시로 가는데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오늘 주인공은 바로 수강생이다. 일 년 동안 갈고닦은 솜씨 멋지게 펼치게 바란다”며 “얼쑤~, 좋다”를 함께 외치며 수강생 발표회를 축하했다.
이상천 시장은 “뽐이란 말은 순수 우리말로 참 좋은 말”이라고 말한 후 “문화원은 물론 주민자치 프로그램과 평생학습 강좌 등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 포근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에는 91세까지 수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삶을 살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직면한다”며
“그런면에서 문화원의 문화학교는 중요하다. 문화의 격을 높이는 문화학교로 발전하길 지원하겠다”고 응원했다.
◇나도 문화예술가가 되자
제천문화원은 문화적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문화의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다양한 문화 교실을 개설해 3월 개강을 시작하여 년 중 쉬지 않고 강좌를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1인 한 가지 악기는 다룰 수 있도록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각종 음악 강좌(음악, 노래, 오케스트라, 사물, 하모니카, 해금, 가야금 등) 외 미술교실, 다도교실 등을 운영하며, 수강생들에게는 공연과 함께하는 문화유적답사에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혜택도 주고 있다.
문화원 홈페이지(www.jecheoncc.or.kr)나 043) 642-3646으로 문의하면 나도 문화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답니다. 나를 위한 투자 아끼지 마시고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수강과 관련 궁금한 사항은 제천문화원(642-3646)으로 문의하면 된다.
뽐내다의 사전적 의미는 의기가 양양하여 우쭐거리다. 자신의 어떠한 능력을 보라는 듯이 자랑하다이다. 배우고 발표하고 박수받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무언가 열심히 해 타인들에게 나를 보여 주는 뽐 현장은 작지만 자신과 소통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워라벨과 소확행의 실천이다. 그리고 나도 문화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예술 공간이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소소한 수강생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