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일 잘나가
그동안 시대를 반영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성 있는 그림을 내놓아 관람객들의 찬사와 더불어 강한 인상을 남긴 장범순 작가가 돌아왔다. 최근 3개월 동안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며 포스트 코로나로 변한 일상을 담은 수작을 세상에 선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던 어쩌면 감추고 싶었던 현실을 그만의 풍자와 해학으로 화폭에 담았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노래한다. 동시에 화합해서 극복하라는 시대적 전언을 우리에게 던진다.
7일부터 11일까지 제천시민회관 1, 2전시실에서 열리는 작가의 전시회를 잠시 들여다본다.
전시장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공간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엿본듯한 아니 내 마음을 들킨 듯한 그의 작품들. 그래서 작품을 여러 번 보게 만든다. 보면 볼수록 사색에 잠기게 한다. 처음엔 난해하지만 숨은 뜻을 알아 가면서 그림에 푹 빠진다. 은유적 방식을 사용했지만 결국 직설적 화법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그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K방역은 잘하고 있다고 작품 <참 잘했어요>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작품 <우리가 제일 잘나가>에서 외식을 자제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한 음식 배달의 세태를 유머 코드로 풀어냈다. 특히 여러 대의 오토바이를 매칭해 역동적인 모습과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미각의 대명사 ‘혀’가 마중을 나간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실태를 아이러니하게 풍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세대별 모습에도 주목했다.
▲상단 좌측부터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10대부터 60대까지 일상의 창을 그만의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전시회 표지로 사용한 작품 <10대>는 ‘희망’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강하게 드러낸다. 예민한 악기 플루트. 마스크를 쓰고 소리를 내기 어렵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염원이 듬뿍 담겨있다. 작가가 10대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작가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20대>에서 마스크를 앞으로 가린 채 키스하는 남녀를 그렸다. 청춘들이 공개적으로 입맞춤도 못하는 안타까운 실상을 그대로 옮겨놨다.
<30대>에서 마스크에 여자는 빨간 립스틱과 남자는 검은 콧수염를 그려 넣어 성 정체성을 표현하는 커플, <40대>에서 S자 의자에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식사를 하는 이색 장면, <50대>에서 금침 원앙의 한 이불을 덮고 사랑을 나누어야 할 부부가 거꾸로 얼굴과 발을 맞대고 서로 누워야 하는 웃픈 현실, <60대>에서 지팡이에 눈금을 매겨 거리 두기를 하며 소통하는 중년 등 코로나로 바뀐 세대별 생활 패턴을 한 걸음 더 들여다본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한다. ‘기발하다’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 우울하고 슬픈 현실이지만 어떤 작품을 보아도 재치와 풍자가 녹아있어 흥미진진하다.
▲신천지
작가는 <신천지>에서 위기는 곧 기회라며 자기계발의 시대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새장에 갇혀 있고, 밖에 있는 새 두 마리는 여전히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는 “이제 입장이 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며 “내면의 신천지를 만들라”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개인의 바뀐 생활방식의 진풍경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가야 할 시대정신을 작품에 오롯이 녹아냈다.
▲We can do it
<We can do it>에서 바이러스 형상의 골프공을 골프채로 맞혀 아궁이 불구덩이로 쳐서 넣고 싶어 하는 세상 염원을 표출했다. 코로나 방역은 가능하고 또한 극복할 수 있다는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다 같은 마음인가 보다. 장 작가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전시회를 방문한 이상천 제천시장도 청정 제천을 소원하며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고 한다.
▲왼쪽부터 <마스크는 백신>과 <원무>
<마스크는 백신>에서 인종과 종족을 불문하고 전 인류가 한마음이 되어 마스크를 써 코로나 방역에 신경 쓰고, 더 나아가 앙리 마티스를 패러디한 <원무>에서 흑백의 남녀가 마스크를 쓰고 손잡고 춤추는 모습을 통해서 이 시기를 화합과 평화로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심경을 토로한다. 끝으로 백신은 꼭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며 작가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작품을 관람한 김영주(50, 여, 장락동) 씨는 “Post Corona란 주제로 열린 전시회는 지금 이시대의 고단한 현실을 은유란 이름으로 유연성에 해학을 더해 풀어낸 특별한 전시였다”며 “희망은 멀리 있지 않으며 큰소리로 한바탕 껄껄 시원스레 웃는 것으로 시작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야기의 시작은 ‘은폐’이지만 그 끝은 ‘희망’이다. 더 나아가 화합과 평화이다. 궁극적으로 인류애를 내포하고 있어 많은 공감을 불러오게 한다.
▲장범순 작가
장범순 작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이라는 소재로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의 의식주와 생활습관의 변화에서부터 화합, 평화, 극복이라는 시대 정신까지 공공의 선을 강조한다. 코로나가 빚은 일상의 변화로 답답하고 힘든 시기에 ‘희망’을 노래한 장범순 작가의 이야기에 한 번쯤 귀 기울이며 힐링하는 건 어떨까 싶다.
한편 시민회관 제1전시실에서는 언론을 풍자한 장범순 작가의 ‘서술적 존재들’ 작품 전시도 함께 열린다.
장 교수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1996~2018년 세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역임했다. 2002년 예술의 전당에서 제1회 개인전을 2012년 그룹 초대전 후쿠오카 MIZIO 캘러리, 뉴욕 APPNY 갤러리, 2015년 LA 아트쇼, 제3회 한일교류전, 2016년 서초동 규영갤러리 개인전, 2019년 인사아트 프라자 갤러리 초대전, 2020년 나무아트 개인전 등 왕성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제천또바기뉴스=이호영기자)